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에서 서울시의 개 도축 합법화 문제로 논쟁을 벌이고 있을때 미국에서는 개가 운영하는 블로그까지 생겨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블로그가 유행하면서 현재 약 1억1300만개의 블로그가 인터넷 상에 존재하고 하루에만 120만개의 블로그가 새로 만들어지는 가운데, 인간의 가장 가까운 친구라는 견공들까지도 이런 세계적인 유행에 뒤질수 없다며 블로깅을 시작해서 사람들의 다양한 목소리 뿐만이 아니라 애완견들의 일상 생활까지 엿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블로그를 가진 Maxx |
자신의 블로그를 확인하는 Wimsey |
그 중 하나 한 예로 맥스(Max)라는 이름의 3살 난 골든 리트리버종(Golden retriever)의 애완견이 운영하는 블로그(http://maxthegoldenretriever.com)의 4월 11일 올라온 최신 글에는 주인과 함께 차를 타고 호수에 가서 재미있게 놀았다는 이야기를 담겨 있습니다. Max의 블로그에는 자신은 테니스 공을 가지고 공원에서 뛰어 노는 것을 제일 좋아한다는 자기 소개와 자기 친구 애완 동물들의 사진은 물론 푸들 강아지를 쫓아 다녔다는 은밀한 고백까지 담겨 있습니다. 또 자신도 테니스 공 가지고 노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는 플로리다에 살고 있는 애완견의 댓글 또한 볼 수 있습니다.
http://maxthegoldenretriever.com
하지만 이 블로그를 보고 아무도 정말 개가 블로그에 글을 쓰고 사진도 찍어 올리는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블로그는 Max의 주인이 자신의 애완견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세상을 적은 것입니다. 이런 블로거들은 자신과 자신의 애완동물을 하나로 동일시해서 마치 자신이 그 애완동물이 된 것처럼 글을 쓰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친구인 애완견이 느끼는 감정들을 자신도 함께 느껴보고 싶은 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예전 다른 블로그에 소개된 적이 있는 미스터 Lee의 고양이와 애완동물 프로젝트(htttp://www.mr-lee-catcam.de)라는, 개나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의 목에 걸어두면 일정 시간 간격으로 자동으로 사진이 찍히는 디지털 카메라를 만들어 파는 사이트도 있습니다.
카메라를 목에 건 개 |
애완동물 목에 걸린 Catcam이 찍은 사진 |
이 사이트는 자신의 개나 고양이가 하루종일 무엇을 하고 동물의 눈높이로 보는 세상이 어떤 모습일까를 궁금해 하는 주인들을 위해 처음 수작업으로 만들어 팔던 카메라가 인기를 끌자 GPS를 이용한 위치 추적기를 추가로 제작 판매하고, 지금은 개나 고양이의 목에 걸 수 있는, 실시간 무선 비디오 카메라를 개발 할 만큼 성업 중입니다. 이렇게 되면 자신의 애완동물이 세상을 돌아다니며 보는 것을 주인도 실시간으로 TV나 컴퓨터를 통해 개나 고양이의 시선으로 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애완동물에 대한 사랑이 극진한 미국 사람들이 자신들의 저녁 찬 거리를 준비하는 식료품점에서 애완동물의 저녁 거리와 간식까지도 함께 살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은 별로 신기한 일이 아닐 것도 같습니다.
