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잡글 Lv. 3

미국 텍사스에도 경찰 사칭 전화 사기 출현


얼마전 한국에서 기승을 부린다는 각종 보이스 피싱(전화 사기) 피해 소식을 접하면서 '살기 어려우니 참 별의 별 사기가 기승을 부리는구나'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텍사스 휴스턴에 살고 계신 한 교민도 미국판 보이스 피싱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보니 이제 한국 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전화 사기도 당당히 신종 범죄의 한 종류로 등극(?)하는 것 같습니다.

지난 5월 31일 오후, 한인 도매상점이 밀집된 휴스턴의 하윈(Harwin)의 교포가 운영하는 한 업소에 교도소라며 한통의 수신자 부담 전화(Collect call)가 걸려옵니다. 전화를 건 사람은 어떤 불미스런 사건과 그 한인 업소가 연관이 있다고 해서 교포분을 당황하게 한 후 자신의 컴퓨터에 문제가 있어서 당장은 사건 파일을 찾을 수 없으니 담당 형사의 전화 번호를 가르쳐 주며 전화를 하라고 시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감옥에서 걸려 오는 전화...어쨌든 반갑지 않습니다.


교도소에서 걸려온 전화라는 말에 당황한 그 교민은 알려준 번호로 전화를 걸어서 담당 형사를 찾았지만 그런 사람 없다는 말을 듣고 자신이 전화 번호를 잘못 받아 적은 것으로만 생각하고 전화를 끊습니다.

그 후 업소로 걸려오는 전화가 자꾸 끊어지고 통화가 되지 않아 영업에 지장이 생기자,  전화 회사에 고장 신고를 하려고 전화를 한 이 교민은 이 업소의 전화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특정 번호로 착신전환이 되어 있다는 어이없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자신은 착신전환을 신청한 적이 없다는 이 교포분의 말에 안내원은 최근 교도소라며 걸려온 전화를 받지 않았냐고 되묻고 그제서야 교포분은 자신이 전화 사기에 당한 것을 깨닫게 됩니다.

아무리 눈 감으면 코 베어 간다는 세상이지만 단지 수신자 부담 전화 받고 전화 한 통 한 것 밖에 없는데 전화 사기꾼은 어떻게 이 교포분을 속였을까요?
그 답은 사기꾼이 담당형사의 직통 전화라며 알려준 번호에 있었습니다.

범인이 알려준 번호는 *(별표)를 누르고 728-324-8757을 누른 후 구내 연결번호 XX를 누르는 지역번호(728)+ 국번호(324)+전화번호(8757)+구내번호(XX)로 보이는 평범한 번호였지만 여기에 속임수가 숨어 있었던 것입니다. 
범인이 알려준 대로 전화를 걸면 보기와는 달리 *72+832-487-57XX 이런 식으로 전화가 걸렸던 것이고 여기에서 처음의 *72는 자동으로 착신전환을 신청하는 코드이고 뒷자리의 번호(832-487-57XX)는 피해 교민에게 걸려오는 전화가 자동으로 연결될 범인의 전화번호였던 것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72가 착신전화 신청 코드인 줄 모른 피해 교민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착신전환을 신청한 것이고 이후 범인은 자신에게 올 모든 수신자부담 전화를 피해 교민의 번호로 걸도록 해서 요금은 피해 교민에게 부담시키고 자신은 착신전환된 전화를 공짜로 받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전화 번호로 전화 개설자의 정보를 추적할 수 있는 Reverse Lookup 서비스로 이 전화 사기에 쓰인 번호를 추적해 본 결과 이 번호의 신청자의 주소는 피해 교민의 업소가 있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같은 휴스턴 내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해당 전화 번호를 Reverse Lookup으로 파악한 위치


이렇게 누구에게 착신전환된 통화가 연결되는지는 알 수 있지만, 피해 교민이 금전상의 손실을 입었더라도 착신번호의 주인이 자신은 이 일과 아무 관계가 없다고 잡아 떼면 -또 실제로 악의적인 장난으로 인한 또 다른 피해자 일 수도 있으므로- 손해 배상을 받을 방법도,처벌할 길도 없다는 것이 억울합니다.

사실 이러한 수법의 전화사기는 이미 몇년 전 부터 있어 왔던 고전적인 방법에 속하는 것이지만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이것이 사기인지 진짜인지 확인할 길이 없으니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피해자가 생길 우려가 있습니다. 
결국 대비책이라는 것은 교도소라거나 급한 일이라며 도움을 청하는 미심쩍은 사람에게서 걸려 오는 전화는 댓구하지 않고 그냥 끊어 버리는 것이 상책이지만 그냥 끊어 버렸다가 혹시나 진짜 중요한 전화를 놓칠 수도 있을 것 같아 이 또한 썩 마음이 내키지 않습니다.

사기 전화때문에 걸려오는 전화를 의심해야 하는 일이 생기니 세상이 더 각박해져 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러기도 뭣하고 저러기도 뭣한 이런 보이스 피싱 - 전화사기- 제발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