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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글 Lv. 3

중국 짝퉁차는 정말 조롱거리에 불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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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그래도 우리에게 "Made in China"는 조악한 공산품의 대명사였지만 얼마전 전세계를 놀라게 한 멜라민 성분이 든 우유 파동으로 중국산 제품은 더더욱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듯 합니다. 또한 시중에 나도는 소위 짝퉁이라 불리는 진짜같은 가짜 중국산 제품들 역시  전세계적으로 중국의 이미지를 많이 훼손시키고 있습니다. 자동차도 예외는 아니어서 유명 메이커의 디자인을 그대로 본뜬 짝퉁 중국산 자동차는 우리에게 단골 조롱거리였습니다.

하지만 유명 외제차의 디자인을 그대로 베끼다 시피한 중국산 자동차를 조악한 품질의 짝퉁으로만 여기고 얕잡아 보는 것은 차칫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많이 조사하지 않아도 유명 메이커의 자동차 디자인과 비슷한 중국 자동차는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니 워낙 많아 일일이 다 열거하기가 힘들 지경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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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체리자동차의 QQ($4,000-$7,000)와 GM대우의 마티즈($10,000)

우리나라의 GM대우 마티즈를 그대로 본따 만든 짝퉁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중국 체리자동차의 QQ(Chery QQ)는 2003년에 중국 소형차 시장 판매율 1위를 기록해서 이에 자극받은 다른 중국 자동차 회사들이 짝퉁 경쟁(?)에 뛰어들게 한 1등 공신입니다. 짝퉁 마티즈인 QQ의 인기는 2004년 이 회사 전체 자동차 판매의 54%를 차지할 정도로 중국내에서 인기가 높았고 남미 쿠바와 이란에도 많은 수를 수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원조인 GM대우가 표절이라며 제소했지만 결국 화의를 한 후 지금도 중동국가와 남미에 수출되고 있는 있습니다.

사실 체리자동차가 마티즈의 짝퉁인 QQ를 만들어 판다고 해서 얕잡아 볼 회사는 아닙니다. 1997년 처음 완성차를 내 놓으며 중국 자동차의 역사를 시작한 이 회사는 쌍용 자동차를 인수해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중국 최대 자동차 그룹인 상하이 자동차의 12개 계열사 중에 하나로, 작년 7월 크라이슬러와 하청 계약을 맺고 '닷지' 브랜드로 남미와 개도국에 판매할 준비를 하고 있고 2010년에는 미국 시장에 까지 진출한다는 원대한 포부를 키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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솽환 자동차의 노블($7,000-$9,000) 역시 한눈에 벤츠의 스마트 포투($12,000)

지난 4월 20일 중국 베이징에서 개막된 ‘오토 차이나 2008’ 에 전시되기도 했던 솽황 자동차의 노블(Shuanghuan Noble) 역시 한눈에 벤츠의 스마트 포투(Mercedes Smart Fortwo)인 것을 쉽게 알아 볼 수 있습니다. 쌍환자동차가 스마트 포투의 짝퉁인 노블을 독일에 수출하기 시작했을때 독일 총리까지 나서서 '어떻게 독일차 짝퉁을 독일에 다시 팔 수가 있느냐'며 발끈했지만 결국 올해부터 독일 시장에서 판매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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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야디 F8($27,000-$29,000)와 벤츠의 CLK($47,000-$62,000)

중국 자동차 회사가 독일차의 디자인을 베낀 것은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오토 차이나 2008’에서 선을 보인 비야디(BYD) 자동차의 컨버터블카 ‘F8’(BYD F8 )의 앞모습은 벤츠의 CLK를 복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똑같습니다.

이 BYD란 회사는 원래부터 자동차를 만들던 회사가 아니라 1995년 창립된 중국 최대의 핸드폰 배터리 생산업체였다가 5년전부터 자동차를 생산하기 시작한 신생회사입니다. 짧은 역사를 가진 회사에 불구한데도 멋진(?) 디자인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것도 신기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회사 홈페이지(http://www.byd.com)의 Dealer Locator 항목에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59개국에 자동차를 판매한다고 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이 정도 수출망이라면 현대자동차보다도 훨씬 나을듯하지만 물론 그 중 어느 한나라도 실제 자료와 링크가 되어 있지 않으니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말입니다. 아무튼 꿈은 원대한(?) 회사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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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제는 회사 로고를 바꿨지만 한때는 독일 BMW와 유사한 로고를 사용해서 로고까지 베끼냐는 비아냥을 듣기도 한 경력도 있습니다. 하긴 BMW나 BYD나 이름도 비슷하고 태연하게 디자인도 베끼고 전세계가 보는 홈페이지에도 허풍을 떠는 간 큰 회사인데 그깐 로고 정도 빌려다 쓰는 것이 무슨 대수 일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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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판 320($6,000-$8,000)과 BMW 미니쿠퍼($18,000)