애완동물의 먹이는 물론 간식까지 준비된 미국 식료품점 |
동네 식품점의 한 코너를 차지하고 있는 애완동물 코너 |
자신이 먹을 빵, 우유를 담은 바구니에 자신의 애완동물을 위한 통조림을 함께 장을 봐서 담아 가는 것은 애완동물을 단순히 자신 사육하는 동물로서가 아니라, 자신의 가족 또는 친구의 위치로까지 격상 시키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애완동물에 대한 미국인들의 애정과 관심은 객관적인 통계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국 애완 동물용품 제조자협회(American Pet Products Manufacturing Association)의 조사 자료에는 1988년 처음 조사를 시작했을때 한 마리 이상의 애완동물을 키우는 미국 가정이 56%였던 것이 2007-2008년 조사에서는 63%로 나타나 점점 더 많은 미국 가정이 애완동물을 키우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 애완동물 관련 시장의 규모는 애완동물을 키우는 가정의 증가율보다도 더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 10년 사이에 거의 2배 가까운 성장을 한 것으로 보아, 단순히 애완동물을 더 많이 키우는 것 뿐만이 아니라 더 많은 관심 즉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자료:미국 애완 동물용품 제조자협회(American Pet Products Manufacturing Association)
미국 사람들이 아무리 동물을 사랑한다고는 하지만 자신들의 애완동물에 이 정도의 대단한 애정을 보인다면 이것은 친구나 가족 이상의 관계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흔히 애완동물이라고 하면 개나 고양이가 대표적으로 떠오르지만 개체수로는 어항속의 금붕어가 어해전술(魚海戰術)로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금붕어 아이큐란 말이 있듯이, 주인도 알아보지 못하는 아둔한 어항속의 물고기가 인간의 친구라는 개나 고양이보다 더 사랑을 받을 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자료:미국 애완 동물용품 제조자협회(American Pet Products Manufacturing Association)
위의 통계 그래프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내에서 사육되고 있는 애완용 개와 고양이는 모두 1억6천만마리가 넘습니다. 미국 인구를 3억으로 추산하고 모두 4인 가정을 꾸린다고 가정하면 모든 가정에서 두마리 이상의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셈이 될 만큼 어마어마한 숫자입니다. 이 또한 애완동물로 개나 고양이를 좋아하는 미국 사람들의 모습을 설명해 주고 있는 듯 하지만... 산이 깊으면 골이 깊다는 옛 우리 속담처럼, 미국 사람들의 극진한 애완동물 사랑의 그늘 또한 깊고 우울하기만 합니다.
지난번 병든 소를 도축하는 비디오를 공개해서 미국 최대 규모의 소고기 리콜 사태를 촉발시켜 미국 정부를 곤경에 빠뜨렸던(관련 포스트: 막상막하, 미국과 중국 소고기 파문) 미국 인도주의 협회(The Humane society of the Unite States)의 자료에 의하면 미국내에 주인에게서 버려지거나 여러 이유로 집 없이 방황하는 개나 고양이의 숫자는 가정에서 키워지고 있는 애완용 개와 고양이 숫자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7,000만 마리나 된다고 합니다.
이런 주인 잃고 버려진 애완동물들을 새 주인을 찾을때까지 임시로 보호하는 동물보호소(Animal Shelter)에 한 해동안 수용되는 개나 고양이는 600만 마리에서 800만 마리로 그 중 수용된 개의 61%, 고양이의 75%가 새 주인을 찾지 못해 동물 보호소에서 안락사를 당하게 됩니다. 이를 숫자로 환산하면 미국에서는 해마다 약 500만 마리의 개와 고양이가 동물보호소에서 합법적으로 안락사를 당하며 그 중 개는 약 200만마리, 고양이는 약 300만 마리가 됩니다.
그나마 이 숫자는 1973년에 안락사 당한 1,300만 마리에 비하면 현저히 낮아진 숫자이지만 911테러 이후 미국 경제 사정이 나빠지면서 다시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미국에서 해마다 합법적으로 안락사를 당하는 200만 마리의 개는, 2006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자료에서 한국에서 연간 도축되어 유통되는 개의 숫자로 밝힌 200만 마리에 거의 필적하는 수준입니다.
(안락사 당한 개와 고양이를 소각 준비하는 사진입니다. 500만 마리가 안락사 당하고 있다는 통계 수치만으로도 끔찍하신 분들은 보지 않으실 것을 권합니다.)
