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2일 삼성 이건희,이재용 부자가 퇴진을 발표하고 하루 있다가 뜸금없이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한국 최고의 부자 40인"이란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포브스지에서 해마다 세계 제일의 부자를 선정해서 발표하기는 하지만 시기도 그렇고 각 개인의 특기 사항에 비리 의혹이나 수사받은 경력, 처벌 받은 내용(정몽구,이건희,이재용,이명희,최태원,김승연)이 다루어져 있고 한진 조양호 회장의 경우에는 유산 상속을 둘러싼 형제간의 다툼을 슬쩍 애둘러 이야기 하고 조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경우는 고가의 의류와 신발을 강탈당했다는 일화를 곁들인 것이, 다분히 의도를 가지고 작성된 기사가 아닐까 하는 묘한 여운이 남습니다.
기사를 참고해서 각 개인별 재산과 특기 사항을 정리해 본 다음 표와 그래프를 보면 재미있는 사실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한국 최고의 부자 1위와 2위는 정몽준, 정몽구 형제였고 3위와 4위는 이건희,이명희 남매, 5위와 6위는 신동빈,신동주 형제가 차지했습니다. 1위부터 6위까지가 각각 현대,삼성,롯데 창업주의 2세인 형제,남매들이 앞서거니, 뒷서거니하며 차지한 것이 의미 심장합니다.
또 40인 중에는 부부가 함께 올라 돈에 관해서도 돈독(?)한 애정을 과시하는 부창부수(夫唱婦隨)의 부부가 2쌍이나 되는데 첫번째가 이건희(3위:2조7,000억원)-홍라희(28위:7,000억원)부부이고 두번째가 구본무(8위:1조 4,000억원)-김용식(35위:5,700억원)부부입니다.
한국 최고 부자 40인중 1위-20위($1=1,000원으로 계산)
한국 재산가 40인에 오른 사람중 가장 젋은 사람은, 삼성의 이재용이 아닐까 했지만, 6,300억원으로 29위에 오른 29세의 설윤식이란 낯선 이름이었습니다. 하지만 예전 대한전선 창업주 설원량 회장의 유산을 상속하는 과정에서 역대 최고 기록인 1,335억의 상속세를 납부했던 일을 기억한다면 그 아들이 27세라는 어린(?)나이에 6,300억원이란 재산을 소유했다는 것이 그리 놀랄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40인중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은 5,750억으로 34위에 오른, 85세의 롯데 그룹 창업자 신격호 회장입니다. 롯데는 신격호 회장 이외에도 두 아들,신동빈,신동주가 함께 순위에 올라 3부자가 한국 최고의 부자 40위에 함께 이름을 올렸습니다.
40위안에 이름을 올린 개인들을 관련 그룹별 인원수로 보면 삼성(7명),LG(6명),현대(5명),롯데(3명),GS(2명)순으로, 삼성 관련된 개인이 제일 많았습니다.
또 각 관련 그룹별 재산합계로 보면 삼성(10조 1500억원),현대(8조 1,150억원), LG(5조 3,550억원),롯데(3조 8,250억),GS(1조 8,250억원)으로 삼성은 인원수와 재산 합계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습니다. 더구나 공식적인 재산 이외에 지난 특검수사에서 거론된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에 들어 있는 4조 5,000억원까지 고려하면 거의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액수(14조 6,500억)가 됩니다.
또 우리나라에서 가장 돈이 많은 여자 부자 역시 4위에 오른 삼성 이건희 회장의 여동생 이명희 신세계 회장으로, 삼성은 비록 공식적인 순위에서는 현대에 밀렸지만 인원수,공식,비공식 재산합계,최고 여자부자의 4관왕을 독식한 명실공히 한국최고의 부자 집안 인 것 같습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한가지 사실은 LG는 현대보다 1명 많은 6명이 40위안에 이름을 올렸으면서도 재산 합계는 현대에 비해 2조 7,600억원 가량 적다는 점입니다. 아무래도 정몽준,정몽구 형제가 1위,2위를 차지한 것이 LG 계열보다 인원수는 적었지만 소수정예(?)의 효과를 거둔 것 같습니다.
한국의 40대 부자의 총 재산을 모두 합하면 약 41조 8850억원으로 2008년 정부 예산 195조1000억원의 약 21%에 해당하는 대단한 금액입니다. 하지만 42조라는 숫자는 전체 40명의 재산을 모두 합했을때 이야기이고, 각 개인당 재산을 비교해 보면 역시 여기에도 빈부(?)의 격차가 심하게 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위의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1위에서 12위까지는 3조원에서 1조원까지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지만 13위부터의 28명은 5,000억원에서 1조원이 안되는 재산을, 순위별로 커다란 차이없이 소유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한국 최고의 부자 40인이 소유하고 있는 총 재산의 51%를 1위 부터 12위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것은 다른 말로 하면 13위 이하의 28명의 재산을 모두 합해도 상위 12명이 가진 재산보다 적다는 말이 됩니다. 이렇게 부자들 사이에도 빈부격차(?)가 있나 봅니다.
하지만 비록 40명의 제일 마지막에 해당하는 미래에셋 박현주 사장의 재산 5,100억원도도시근로자 한 가구가(한명이 아니라 한 가구 전체가) 전혀 먹고 쓰지 않고 버는 그대로 저축해도 1만1,565년을 모아야 하는 엄청난 액수입니다.(2007년 도시 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 3백67만5천원).
1만년이 넘는다니 제가 죽기 전까지는 어림 반푼어치도 없을 것 같고 아무래도 제 자손들이 대대손손 모아도 지구가 멸망하기 전까지 이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이건 일반인들에게는 상상도 되지 않는 그냥 허공의 숫자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거기에 더해 3조원의 재산으로 우리나라에서 1위를 차지한 정몽준 의원도 2008년 세계 순위로는 412위 밖에 되지 않는다니 정말 세상은 넓고 부자는 많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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