BMW의 유명세는 로고 표절 정도에 그치지 않습니다.
2003년부터 자동차 생산에 뛰어든 중국 최대의 오토바이 제조 업체인 리판자동차는 소형차에 주력하는 회사 특성을 살려 BMW의 미니쿠퍼(BMW Mini Cooper)와 거의 흡사한 리판 320(Lifan 320)을 생산 판매하고 있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미니쿠퍼의 4 도어형처럼 보이는 이 차를 리판 자동차에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독자 모델이라고 주장하는 걸 봐서는 철면피한 회사이거나 미니쿠퍼가 어떤 차인지 모르는 회사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리판 자동차는 비록 뻔뻔하기는 하지만 2006년엔 브라질의 크라이슬러 캄포라르고 엔진공장을 사들이고 상하이 통지(同濟)대학과 산학협동을 통해 100% 독자기술로 리판 520을 개발해서 중국은 물론 러시아·나이지리아·알바니아에 수출하는 저력있는 회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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솽황 자동차의 CEO($19,000)와 BMW X5($45,000-$53,000)


BMW의 수난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뒷모습은 BMW의 SUV인 X5, 앞모습은 혼다의 CRV와 흡사하고 로고는 쌍용자동차와 거의 비슷한, 흡사 표절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CEO(Shuanghuan CEO)를 만든 샹황 자동차는 2007년 대담하게도 이 자동차를 독일에 수출을 시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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솽황 자동차의 CEO와 혼다 CRV


한눈에 봐도 표절이란 것을 금방 알 수 있는 유사한 디자인의 차를, 베낀 차의 생산국에 당당히 수출하려 한다니 이 정도면 정말 대륙의 거대한 기상(?)과 배포에 고개가 숙여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스마트 포투의 짝퉁에는 그냥 참았던 독일도 짝퉁 SUV까지 들고 들어오는 것에는 참을 수가 없었는지 BMW의 하소연에 독일 법원에서는 독일내 판매를 금지시켜 버립니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는 베짱과 기개의 나라 중국은 결국 이탈리아에 이 차를 당당히 수출하고 있습니다.

중국 자동차 회사들의 디자인 베끼기는 일본차라고 해서 주저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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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자동차의 쿨베어($5,000-$8,000)과 토요타 싸이온($16,000)


장성 자동차는 2006년 베이징 모터쇼에서 토요타의 싸이온(Toyota Scion xB)과 거의 비슷한 Coolbear를 선보여서 논란을 일으키더니 새로 디자인을 개선했다며 2007년 상하이 모터쇼에는 토요타의 싸이온과 더 비슷해진 Coolbear를 선보였습니다.
요즘 자동차들의 디자인이 유행을 따라가다 서로 비슷해 지는 경향이 있다고는 하지만 다른 어떤 차보다 튀는 박스형태의 싸이온의 경우에는 디자인을 베낀게 아니라 최신 유행을 참고하다보니 비슷해졌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 회사는 이외에도 이탈리아 피아트사의 판다(PANDA)와 거의 흡사한 페리(Peri)를 수출하려다 이탈리아 법원으로부터 수입금지 명령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짝퉁을 만들었다고 해서 장성자동차가 결코 작은 회사는 아닙니다. 이미 세계 70개국 이상에 자동차를 수출하고 러시아와 합작해서 연간 25,000대 이상의 SUV를 생산해내는 중국내에서도 손꼽히는 큰 자동차 회사입니다.

이렇게 남의 디자인을 베껴 자동차를 만들다 보니 당연한 일인지는 몰라도 2006년 중국품질협회와 전국소비자위원회가 조사한 자동차소비자 만족지수에서 중국 브랜드의 자동차는 구매한 지 6개월 이내에 새 차 평균 고장률이 77.1%에 달하는, 품질면에서는 아직 갈 길이 먼 상태라는 것을 드러냈습니다.

