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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글 Lv. 3

원산지 미국과 비교해 본 수입쇠고기 판매 가격


그동안 수입 쇠고기 문제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지만 결국은 7월 1일부터 미국산 수입 쇠고기 판매가 시작되었습니다. 소비자들의 호응이 좋다는 보도에는 수입 쇠고기의 "파격적인 "싼 가격"이 함께 거론되지만 실제 원산지인 미국의 소비자 가격과 비교해서 어느 정도로 가격을 책정했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동네에서 제일 큰 식품점인 HEB를 찾았습니다. 제가 찾은 HEB는 텍사스 산안토니오에 본사를 두고 텍사스 전역에 걸쳐 영업하는 대형 식품점인데 신선한 농산물과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다른 식료품점들을 위협하며 불경기에도 끊임없이 점포를 늘려가고 있는 회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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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식료품점 HEB


예전 김치와 함께 하는 텍사스식 바베큐 비법을 공개합니다.라는 글에서 이야기 한대로 일반적으로 미국 식품점에는 곡물을 먹여 육질이 좋은 순서대로 프리미엄(Premium),초이스(Choice),셀렉트(Select) 이렇게 세 종류의 고기를 판매하고 그 이하 등급의 고기는 식품점에서는 구입하기기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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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슈퍼에서 5600원/100g으로 가장 비싼 프라임등급의 안심


또한 요즘 미국에서도 쇠고기 리콜이 잦아지면서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유기농 식품점에서나 팔던 유기농 쇠고기들도 제법 보입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판매하는 미국산 쇠고기 가격과 비교하기 위해 이 세가지 등급 모두와 유기농 쇠고기를 종류별로 조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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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은 등급인 프라임 알등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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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등급인 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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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등급인 셀렉트



또 현재 미국산 수입 쇠고기를 판매하는 에이미트는 30% 세일을 해서 국거리 100g에 650원 윗등심 100g에 900원 알등심 100g  2,300원에 판매한다고는 하지만, 고기의 등급에 대한 설명이 없고 국거리의 경우 고기의 부위가 아니고 조리 목적에 해당하는 명칭이어서, 애매하긴 하지만 보통 국거리로 많이 쓰이는 양지고기나 목심에 해당하는 미국 판매 부위의 가격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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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표는 미국 식료품점에서 판매하는 쇠고기의 종류,등급별 파운드당 달러 가격을 비교하기 쉽게 100g당 원화로 환산한 것이고 두번째 표는 원래 조사된 미국 식품점에서 판매하는 파운드당 가격입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쇠고기가 어떤 등급인지는 모르겠지만 표를 보면 국거리의 경우 목심이 되었건 양지가 되었건 미국 식료품점에서 판매하는 가격보다 싼 가격입니다. 또한 윗등심도 한국내 판매 가격이 미국 식품점 판매 등급중 가장 낮은 등급인 셀렉트 등급의 고기보다도  싸게 책정돼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알등심의 경우 한국내 판매가격은 미국의 중간 등급인 초이스와 비슷하고, 가장 높은 등급인 프라임보다는 낮게 책정되어 있어서 전반적으로는 미국내 판매 가격보다 싸거나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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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쇠고기를 판매하는 에이미트의 판매가격(From 썬도그님의 블로그 http://photohistory.tistory.com/3317)


미국내 소고기 유통업계가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소비자 가격만 비교했을때, 비록 미국산 쇠고기의 마진율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미국에서 들여오는 운송료와 냉동창고 보관료, 한국내 수송비등의 추가 비용과 한국내 유통업자들의 마진을 고려한다면 이렇게 미국보다 비슷하거나 심지어 싼 가격은 정상적으로는 가능 할 수 없다고 생각됩니다.

어쩌면 썬도님의 "미국 쇠고기 수입판매하는 에이미트에 갔다오다"라는 글에서 인터뷰한 다른 쇠고기 수입업자의 "지금 파는 것은 손해보면서 파는거예요"라는 말이 단순히 밑지고 판다는 장사꾼의 입에 발린 소리 만은 아닐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미국산 쇠고기가 온 나라를 몇달째 뜨겁게 달구고 있는 첨예한 문제이고 광우병에 대한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보니 수입업자들은 국민들의 거부감을 무너뜨리고 판매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 낮은 가격을 마케팅 수단으로 선택했는지도 모릅니다.
또한 수입업체는 냉장상태로 수입된 후 통관이 되지 않아 냉동 보관 중인,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수입 쇠고기를 폐기하는 것보다 차라리 싸게 파는 것이 그나마 낫다는 판단을 했을 것입니다. 물론 그 손실분은 앞으로 수입 판매될 쇠고기 가격에 얹혀져서 소비자가 부담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가격에 판매가 가능한 이유는 현재 판매 가격되는 쇠고기가, 환율이 지금에 비해 낮았던 작년 10월 이전에 수입되서 냉동창고에 8개월 이상 통관을 기다리며 쌓여있던 물량인데다, 낮은 수입가에 더해 30% 세일된 가격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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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점 앞에 줄을 선 소비자들(From: 뉴시스)


연일 계속되는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장관고시를 강행한 것도 낮은 가격으로 사람들의 구매를 자극할 수 있을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안전성이야 어찌되었건 당장 한우보다 싸다면 어디 한번 먹어보자는 소비자들이 분명있을테니까 말입니다. 더구나 7월 1일 시판을 시작하고 사람들이 줄을 서서 구입한다는 기사를 보면 지금으로서는 그런 예측이 제대로 맞아 떨어진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만약 지금처럼 환율이 계속 상승하고 수입 업체들이 현재 싼 가격에 팔리고 있는 쇠고기의 낮은 이윤을 보상 받으려 한다면 앞으로 7월 이후 선적되서 들어올 쇠고기의 가격은 지금 가격보다 훨씬 높을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지금 당장은 원산지인 미국보다 낮은 가격에 팔고 있지만 지금 팔리고 있는, 유통기간이 얼마남지 않은, 냉동창고에 쌓여있던 물량이 다 소진되고 난 후, 그때는 가격이 어찌 될 지 궁금합니다. 더욱이 판매초기인 지금 싼 가격으로 미국 쇠고기에 대한 거부감을 무너뜨리고 확고한 소비차 층을 확보할 수만 있다면 앞으로 수입업자들의 가격 결정을 더욱 여유로와 질 것이기 때문에 그 가격이 얼마가 될 지 유심히 지켜봐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