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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글 Lv. 1

쇼핑해서 애국하자는 미국


사랑은 움직이는 것이라더니 시대가 바뀌면 격언도 바뀌나 봅니다.

예전 미국 케네디 대통령의 연설중에 "국가가 여러분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를 묻지 말고, 여러분이 국가를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를 물어 봅시다"라는 유명한 구절이, 오늘날의 미국인들에게는 "국가가 여러분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를 묻지 말고, 내가 이 멋진 신발을 살 수 있을까를 물어 봅시다"로 바뀌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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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Ask "can I get this shoe in a size seven?"' 지난 주말 동네 쇼핑몰에서 본 입간판의 문구입니다.
좀 황당한 이야기로 들릴수도 있는 소비를 장려하는 이 광고는, 침체니 불황이니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한 미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노력의 하나입니다.

지난 "국민에게 공짜로 돈 나눠주는 미국"이란 글에서 이야기했던 세금환급 수표(Tax Rebate Check)가 드디어 국민들에게 배달되기 시작하면서, 국민들이 정부에게서 받은 횡재나 다름없는 공돈을 소비로 돌리기 위해 쇼핑을 장려하는 이런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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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송하기 위해 인쇄된 세금 환급 수표(Rebate Check)


지난 2월 의회를 통과한 세금 환급법안으로 연소득 $150,000 (1억5천만원)이하의 두 자녀를 둔 가정의 경우, 부부에게 각각 $600 (60만원)씩, 자녀 1인당 $300(30만원)해서 합계 $1800(180만원)이라는 결코 적지 않은 액수의 돈보따리를 받게 된 것입니다.

소득 신고액 리베이트액
개인 소득 $75,000 (7500만원)이하 $600 (60만원)
부부 소득 합계 $150,000 (1억5천만원)이하 $1,200 (120만원)
저소득자 $3,000(300만원)이상) 개인당
$300 (30만원)
17세 이하 자녀 1명당
$300 (30만원)

미국 전체 인구의 43% 가량인 1억300만명에게 우리나라 1년 예산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약 1100억달러(110조원)가 돌아가는 이번 세금환급조치는 경기 침체로 유축되는 소비와 투자 심리를 자극해서, 경제가 불황으로 가는 것을 막아 보겠다는 부시 행정부의 야심찬(?) 의도에 따른 것입니다. 아예 불황이 와서 경기가 얼어 붙어 버리면 다시 살리기 어려우니 그 전에 어떻게 해서든 막아보겠다는 부시 행정부의 간절한 소망이 담긴 조치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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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수표앞에서 세금환급 수표발송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낸시 펠로시 연방하원의장.


전 국민에게 현금을 나눠줘서 경기를 살려 보겠다는, 언뜻 보기에 황당해 보이는 이런 시도가 사실 미국에서는 처음이 아닙니다.
이미 2001년 1인당 $300 (30만원)씩 세금 환급을 했던 미국 정부는, 국민들이 받은 세금 환급금의 3분의 2(2/3)를 6개월안에 소비해서 성공적으로 경기침체를 막았다1)"면서 이번에도 소비를 통해 약700억달러(70조원) 가량의 돈이 미국 경제에 흘러 들어가서 연말쯤에는 국내총생산(GDP)을 1% 가량 끌어 올릴 수 있을거라 낙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미국 정부의 낙관론은 경제학자들 뿐만이 아니라 하늘에서 뚝 떨어진 돈 다발을 쥐게 된 국민들에게서도 그리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2001년 여름의 세금 환급이 그해 연말까지 소비 지출을 7%가량 늘리고 1.6% 가량 경제 성장을 가져온 것은 사실이지만 금새 그 약발이 다해 다음 해 1사분기에는 오히려 소비 지출이 1.4%가량 후퇴했다며 이번에도 역시 그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2)

또 CBS News와 New York Times가 공동 조사한 설문조사에서도 56%의 미 국민들은  이번 세금 환급이 미 경제를 살리는데 별 도움이 되지 못할 거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3)
더구나 세금 환급으로 받은 돈을 어디다 쓰겠냐는 질문에 18%의 사람들만이 미국 정부가 의도한대로 쇼핑이나 휴가를 보내는데 쓰겠다고 대답해 부시 행정부가 물가 상승을 무릅쓰고 시중에 돈을 뿌리는, 이번 조치의 걸고 있는 기대를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현재 미국은 경기 침체에 빠진 것이 아니라 단지 경제 성장이 둔화 되었을 뿐이라고 항변하고 무디스에서도 비록 사람들이 계획하는 것과 실제 행동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결국은 2001년 세금 환급때처럼 3분의 2 가량을 소비할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이번에는 2001년때와는 상황이 달라 국민들이 쇼핑을 통한 소비보다는 대출이나 신용카드 빚을 갚는데 이 돈을 쓸 것이고 소비하더라도 평면 TV같은 외국 생산품들에 집중될 것이기 때문에 미국 경제에는 별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더구나 이라크 전과 경기침체로, 안 그래도 심각한 미국 정부의 재정 적자가 이 돈 잔치로 인해 더욱 늘어나, 연방정부의 적자 규모가 $2500억(250조)이상에 달하게 되면, 결국 이 모든 부담이 결국 납세자의 몫으로 돌아 올거라는 암울한 예측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이번 세금 환급은 몇 시간 두통을 잊게하는 진통제처럼 반짝 일시적인 효과를 가져 올지는 몰라도 전반적인 경기부양에는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차라리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국민들에게 돈다발을 안길 것이 아니라 세금을 낮춰서 고용을 창출하고 투자를 유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더욱 설득력을 갖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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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http://www.howstuffworks.com/recession5.htm


이런 의견들을 종합해 볼때 시중에 돈을 풀어 소비와 투자를 증진시켜 경기 위축을 타개해 보겠다는 미국 정부의 시도는 아무리봐도 "언발에 오줌누기"가 아닐가 싶지만 막상 내 주머니에 생각지도 않았던 돈 다발이 굴러 들어 온다니 그리 싫지만은 않습니다.
 
국가 운영을 기업 경영쯤으로 생각하고 자신의 정책에 반발하는 국민들을 노사분규에 나선 노동자쯤으로 여기는것 같은, 미국을 좋아하는 이명박 대통령이라면, 입막음용 보너스를 주는 기분으로, 땅에 떨어진 인기도도 올릴 겸, 경기 침체도 해결해 볼 겸, 한번쯤 고려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상상을 해 봅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결국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겠지만 말입니다.





참고자료

1) http://washingtontimes.com/article/20080214/BUSINESS/538484221/1006
2) http://www.heritage.org/Research/Economy/wm1776.cfm
3) http://www.cbsnews.com/stories/2008/04/28/national/main4051110.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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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26 - 국민에게 공짜로 돈 나눠주는 미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