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타임 인터넷판 헤드라인에 실린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기사 내용은 오늘 캘리포니아의 Westland/Hallmark Meat Company라는 회사에서 2006년 2월부터 생산한 소고기 중 미국 역사상 최대 물량인 6만5천톤(1억 4천3백만 파운드)를 전량 회수한다는 기사였습니다. 지금까지 몇번 소고기에 병원성 대장균에 오염되었거나 하는 문제로 리콜한 일이 있어서 또 비슷한 일인가보다 하고 기사를 읽어보니 그 이유가 기가 막힙니다.
Humane Society of the United States라는 동물보호 단체에서 몰래 이 회사의 소 도축과정을 비디오로 찍었는데 여기에는 병들어 걷지도 못하는 소를 지게차로 밀고 전기 충격을 주거나 물을 뿌려서 검사받기 위해 소를 일으켜 세우는 장면이 담겨 있던 것입니다.
걷거나 서지 못하는 소라면?
당연히 몇년전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광우병이 연상됩니다. 광우병이 아니더라도 제대로 서지 못하는 소는 건강한 소일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그런 소를 도축해 왔다는 것을 동물단체에서 폭로했고 그것이 발단이 되서 사상 유래없는 대규모 리콜이 시행된 것입니다.
From:https://community.hsus.org/campaign/CA_2008_investigation?source=gaba89
옆에서 지켜보던 와이프님이 한마디 합니다. "이제 고기를 끊어야 겠다"
정말 겁나서 소고기 못 먹겠습니다. 얼마전 중국에서 짝퉁 소고기가 발견됐다고 해서 가짜 계란에 이은 또 하나의 히트작이라고 비웃었는데 미국 역시 별 다를바가 없는 것 같습니다. 먹는 식품에 대해 제대로 관리가 되고 있지 않기는 마찬가지 인가 봅니다.
중국 가짜 소고기 |
병들어 서지 못하는 미국 도축장의 소 |
더구나 더 염려스러운 것은 이 소고기들이 그동안 공립학교 학생들의 점심 식사 보조 프로그램에 햄버거나 멕시코 음식인 타코의 재료로 1/4이 넘는 16,700톤이 이미 쓰였다는 점입니다. 판매된지 1년이 넘는 소고기를 전량 회수한다고 해봐야 이미 다 팔리고 없지 얼마나 회수가 될까요?
농무부 관리라는 사람의 논평은 리콜 자체보다 더 가관입니다. 이 사람 말은 이 소고기들은 거의 위험하지 않을 거라는 겁니다. 이유는 이미 시장에서 거의 다 판매되었는데 별 문제가 보고 되지 않았고 이 소들은 도살전에 검역을 받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는 겁니다. 덧붙여 광우병은 아주 드문 병일뿐만 아니라 그리 쉽게 인간에게 전염되지 않기 때문에 걱정 말라는 요지의 말을 했는데 무슨 생각을 가지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회사 소고기가 판매된 지역(출처:비디오 캡쳐)
판매되는 지난 1년동안 문제가 없었다면 그전에 문제가 되었던 병원성 대장균(E. coli O157:H7)에 오염되지 않은 것은 맞지만 농무부 직원이면 당연히 광우병의 잠복기가 10년 이상이 된다는 것을 알텐데 아직 별 문제가 없으니 괜찮다는 말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또 미국의 각 도축장에는 농무부에서 파견된 검역원이 상주하며 검사를 해서 걷지 못하는 소들이나 병든 소들을 도살되지 않도록 걸러 내는데 이 도축장에는 8명의 검역관이 상주했다고 하는데도 어떻게 저런 장면이 연출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더구나 광우병의 발병률이 백만명당 1명일 정도로 낮다고는 하지만 그게 자신이 되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백만명당 1명의 가능성을 괜찮다고 무시할 수 있을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한심하기 짝이 없는 발언입니다.
비록 이번 리콜이 2단계 리콜로 건강에 위협적인 요소는 약하다고는 하지만(Class II recall:the chances of health hazards were remote.) 이 문제에는 미국내 문제니까 우리나라와는 상관없다고 방관할 수만은 없는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동안 미국산 수입 쇠고기의 뼛조각 검출 문제로 마찰을 빚었을때 미국 정부는 포장과정의 실수일뿐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항변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비디오 파문과 리콜 사태로 미국 정부가 주장하는 "안전"을 과연 얼마나 믿을 수 있느냐 하는 심각한 의문이 듭니다. 검역원이 파견돼 있으면서도 제대로 감시,관리가 안되서 자국민에게 병들었을지도 모를 소를 도축해서 파는 것을 막지 못하는 미국 정부가 어떻게 한국으로 수출되는 소고기의 안전을 보장 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이명박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에 오는 미국 특사단에 전미 육우목축협회 앤디 그로세타 회장이 끼어 있다는 뉴스는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어떤 식으로든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 관련해서 이명박 당선인에게 자신들의 요구를 전달할 것이 뻔한 이번 행차를 어떻게 대처하려는지 걱정이 앞섭니다.
제발 먹는 것만이라도 걱정 안하고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뒷뜰에 농사짓고 소와 돼지를 키우며 살 수도 없고...
좋아하는 고기를 마음 놓고 먹을 수 없다고 해서 열 받았던 뉴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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