자동차의 품질과 더불어 안전도 면에서도 이미 유럽시장에서 행해진 몇건의 자동차 안전도 테스트에서 중국 자동차들이 보여준 최악의 결과들은 아직 안전도에도 문제가 많음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2006년 중국 최초로 유럽에 수출하려다 Euro NCAP의 안전도 테스트(Landwind 충돌테스트)에서 탑승자 전원 사망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운바 있었던 중국 자동차는 그후에도 역시 안전도 면에서 그다지 향상된 결과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센양(瀋陽) 브릴리언스 진베이 자동차의 중화(Zhonghua)

하지만 위에 소개한 센양(瀋陽) 브릴리언스의 경우 처음 충돌테스트에서는 형편없는 결과를 보였지만 단시간내(76일)에 안전도가 향상된(비록 별 1개가 3개로 올라간 것에 불과하지만)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내는 저력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앞으로도 언제까지 품질까지 저렴한(?) 자동차를 만들것으로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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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남의 디자인을 베끼다 시피한 한 저품질의 짝퉁자동차가 워낙 도드라져 보이다 보니 중국 자동차 산업이란 것이 형편없는 수준이구나라고 단정해 버리기 쉽지만 이런 짝퉁 차들은 한 해에 수 없이 쏟아져 나오는 중국 자동차의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짝퉁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들은, 간단히 살펴본 것처럼 비록 생산 차종중에 짝퉁이 있기는 해도 그것으로 회사전체를 폄하해 버리기엔 만만치 않은 잠재력이 옅보이는 회사들입니다.  

비록 아직까지 질적인 면에서는 다른 나라 자동차와 상당한 격차를 보이는 중국자동차이지만 양적인 면에서는 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중국 내수 시장은 물론 중동, 남미의 개발 도상국과 아프리카에서는 소형차 부문에서 상당한 판매고를 올리고 있습니다. 마치 일본이 그랬고 그 뒤를 이어 한국 자동차 회사가 그랬듯이 중국은 싼 가격의 소형차를 가지고 세계 시장을 파고 들고 있는 것입니다. 어쩌면 유럽시장에서 벤츠나 BMW같은 유명 자동차 회사들이 판매량이 얼마되지 않는 중국산 짝퉁자동차를 문제 삼는 것도 저가, 소형차 시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견제 노력인지도 모릅니다.

중국 자동차 산업은 아직 첫걸음을 떼고 있는 것이겠지만 세계 1위의 외환 보유고를 바탕으로 쌍용자동차를 사들이고 영국 MG로버를 인수하며 품질 향상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는 노력을 계속한다면 멀리 않은 장래에 더 이상 싸구려 짝퉁 자동차를 생산하지 않고 양과 질에서 모두 다른 나라를 압도하는 자동차 산업을 갖게 될 지도 될지도 모릅니다.


급속하게 산업화를 이루며 경제적 부의 급성장을 이루고 있는 중국의 자동차 시장은 이미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의 자동차 생산국이고,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자동차 소비시장으로 성장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2002년부터 생산댓수에서 능가했고 그 격차는 해마다 커지고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상승세라면 2년 안에 중국시장의 1.7배인 미국 시장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아직까지 중국 자동차 메이커들은 비록 유명 디자인을 베껴 자동차를 생산하고는 있지만 적어도 양적인 면에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형편없는 회사들이 아닌 것입니다. 자신들의 모자란 기술을 외국 회사와 합작형태로 보완하고 이탈리아의 유명 자동차 디자인 회사에 디자인을 의뢰하는 것을 보면 예전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들이 걸어 왔던 길을 그대로 따라오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 자동차 회사들이 그랬듯이 언젠가 지금의 저품질을 극복할 날도 올 것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만약 그런 날이 생각보다 빨리 온다면 높은 브랜드 가치를 내세워 고가의 자동차를 판매하는 유럽자동차와 싼 가격에 괜찮은 품질을 갖춘 중국 자동차 사이에서 한국 자동차가 설자리는 더욱 좁아 질지도 모릅니다.그때가 되서도 우리가 중국 자동차를 비웃을 수 있을지...과연 그럴 수 있을까요?



* 자동차 가격은 중국가격($), 미국 가격($)입니다.(단 마티즈는 영국가격)


참고자료

http://money.cnn.com/galleries/2008/fortune/0810/gallery.china_cars.fortune/4.html
자동차 공업협회: http://www.kama.or.kr/RS/Supply?key=PRODUCT&cmd=USER&ymGb=year
한국 수출입은행 "중국 자동차 산업 현황 및 전망", 2008년 4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