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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글 Lv. 1

미국 아마존에서 사먹는 한국라면


수십년을 간편한 한끼 식사로 국민의 허기진 배를 채우는데 지대한 공헌을 해 온 라면이 지난주 농심의 가격 인상 발표로 사재기 광풍에 휩싸이더니 이제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100원 오른 라면값을 걱정할 만큼 갑자기 귀하신 몸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런 우리 라면을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 온라인 서점 아마존에서도 살 수 있다는 걸 아시는분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식료품점이 아니라 서점에서 라면을 판다니 조금은 어색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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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한 원본 이미지 출처:http://www.amazon.com (검색어: Nong Shim)

아마존에서 팔고 있는 한국 라면을 모아 보았더니 거의 대부분이 농심에서 제조한 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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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농심라면이 한국 라면 시장의 최강자라해도 한국라면의 원조인 삼양라면이 없다는 것은 섭섭한 일입니다. 그래서 눈에 힘을 주고 조금 더 찾아 보았더니 드디어 "삼양 포장마차 육계장"도 발견 할 수 있었습니다. 아예 없는 것 보다는 낫지만 그래도 전통의 삼양인데 컵라면 달랑 하나라니 좀 아쉽습니다.
거기에다 지금은 품절이라 살 수도 없고, 다만 이메일을 등록해 놓고 기다리면 입고되는 대로 알려준다고 합니다.

아마존에서 팔고 있는 한국 식품은 라면 말고도 '자꾸만 손이 가는 새우깡'과 꿀꽈배기도 판매합니다. 어제까지 품절이다가 오늘 아침 다시 팔기 시작했지만 오후가 되면서 동이 나 버려서 지금은 이메일을 등록하고 기다려야 합니다. 인기가 좋아서 불티나게 팔려 버린 건지, 입고된 수량이 적어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받아놓은 수량이 적다보니 적은 주문에도 금새 팔려버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현재 아마존에서 팔리고 있는 농심 라면들은 한국에서 수입한 것이 아니라 지난 2005년 캘리포니아에 문을 연 미국 현지공장에서 제조한 것들입니다. 그리고 새우깡과 꿀꽈배기 같은 스낵류는 아직 미국 공장에 생산라인이 없어 한국에서 수입해 오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 사람보다 매운 음식에 덜 익숙한 미국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신라면이 너무 맵다는 반응을 보이지만 사실 미국에서 팔고 있는 신라면은 한국에서 판매되는 신라면에 비하면 덜 맵다고 합니다. 저야 한국에서 생산된 신라면을 먹어본지 하도 오래되서 맛을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지만 한국에서 막 온 사람들은 미국 신라면의 매운 맛이 한국에 비해 덜하다고 하는 걸로 봐선 어느 정도 현지화를 위해 매운 맛을 조절한 것 같습니다.

한국 라면의 대표격인 신라면이, 비록 아마존에서는 식료품 중 745위라는 저조한 순위로 판매 되고는 있지만 그래도 제법 미국 골수 팬들을 확보 했나 봅니다. 아마존의 신라면에 대한 제품 리뷰를 보다보면 가끔 자신도 신라면을 아주 좋아하다는 미국 사람들의 리뷰도 볼 수 있습니다.

필라델피아 Narberth에 사는 Taurusbabe란 아이디를 쓰는 아마존 회원이 그 대표적인 예로 재미있는 리뷰를 올려 놓았습니다.
저는 10년전에 처음 이 라면을 발견했더랍니다. 어떤 사람이 이 라면은 무지하게 맵다며 조심하라고 이야기해 줬지만 나름대로 이것 저것 넣어보며 수 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드디어 그리 맵지 않은 국물을 만들 수 있는 최적의 요리법을 찾아 냈습니다.
맛있게 먹으려면 이것 저것 넣어야 하는게 많긴 하지만 그래도 5분이면 충분합니다.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는 셈이죠. 이 라면의 스프는 비록 맵기는 하지만 (비타민 C가 아주 풍부해서) 몸에 좋은, 고추로 만들어졌답니다. 어떤 사람은 이 라면이 감기에 좋다고 하던데, 정말 막힌 콧구멍을 뻥~하니 뚫어주더군요. 흠 잡을데 없이 훌륭한 라면이긴 하지만 굳이 옥의 티를 찾는다면 MSG가 들어 있는 정도라고 할가요?
나만 알고 혼자 먹기 너무 아까와서 친한 친구들에게 소개해 줬더니 한 친구는 이건 사람이 먹을게 아니라며 화를 버럭 내더군요.(까칠하긴..) 하지만 다른 친구는 몇 번 먹어보더니 아예 신라면에 중독돼 버렸지 뭡니까? (하하~)
아마 이 라면 먹어보면 화끈하게 좋아하게 되거나 매워 죽겠다고 싫어하거나 둘중에 하나가 될 것 같습니다. 전 그래도 이 라면 너무나 사랑한답니다.

(직역이 아닌 멋대로 의역임을 밝혀 둡니다.)
한국에서는 지난주 농심이 선두에 서서 과감하게 가격을 인상했지만 미국에서는 아직까지 예전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가격 인상의 원인이 밀가루나 튀김기름 같은 원자재 가격이 인상때문이라 했는데 한국 공장에서 쓰이는 밀가루나 튀김기름도 결국 미국에서 쓰는 거나 별반 차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 미국에서 생산되는 라면도 지금 당장은 아니라도 결국에는 가격 인상이 될 것 같습니다.

미국 농심측에서는
미국내 현지생산 제품의 경우 한국물가의 상승보다는 밀가루, 팜오일 등 미국 내 자체 원재료의 인상에 따라 늦어도 4월 전에 가격이 오를 예정
이라고 하는 것으로 봐선 한국에서의 인상은 원재료의 가격 상승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외 자재들의 물가 상승에 의한 요인이 더 크다는 것 같습니다.

현재 아마존에서 팔고 있는 라면 가격과 한국 G 마켓에서 팔리는 가격을 비교해 보면 별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미국에 현지 공장이 있는 덕에 한국과 비슷한 가격으로 신선한 라면을 먹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팔리고 있는 아래 G 마켓 가격은 인상된 가격인가요? 아시는 분은 댓글로 알려주세요)


한국 G 마켓 미국 Amaz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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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면 40개

23,700 원
= $25
=26600 원
$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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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파게티 30개

22,900 원
=$24
=23000 원
$24.23

아무래도 한국에서 배로 운반하려면 2달 가까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 만큼 묵은 라면이 되겠죠. 그럼 한국에서 수입한다는 새우깡과 꿀꽈배기는 덜 신선한 것이 되나요?

요즘 장을 보러 가면 미국도 예전보다 물가가 많이 올랐다는 것이 피부로 느껴져서, 계산대에서 돈 낼때마다 저럴로 한숨이 새 나옵니다. 물가가 심하게 오르는 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미국도 마찬가지 인 것 같습니다. 미국에 살면서 제법 많은  한국 식료품도 소비하는 입장에서는 둘 중 어느 한쪽의 물가만 올라도 영향을 받게 되는데 양쪽 물가가 모두 상승이라니...참 살기 팍팍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