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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글 Lv. 3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


예전 우리 동네 명물 쓰레기 차라는 포스팅에서 제 사무실 앞에 주차하는, 쓰레기로 가득찬 자동차를 소개한 적이 있었습니다. 해마다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정기 검사까지 가뿐히 통과해서 멀쩡하게 출퇴근용으로 쓰이고 있는걸 보면 운행엔 지장이 없는 것 같지만 누구라도 직접 안을 들여다본다면 켜켜이 쌓인 엄청난 쓰레기에 입이 다물어 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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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가까운 휴스톤(Houston)엔 이 차의 주인을 가뿐히 눌러 줄 수 있는 더한 사람이 살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제 사무실앞 주차된 차의 주인은 자신의 자동차를 쓰레기로 채웠지만 이번에는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를 쓰레기로 가득 채운 사람이 있습니다. 

몇달째 밀린 월세를 내지도 않고 퇴거명령서를 붙여 놓아도 연락 두절인 세입자의 아파트를 기다리다 못해 열고 들어간 아파트 직원의 눈앞에는 엄청난 광경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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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http://www.houston-imports.com/forums/showthread.php?t=486938


현관 문틈으로 보이는 아파트 안에는 각종 쓰레기가 바닥을 딩굴고 있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할 뿐입니다. 애써 좋게 봐주자면 이사짐 싸느라 어수선한 집안 풍경 정도로도 봐 줄만 하지만 거실로 들어서면 이야기는 달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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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언뜻 보아도 얼마전 휴스톤을 휩쓸고 간 허리캐인 아이크(Ike)때문이 생긴 난장판이 아니라 인간의 힘으로 만들어진 인위적인 쓰레기 더미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거실 탁자위에 수북히 쌓인 음료수컵들과 쇼파위의 쓰레기 더미가 예사롭지 않은 이 집 주인의 정신 세계를 보여주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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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실로 들어가면 거실보다 상황은 더욱 심각합니다.
뽀얗게 먼지 앉은 TV며 거실처럼 여기저기 쌓여 있는 음료수컵 외에도 먹고 버린 피자박스와 도넛 상자가 침대 위까지 점령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집 주인은 어디서 잠을 잤을지 궁금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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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한 귀퉁이의 컴퓨터는 수북히 쌓인 담배꽁초로 마치 쓰레기장에 버려진 컴퓨터 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키보드 옆에 마우스가 움직일만한 공간은 남아 있는 걸 보면 주인이 떠나기 전까지 작동했던 모양입니다.

이 쓰레기집의 압권은 화장실입니다. 비위가 약한 분들이 정신적 충격을 받을까봐 그 중 깨끗한 사진을 골랐지만 이 역시도 보기가 참으로 거북합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지저분하다 못해 공포영화에 나오는 괴기스런 음산한 욕실 같은 느낌을 주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변기위의 파란 통의 용도는 무엇일까요? 집안 꼴로 봐선 빨래통으로 썼을 것 같지도 않고 이 집 주인의 정신세계를 이해 할 수 없는 제 머리로는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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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집안에는 쓰레기를 가득 쌓아놓고 살아도 옷은 다려입고 살았던 모양입니다. 물론 다리미와 다리미 받침이 부엌에 있는 것 또한 이해가 가지 않기는 매 한가지지만 그래도 최소한 밖에 나가서는 말끔히 다린 옷을 입은 단정한 사람으로 보이고는 싶었던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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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사무실 앞의 쓰레기차나 쓰레기로 가득찬 휴스톤의 아파트 주인들은 정상적인 정신세계를 가진 사람들이라고는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쓸모없는 물건들을 버리지 못하고 병적으로 집착하는 강박적 축적(Compulsive hoarders)
의 증상을 보이는 강박증(OCD: Obsessive-Compulsive Disorder) 환자들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별의별 사람이 다 사는 미국답게, 똑같이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쌓아 두지만 이들과는 다른 이유로 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LA에 사는 David Chameides라는 사람은 두번이나 에이미상(Emmy awards)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TV 카메라맨이지만 지난 1월부터 9개월째 자신의 집 지하실에 자신이 생활하면서 발생한 쓰레기중 음식물은 분해시설에 넣고 다른 쓰레기는 모아두는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From: http://www.time.com


자신의 블로그에(http://365daysoftrash.blogspot.com) 매일 자신이 만들고 모은 쓰레기를 적어 나가고 있는 있는 그는 매일 매일 쓰레기 매립장에 쏟아져 들어오는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보고 이런 일을 결심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일인당 연간 평균 생활 폐기물 발생량 400kg의 거의 두배에 달하는 765kg의 쓰레기를 만들어 내는 미국은, 비록 국토면적은 한국보다 훨씬 넓다고는 하지만 3억의 인구가 쏟아내는 이런 어머어마한 양의 쓰레기를 소화하는 것이 힘에 부치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그래서 그는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자신이 만들어 내는 쓰레기라도 줄이기로 결심하고 연초부터 이런 일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왜 이런 일을 하느냐는 사람들의 질문에 "내가 만들어 내는 쓰레기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우리가 당면한 쓰레기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 아니라 해결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It's because I want to know more about what my waste footprint is. I don't want to be part of the problem, but part of the solution.")라고 말하는 이 사람의 노력이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스스로 만들어내는 쓰레기를 되돌아보며 조금이라도 덜 만들어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