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잡글 Lv. 3

테러리스트가 된 미국 오바마 부부


작년 이맘때 한국이 그랬듯이 요즘 미국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말들이 참 많습니다. 제가 만나 본 미국인들 중에 대통령이 바뀌면 지금의 어려운 경제 여건이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섞인 바램을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보면 경제가 최대의 화두였던 작년 한국의 대통령선거와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는 많은 공통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힐러리를 누르고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된 오바마가 공화당의 맥케인을 계속 지지율에서 앞서고 있는 것은 현재 미국이 처한 경제 위기와 국정 운영의 난맥상의 원인이 공화당 출신의 부시 대통령에 있다는 반발 심리가 한 몫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From: http://www.cnn.com/ELECTION/2008

마치 작년 한국의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반감으로 한나라당의 인기가 상한가를 기록해 한나라당 후보로 "개"가 나와도 당선될 거라는 영국 로이터 통신의 농담 같은 전망이 있었듯이 지금 미국도 그때의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은 실정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노무현 대통령 지지도 추이


갤럽(Gallup)이 대통령 인기도 조사를 한 이례 한때(2001년 911직후) 최고의 지지율을 기록했던 부시 미 대통령의 인기도는 한국 전쟁 파병으로 67%의 반대에 직면했던 트루먼 대통령의 기록을 깨고 지난 4월 69%로 또 다른 최고 기록을 갱신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부시 대통령은 혼자 역대 최고 지지율과 최고 반대 기록을 동시에 달성하는 전대미문의 2관왕에 오른 대기록을 세운 셈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From: http://www.usatoday.com/news/washington/2008-04-21-bushrating_N.htm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맥케인측에서는 작년 정동영 후보가 그랬듯이 현직 대통령인 부시 대통령과 차별성을 두려고 노력하지만 이조차도 눈치없는(?) 부시 대통령 때문에 여의치 않습니다. 얼마전 부시 대통령이 미국 해안에 유전 시추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했을때 처음에 맥케인은 반대하는 듯 했지만 사실 맥케인은 민심을 얻기 위해 지금의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연근해 유전시추 규제 완화를 자기의 공약으로 발표하고 싶어했었다는 후문이 있었던 걸 보면 결국 부시 대통령의 설레발이(?)로 인해 맥케인은 병 뚜껑을 따기도 전에 김 빠진 맥주꼴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더구나 불보듯 뻔한 환경 파괴를 무릅쓰고 연근해 시추를 확대 한다해도 미국내 원유나 천연가스 공급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인 것을 볼 때, 맥케인의 연근해 유전 시추 규제 완화 주장은 실효성보다는 표심을 잡기 위한 정치적 발언으로 보여지는데 지지율 바닥의 임기 얼마 남지 않은 부시 대통령이 먼저 선수를 쳐버렸으니 이건 적인지 아군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입니다.

이렇게 공화당이 지리멸렬하고 있는 와중에 5%이상의 지지율 차이를 보이며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이는 민주당의 오바마후보는 작년 대선때 이명박 후보가 BBK라는 아킬레스건을 가지고 있었듯이 -성격은 다르지만- 미국내 소수 인종인 흑인 혼혈에, 인도네시아의 이슬람문화권에서 성장했다는 태생적인 약점(동시에 장점이기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곧잘 흑색선전의 표적이 되곤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From: The New Yorker

지난 일요일 발행된 The New Yorker란 주간지의 표지에 실린 위의 만화 때문에 미국 언론은 한바탕 떠들썩한 소동을 벌였습니다.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군복을 입고 Ak-47 소총을 맨 테러리스트 복장의 오바마 부인과 터빈을 쓰고 이슬람 문화권의 복장을 한 오바마가 서로 주먹을 마주치며 자축하는 듯한 표지 그림에는 미국의 공공의 적인 빈라덴의 초상화가 걸려 있고 심지어 벽난로 안에는 불타고 있는 성조기의 모습까지 보입니다.