이렇게 많은 숫자의 버려진 개나 고양이를 수용하고 관리하는데 드는 비용으로 미국내에서 한해에 $2 billion(약 2조원)의 세금이 쓰이고 있기 때문에 미국 정부는 물론 동물 보호 협회들까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많은 동물 보호 협회들은 이렇게 많은 숫자의 개나 고양이가 버려지는 주된 원인을 개나 고양이의 출산률이 너무 높아 입양할 주인보다 더 많은 수의 동물들이 태어나는 것으로 분석하고, 적정 숫자로 애완동물을 유지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으로 거세나 불임수술을 적극 장려해서 수의사들에게 보조금을 주며 싼 가격에 불임수술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불임수술중인 고양이 |
거세,불임 수술 비용 |
http://www.humanesocietyall.com/spayneuter/program/
과연 거세나 불임 수술이 주인에게서 버림 받는 애완용 개와 고양이를 구하는 최선의 방법일까요?
물론 애완용 개나 고양이를 불임으로 만들어 번식을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과다한 출산으로 강아지나 고양이 새끼들이 입양할 곳을 찾지 못해 버려지게 하는 것을 막는 현실적으로 가장 손쉬운 수단이 될 수는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진정한 생명의 존엄성을 위하고 동물의 권리를 보존하는 방법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듭니다.
미국 사회에서 애완 동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펄펄 끓는 만큼 주인에게서 버려지는 동물도 많은 것은 근본적으로 번식률이 높은 것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래 그래프는 제가 살고 있는 동네의 동물 보호소(Animal Shlter)에 2006년 부터 2007년까지 수용되었던 애완동물들의 월별 동향입니다.
우리 동네 동물 보호소에 수용되는 애완동물의 월별 개체수
유난히 5월부터 7월사이에 많은 애완동물들이 동물보호소로 잡혀 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유독 이 시기에 주인에게 버림받는 동물들이 부쩍 느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이 동네에 위치한 대학의 졸업식이 5월에 있고 거의 4달에 걸친 여름 방학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버려진 동물들을 포획하고 관리하는 동물관리요원(Animal Control Officer)들이 가장 바빠지는 시기도 바로 이 기간으로, 졸업을 하고 떠난 학생의 텅빈 아파트에서 애완견이 혼자 몇 주일씩 갖혀 있다 발견되는 예는 더 이상 화제 거리 되지 못합니다.
혼자 집을 떠나 생활하며 학교를 다닐때는 아침,저녁으로 운동도 시키고 운전석 옆자리에 태워 나들이를 다니며 가족처럼,친구처럼 그렇게 의지하며 지내던 애완견들을, 학교를 졸업하고 떠나면서는 텅빈 아파트에 버려두고 돌아서는 미국인들의 모습이 애완동물에 대해 펄펄 끊는 것처럼 보이는 애정의 감춰진 또 다른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애완동물에 대한 반쪽짜리 애정은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해도 단지 인간의 필요에 의한 동물 사랑이지 또 다른 생명으로서의 가치 존중에서 출발한 사랑이라고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인간 중심적이고 필요에 따른 동물에 대한 애정은 비단 자신이 키우던 애완동물을 버리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거세나 불임수술이 애완동물의 복지향상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 주장하는 동물보호운동협회도 별 다를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골 장날 개파는 개 |
핫도그?(Dachshund의 다른 이름,wiener dog, hot dog, or sausage dog) |
현실적으로는 거세를 시키고 불임으로 만드는 것이 비용도 절감되고 버려지는 새끼들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될 수 있겠지만 사람들이 입양한 개와 고양이를 존중해야 하는 생명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어쩌면 "살아있는 장난감"으로 보기 때문에 편리성과 효율성만을 우선시하는 "거세와 불임수술"이라는 인간 편리 위주의 이기적인 생명 존중을 쉽게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생명과 효율성은 함께 할 수 있는 단어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난달 캐나다 출장중에 잠시 머물렀던 시카고 공항에서 발견한 그래이하운드 입양 캠페인 광고는 다시 한번 이런 이기적인 미국인들의 동물 사랑, 동물 보호를 실감하게 합니다.
