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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글 Lv. 3

미국 언론이 제네시스를 극찬했다고?


포탈에서 신문 기사를 쭈욱 훑어 보는데 눈길을 끄는 제목이 있습니다.
"미(美) 언론, 제네시스 '극찬'"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 하고 출처를 보았더니 "조선일보" 기사입니다.
그동안 쌓아온 학습(?)의 결과로 출처가 조선일보라는 것만으로 분명 허풍이 120%쯤 섞인 제목일거란 심증이 갑니다. 워낙 자기들 마음대로 침소봉대하길 좋아하는 신문이다보니 오늘은 또 무슨 내용으로 사람들을 낚으려하는지 궁금해 지는 것이, 참을 수 없어 제목을 클릭하고 기사를 열었으니 결국 오늘도 낚인 셈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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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선택한 기사 제목 (from: http://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08/11/02/2008110200616.html)


"미(美) 언론, 제네시스 '극찬'"라는 밖으로 보이는 제목외에 원문기사에는 "USA투데이 "현대車 실력 뛰어나"라는 부제목이 함께 붙어 있는 것을 보니 오늘은 "USA투데이=미국언론"이라고 뻥을 친 모양입니다. USA Today가 미국 신문인건 맞지만 그 신문 하나에 난 이야기를 가지고 마치 미국 언론들이 이야기한 것처럼 제목을 뽑는 건 좀 많이 부풀린 노낌이 듭니다. 그런데 USA Today에 난 기사라는 것을 보니 며칠전 이 신문에서 현대 제네시스에 관련된 기사를 읽은 것이 생각납니다.
제 기억으로는 며칠전 USA Today에서 제네시스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린 시승기가 있었지만 "극찬"이라는 낯간지러운 단어를 쓸만큼 크게 칭찬을 한 것 같지는 않았던 것 같아 무언가 이상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선일보의 기사는 기자가 작성한 것으로 되어 있었지만 '친절한 구글씨'께서 원글은 따로 있다고 살짝 귀뜸해 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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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의 원래 보도자료


구글씨가 알려준 기사의 출처는 현대자동차 홈페이지의 투자가 뉴스에 올라온 현대자동차가 배포한 보도자료였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기자는 "미 USA Today에서 극찬..."이란 현대자동차의 광고 배포자료를 가져다가 미국 일간지 중 하나인 USA Today를 미국 언론으로 둔갑시켜 "미 언론 제네시스 극찬"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쓴 것입니다.
요즘 기자들의 글쓰기에 문제가 많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리기는 하지만 이번 경우는 좀 심한 것 같습니다. 현대자동차가 무슨 연합뉴스 같은 통신사도 아닌데 자사 광고를 위해 올려 놓은 글을 가져다가, 문장만 살짝 바꿔 놓고는 기자 자신의 이름을 떡~하니 붙여서 기사라고 올리다니, 배짱이 좋은 건지 양심이 없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기자가 가져다 쓴 현대자동차가 배포한 자료에는 USA Today가 제네시스를 '흠잡을데 없이 매우 훌륭한차"라고 칭찬했다는 요지의 이야기를 중간 중간 원문까지 함께 곁들여 작성해 놓았는데 다시 살펴본 USA Today기사와는 비슷하면서 살짝 2%+2%=4%쯤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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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시승기가 실린 USA Today


사실 조선일보 기자가 받아 쓴 현대자동차의 보도자료는 USA Today 기사의 도입부분정도만을 인용해서 작성된 것이고 보도 자료에 언급되지 않은 다음 문장에는 "시승에 사용된 V-8과 V-6는 잘 만들어져서 단점을 발견하긴 어렵지만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몇가지 사소한 불만 사항들을 나열하고 있습니다.(Two Genesis test cars, a well-furnished V-8 and a lower-level V-6, were so right that it's hard to find gripes. Hard, not impossible — though some beefs are pretty minor.)



• 키 큰 운전자가 앉기엔 앞 좌석이 뒤로 충분히 빠지지 않는다(Front seat didn't go back far enough for some taller drivers)

• 울퉁불퉁한 도로에선 통통 튀는 듯한 승차감이 느껴진다.(Ride felt bouncy on undulating pavement)

• V-8에 장치된 오디오 조절 스위치는(joy-knob controller) 다른 차종에 비해 간단하긴 하지만 그래도 라디오 방송국을 설정하려면 대여섯번은 조작해 줘야 한다.(Console-mounted joy-knob controller on the V-8 tester (like BMW's iDrive) was simpler to use than most — so only mildly annoying. You still had to go through up to half-a-dozen motions just to assign a preset button to a radio station, for instance.)