여기에 대해 오바마측에서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치졸한 모략과 흑색선전이라며 맹비난을 퍼부었지만 정작 이 그림을 잡지 표지에 실은 The New Yorker측은 지금까지 오바마에 대해 대중에 퍼진 잘못된 편견과 오해를 풍자 만화로 그린 것이라며, (뉴요커처럼) 수준 높은 세련된 유머를 이해하지 못하고 촌스럽게 별걸 다 가지고 발끈한다며 태연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바마가 미국 시민권자로 태어났음을 증명하는 출생 증명서(from: http://www.fightthesmears.com)


사실 잡지 표지에 실린 오바마의 모습은 The New Yorker가 처음 지어낸 모략이 아니라 미국내에 실제로 떠돌고 있는 오바마에 대한 흑색선전을 집대성한 하나의 완성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바마는 잘 알려진대로 아프리카 케냐출신의 유학생이었던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부모의 이혼후 인도네시아의 이슬람 문화에서 성장했다는 이유로 태어날때 미국인이 아니었다거나 이슬람교를 믿고 있다거나 하는 비방에 시달려 왔습니다.
이런 오바마의 출생과 성장 과정으로 인해, 911 테러 이후 이라크 전쟁을 거치면서 이슬람 국가들에 대해 병적일 정도로 과민반응을 보이는 미국인들의 열명중 한 사람은 오바마를 이슬람교도라고 믿고 있고 34%는 그의 정체성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답을 합니다.

그러다보니 오바마가 상원의원 선서에서 손을 얹고 맹세한 것이 성경이 아니고 이슬람교의 경전인 코란이라고 주장 한다거나 그가 가슴에 손을 얹고 미국판 국기에 대한 맹세인 The Pledge of Allegiance를 외지 않는다고 하는 흑색 비방 선전이 공공연하게 떠돌고 있었고 그런 비방들을 모아 그린 그림이 논란이 되고 있는 The New Yorker의 표지인 것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성경에 손을 얹고 상원의원 선서하는 오바마(from: http://www.fightthesmears.com)


이런 내막이 있는 카툰이기때문에 일부에서는 이번일이 오히려 오바마에게 쏟아지는 의혹을 벗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도 하지만 그의 정체성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34%에 달하는 미국 일반 대중들이 과연 카툰의 그런 저의를 이해하고 오바마에 대한 오해를 거둘지는 의심스럽기만 합니다. 아마도 오바마측에서도 득보다 실이 많을 거라는 계산이 섰기 때문에 쌍심지를 켜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히는 것 같습니다.

다른때 같았으면 민주당의 오바마가 당선되던, 공화당의 맥케인이 당선되던, 우리에겐 태평양 건너 불구경이었겠지만 공식 석상에서 한미 FTA가 미국의 국익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며 특히 자동차 협상은 미국 노동자들을 어려움에 빠뜨릴 것이기 때문에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오바마이다보니 한미 FTA를 미국 의회에서 조속히 비준시키기 위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과감히 허락한(?) 우리로서는 오바마의 당선이 조마조마할 뿐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From: http://www.cnn.com/ELECTION/2008


만약 오바마가 단순히 노동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서나 미국 쇠고기 수출을 위해 한국에 압력을 넣기 위해 한미 FTA 재협상을 거론한 것이 아니라, 정말로 당선후 현재의 한미 FTA 협상안보다 더 많은 미국의 이익을 위한 재협상을 하겠다고 나선다면, 촛불을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온 국민들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한미FTA 비준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무마하려는 이명박 대통령으로서는 닭 쫓던 ""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되어 버리는 진퇴양난의 곤경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그동안 정부에서 주장한 논리처럼 미국산 쇠고기 시장을 열어 주고도 부시 대통령의 임기내에 한미FTA가 의회에 상정되서 통과되지 않는다면 오바마는 정말 이명박 정부에게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주는 테러리스트가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