시카고 공항에서 발견한 그레이하운드 입양 장려 캠페인
"인생의 친구로 그레이하운드를 입양하자"(Make a Friend for Life)는 광고를 보고 처음에는, 달리기 잘하는 개, 그레이하운드가 너무 늘어, 버려지는 개가 늘자 새로운 주인을 찾아 주기 위해 이런 운동을 하는 것일꺼라 짐작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태어나기 전부터 더 빨리 달릴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형질교배되서 태어나 평생을 더 빨리 달리는 단 하나의 목적만을 위해 존재하다 더 이상 성적을 내지 못해 은퇴한, 존재의 목적을 잃은 오갈 곳 없는 그레이하운드를 입양하자는 광고였습니다. 캠페인 광고판 뒤에 숨은 내막을 알고 보니 참으로 편리한 미국식 인도주의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애완동물로서의 개의 생명을 존중하는 방법이란 것이 버려진 개들을 모아 안락사 시키고, 거세나 불임시술을 하고, 평생을 인간의 오락거리가 되어준 댓가로 늙고 나서 새 주인을 알선해 주는 미국식 생명 존중, 동물 보호은 아무리 보아도 인간의 이기적인 욕심을 채우고 난후 더 이상 쓸모 없어진 "장난감"을 조금 더 그럴듯 한 명분으로 폐기처분하는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정말 애완동물을 생명으로 대접하고 인간의 가장 가까운 친구로 여긴다면, 지겨워졌다고, 필요가 다했다고, 병들었다고 버리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동물보호단체들 또한 존엄한 생명으로 애완동물을 다룬다면 손쉬운 거세나 불임수술을 권장하고 쓸모 없어진 개들의 입양을 장려할 것이 아니라 한번 입양한 애완동물은 수명이 다할때까지 사랑받을 수 있도록 애완동물에 대한 책임감 있는 사랑을 계몽하고, 개 경주 같이 동물을필요에 따라 인위적으로 형질개량, 번식시키는 상업적 활동을 금지하는 운동에 주력하는 것이, 그들이 이야기하는 인도주의에 더 부합되는 활동 일 것입니다.
또한 애완동물처럼 인간 주변에서 얼굴을 맞대고 함께 생활하지 않는다고 해서 매일 도축되는 수천,수만마리의 소나 돼지의 죽음은 객체화시켜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 개나 고양이와 같은 애완동물에만 집중하는 일부 모순적인 동물보호운동은 어설픈 감상주의의 산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모습은 미국뿐만이 아니라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빛좋은 개살구 같은 동물보호 운동일 것입니다.
말로는 동물을 사랑해서, 애완동물의 권익을 위해, 생명의 존엄함을 위해서라고 허울좋은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은, 그들의 사랑과 생명에 대한 존중이 인간의 이기적인 필요에 기반을 두고 있지 않은가를 한번쯤은 반성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편리와 필요에 맞추어진 동물 보호 운동은 또 다른 모습의 이기적인 동물 사랑에 불과할 것일 테니까요.
개고기를 먹던 황비홍의 변명(황비홍2 中)
'잡글 Lv. 3'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동차 10년 타기 운동 과연 해야 하나? (37) | 2008.05.21 |
---|---|
에어울프(Airwolf)를 기억하세요? (11) | 2008.05.16 |
한국에서 비싸게 판다는 현대차 가격비교 (192) | 2008.04.25 |
스스로 귀감이 되는 미국 교장 선생님 (16) | 2008.03.29 |
내 블로깅의 일장춘몽 (14) | 2008.03.16 |
피드버너는 뚱뚱한 RSS를 싫어합니다. (16) | 2008.0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