• V-8에 장착된 나무 핸들(steering wheel)은 보기는 좋지만 이런 나무 재질은 선반이나 보트에나 어울림직하다. 나무 핸들은 겨울에는 차갑고 여름에 땀이 차고 미끄러지기 쉽다. 차라리 가죽으로 바꿔달라. (The wood section on the steering wheel in the V-8, while handsome, was a reminder that wood is for decks and boats, not cars. Wood steering wheels are cold in winter, sweaty in summer, hard and slippery always. Leather, please.)

• V-8 차량은 감속시에 갑자기 덜커덕거리는 느낌이 든다. 연비를 향상시키기 위해 관성주행시 연료를 차단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지만 너무 급작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은 좋지 않은 듯하다. 하지만 V-6엔진 차량에서는 이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The V-8 was jerky on deceleration. To improve mileage, the fuel flow to the engine immediately shuts off when you coast. Nice idea, but a little too abrupt and obvious. Didn't happen on the V-6, which is tuned differently.)

• 측방 거울에 내장된 방향지시등이 운전자의 신경을 거슬릴 만큼 너무 밝다.1cm정도만 위치를 바꾸면 해결 될 것 같다.(Mirror-mounted turn signals were annoyingly bright in the driver's periphery. Move the signals half an inch to solve that. The driver doesn't need to see them — they're for the fool in your blind spot who can't see your rear turn signal.)

• 대쉬보드와 문 전체를 가로지르는 번쩍이는 크롬띠가 멋지긴 하지만 그렇다고 전체를 가로질러 부착돼 있는 건 어색해 보인다. (Horizontal chrome strips across the dashboard and doors were designed not to mate where those panels adjoin, instead to leave a gap. The strips line up perfectly, but don't run all the way to the edge of the dash or door. Odd.)
그리고 나서 덧붙이길 $33,000 to $42,000의 가격대에서 싼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요즘 기준으로 볼때 터무니없는 가격은 아니라며(No, it's not cheap at $33,000 to $42,000, but neither is it outrageous by today's standards.) 가격을 무시하고 보았을땐 든든한 경쟁력이 있고 가격을 고려하면 이 차처럼 모든 것을 만족시키는 차는 없을 것 같다고 이야기 합니다. (Ignoring price, it's a credible contender. Considering price, there might not be another car that's such an all-around satisfier.)

결국 USA Today에 실린 시승기는 제네시스의 품질에 대해 칭찬을 하고는 있지만 몇 가지 단점들도 함께 지적하며 전반적으로 "보기 드물게 좋다(Uncommonly good)라고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그 정도 사양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가격대와 성능으로 보았을때 좋은차다라는 것이 시승기를 작성한 "James R Healey"의 의견인 것 같습니다.

제네시스에 대한 칭찬과 몇가지 단점들을 함께 지적한 이 시승기는 읽는 사람에 따라 '그냥 좋은 평가를 한 정도구나'라고 볼 수도 있고, 극찬한 것이라고 달리 볼 수도 있겠지만, 제네시스를 판매하는 현대자동차가 부정적인 평가를 한 부분은 쏙 빼고 좋은 평가를 한 단락만을 짜집기해서 보도 자료를 만든 것은 애교로 봐 줄만해도 그걸 그대로 가져다가 마치 자신들이 작성한 기사인 양 "미국 언론이 극찬" 운운하며 제목을 다는 조선일보는 좀 어이 없어 보입니다. 아무래도 USA Today의 원문 기사는 읽어보지 않고 현대자동차의 보도 자료를 그냥 옮겨다가 기사로 쓴 것 같습니다.

워낙 상식과는 동떨어진 일을 하는 조선일보이지만 이렇게 까지 발벗고 나서서 허풍을 떨어가며 제네시스를 띄워주는 이유는 무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현대가 벤츠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럭셔리 세단을 만들겠다며 야심차게 개발한 제네시스의 미국내 판매 실적은...안타깝게도 그리 좋지 못합니다. 물론 국내 판매 또한 신차효과가 사라졌는지 급감하고 있습니다.


