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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글 Lv. 3

싼 기름 찾아 국경 넘는 미국인들


한국과 마찬가지로 매일 고유가 기록을 새로 쓰던 미국 휘발유 가격이 드디어 갤런당 $4(1058원/리터)을 넘어섰습니다. 지난번 고유가 시대를 맞은 미국의 반응 백태를 쓸 때만해도 $3.85(1017원/리터)였던 미국 평균 일반(Regular) 휘발유 가격은 이제 갤런당 $4.07(1077원/리터)까지 오른 것입니다.

이렇게 멈춰설 줄 모르고 오르는 유가는, 갤런당 $8(2116원/리터)까지 갈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과 함께, 고유가 부담에 시달리는 미국 사람들이 단돈 1센트라도 더 싼 주유소를 찾기 위해 자발적으로 GasPriceWatch.com이나 Gas Buddy.com과 같이 유가 정보 사이트에 서로 자신이 알고 있는 주유소의 판매 가격을 올려 유가 정보를 공유하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기름을 찾도록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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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8일 휴스톤의 싼 주유소 정보(From: http://gaspricewatch.com)


하지만 전미 평균 유가를 크게 뛰어넘는 미국내 최고 기름값을 자랑하는(?) 캘리포니아의 주민들은 이런 노력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 모양입니다.
캘리포니아 LA의 경우 갤런당 $4.93(1304원/리터)로 전국 최고 유가를 기록하고 있어  전국 최저인 오클라호마의 $3.68(974
원/리터)와 비교하면 갤런당 $1.25(331원/리터)가 비싸고 전미 평균보다는 갤런당 $0.86(228원/리터)를 더 지불하는 셈이어서 고유가의 압박을 더욱 크게 받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지역의 기름값이 다른 지역에 비해 특히나 비싼 이유는 미국내 판매되는 휘발유에 공통으로 부과되는 갤론당(3.8리터) 18.4센트(약 200원)의 연방세외에 주별로 각기 다르게 부과되는 주별 유류세가 갤론당 45.5센트로, 전국 최고 수준이어서 갤론당 총 세금이 63.9센트(약 169원/리터)로, 미국 평균 47센트(약 124원/리터)보다 높은(?) 세금이 부과되는 것도 한가지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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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8일 현재 미국 지역별 휘발유 가격 (From:http://gaspricewatch.com)


하지만 기름값의 45%를 유류세가 차지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유가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미국에서 캘리포니아 주의 갤론당 63.9센트의 유류세가 높은 유가의 주된 원인이라고 말하기는 힘듭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캘리포니아주의 정유업자들이 휘발유 생산량을 줄이는 대신 더 많은 이윤이 남길 수 있는 경유와 항공유 생산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에 휘발유 가격이 미국 평균보다 더 높게 오르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미국내 최고 유가가 지속되자 캘리포티아 샌디에고(San Diego)의 주민들 중 일부는 싼 기름을 찾기 위해 기발한 방법을 동원하기도 합니다. 그들은 미국 국경을 넘어 멕시코의 티유아나(TIJUANA Mexico)까지 가서 기름을 넣고 돌아 오는 대장정(?)을 마다하지 않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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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 기름 찾아 국경을 넘어 멕시코로 향하는 여정


샌디에고에서 갤론당 평균 $4.59(1214원/리터)하는 휘발유가 국경을 넘으면 갤런당 $2.54(672원/리터)로 훨씬 저렴하고, 경유는 차이가 더 커서 샌디에고에서는 갤런당 $5.04(1333원/리터)을 지불해야 하지만 멕시코에서는 $2.20(582원/리터)로 절반 이하에 불과하기 때문에 고유가에 고통받는 캘리포니아 샌디에고 주민들에겐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 되는 것입니다.

23년째 미국내 자동차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포드 F-150(Ford F-150)를 운전하는 운전자의 경우 샌디에고에서 26 갤론(98리터)의 휘발유를 채울 경우 $119(약 12만원)를 지불해야 하지만 멕시코에서는 $66(6만6천원)만 지불하면 되기 때문에 약 $53(5만3천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절약할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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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민차 4600cc Ford F-150 트럭

물론 왕복 약 60km에 이르는 적지 않은 거리를 달려야 하고 미국으로 재입국시 국경초소에서 정체되는 두시간을 감안하면 이를 위해 소모되는 기름또한 만만치 않겠지만 미국의 거의 절반 가격에 기름을 넣을 수 있다는 뿌리칠 수 없는 달콤한 유혹은 사람들에게 기꺼이 세시간을 소비하는 수고를 하게 합니다.
전적으로 샌디에고에서 주유 원정(?)을 나선 미국인들 때문은 아니겠지만,
멕시코 티유아나(TIJUANA Mexico)의 휘발유 판매량이 근래 들어 25%나 증가 하게 되었다는 것을 보면 싼 기름을 찾아 멕시코로 향하는 미국인들의 수가 적지 않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전 세계의 유가가 요동치는 가운데 멕시코가 인접한 미국의 절반 수준으로 기름을 판매할 수 있는 것은 멕시코 정부에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정유업계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결국 멕시코 국민의 세금으로 일부 미국 국민들이 싼 가격에 기름을 넣고 있는 셈입니다.
멕시코에서 넘어오는 밀입국자들 때문에 골치를 앓는 미국의 국민들이 도리어 멕시코 정부의 경제 정책의 의도하지 않은 혜택을 받기 위해 국경을 넘는다니, 참 아이러니 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앞으로 유가가 더 오른다면 싼 가격에 기름을 넣기 위한 또 어떤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올지 궁금해 집니다.




참고자료

http://ktla.trb.com/news/ktla-gas-mexico,0,1305757.story
http://www.msnbc.msn.com/id/25175249/
http://www.energy.ca.gov/gasoline/gasoline_q-and-a.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