위의 그래프에서 보듯이 국내 판매실적은 3월 4700여대를 정점으로 급감해서 9월에는 3월달의 1/4수준인 1300여대밖에 팔지 못해서 올해 목표라는 3만5천대를 팔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또한 중국과 미국을 포함한 수출마저도 6월달의 3100대에서 9월달엔 1400여대로 절반이하로 줄어버린 상황에서 조선일보까지 나서서 미국 언론들이 극찬했다고 나발을 부는 것은 국내 시장 판매를 늘리려는 현대자동차를 도와 주겠다고 나서는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일보가 호들갑을 떤다고 미국 판매량이 늘지는 않을 테니까요.

제네시스의 10월까지 판매 현황을 보면 올해 미국내 판매 목표인 8000대에는 크게 못미칠 것 같지만 경제 환경 악화로 럭셔리 자동차의 판매가 급감한 미국 시장에서 8월부터 10월까지 월 1000대 수준으로 다른 경쟁 차종(현대가 이야기하는 렉서스 ES 350, BMW 5시리즈, 벤츠 E 클래스)에 비해 비록 판매 댓수는 절반도 안 되게 적지만, 8월이후 급격한 판매 감소를 겪고 있는 다른 경쟁 차종에 비하면 그나마 꾸준한 판매고를 이어 나가고 있기 때문에 다행이라 생각됩니다. 미국 시장에서 7월부터 일반에 출시된 제네시스가 운이 없게도 출시하자 마자 불어닥친 고유가와 경기침체의 타격을 단단히 받고 있기는 하지만 이런 제반 환경들을 고려할때 고급차로서의 인지도가 약한 현대로서는 그래도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현대차가 세단과 쿠페를 합해 제네시스의 미국 판매댓수를 5만여대로 잡은 것은 BMW 5시리즈나 벤츠 E 클래스와 비슷한 판매고를 올릴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경쟁 차종이라는 렉서스 ES350이나 BMW 5시리즈나 벤츠 E 클래스 모두 작년과 비교해 월별 최대 -50%, 평균 -8%에서 -21%까지 판매 감소를 겪고 있는 걸 보면 제네시스의 앞날도 그리 순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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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경쟁차종 미국 판매현황(200


더구나 미국 자동차 시장이 경기침체의 여파로 지난 9월에 월 판매량이 100만대 이하로 떨어지고 10월에는 90만대도 채우지 못하는, 그야말로 칼바람이 부는 시베리아 벌판처럼 얼어붙어 버렸기 때문에,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 한 제네시스를 포함한 현대자동차의 판매부진 또한 장기적으로 갈 것 같아 보입니다. 그래도 6월까지 전반기에는 전반적인 미국 자동차 시장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작년 2007년과 비슷한 판매실적을 올리며 선전했지만 하반기 들어서는 전체 미국 시장의 감소에 따라 함께 하락하고 있어서 약 남은 2달동안 판매가 계속 큰 폭으로 떨어진다면 현대자동차 역시 경기침체의 수렁에서 벗어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전체적인 미국 자동차 시장의 위축 속에서 지금까지 현대자동차의 판매는 그런대로 작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선전하고 있다고 보여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9월 판매가 8월에 비해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나름대로 품질에 자신이 생긴 현대 자동차가 그동안의 싼 맛에 타는 차라는 싸구려 이미지를 개선하고 고부가치의 럭셔리 승용차 시장에 도전한다는 두가지 목표를 동시에 이루기 위해 출시한 제네시스가 때를 잘못 타서 고유가와 세계적인 경기침체라는 악재에 휘말려 매력을 잃어 가고 있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리고 미국 한 신문에 난 긍정적인 시승기를 미국 언론이 극찬했다고까지 광고해야 하는 현실도 참 서글프게 느껴집니다.





참고자료

http://www.usatoday.com/money/autos/reviews/healey/2008-10-30-hyundai-genesis-2009
http://thepassionatepursuit.com/
http://ir.hyundai-motor.com/
http://www.hyundainews.com/Corporate_News/Sales_Releases/
http://www.theautochannel.com/
http://www.emercedesben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