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TV 가이드쯤 되는 동네 잡지의 표지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Secretary-General of the United Nations)의 얼굴이 크게 실려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반갑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해서 보니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다음주 금요일 2월 29일 저녁 부시 대통령의 초청으로 아버지 부시 대통령 기념관(George Bush Presidential Library Center)에서 연설을 하기 위해 이 동네에 온다는 이야기 였습니다.
동네 TV 가이드에 실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외국에 나오면 다 애국자가 된다는 식상한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유엔 사무총장에 한국사람이 되었다는 뉴스를 들었을때도 기뻤지만 그 분이 직접 텍사스의 작은 이 촌동네에 오신다니 공연히 가슴이 뿌듯합니다. 외국인으로서는 몇년 전 중국 장쩌민 주석 이후 방문하는 가장 무게감있는 분이 한국 분이라서 더욱 기쁩니다. 그때 자기나라 현직 주석이 온다고 우쭐거리던 중국 동료들에게 묘한 시기심 같은 것을 느꼈는데 이제 그 한을(?) 풀 것 같습니다. 저야 개인적으로는 악수 한번 못해 보겠지만 같은 한국 사람이라는 것 만으로도 이런 기분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세계의 대통령"이라고 표현되기도 하는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자리가 '권력자'라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합니다. 또 실제 그런 힘도 없는 것 같아 보이구요. 역대 유엔 사무총장들의 출신 국가를 봐도 유럽의 중립국들이나 아프리카, 아시아,남미와 같이 세계 무대에서 소위 메이저가 아닌 나라들이었습니다.
UN사무총장 출신지역 | UN 사무총장 역임자 수 |
---|---|
아시아 | 2 (미얀마(버마),한국) |
아프리카 | 2 (이집트,가나) |
유럽 | 3 (노르웨이,스웨덴,오스트리아) |
중남미 | 1 (페루) |
전 세계의 분쟁을 조정하고 상충되는 국가간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기 위해, 한마디로 "지구의 평화"를 위해 유엔이 만들어졌다면 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중국과 같은 상임이사국에서 사무 총장이 나오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죠. 그래서 한국이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했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오히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 국가간의 분쟁을 조정하고 조율하려면 UN의 중립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일텐데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이라는 나라의 경제 규모나 위치를 고려하면 공정한 중립을 취하기엔 힘들것 같다는 생각을 했으니까요. 하지만 한국이라는 나라와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개인은 엄연히 다를테니 잘 해내시리라 믿고, 한국사람이 그런 일을 한다는 것이 자랑스러운 것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이번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초청 받아 연설하시는 부시 대통령 기념관(George Bush Presidential Library Center)은 퇴임한 아버지 부시 대통령을 기념해서 만들어진 기념관입니다.처음 이곳을 방문하고 제일 부러웠던 것은 한국에는 이렇게 역대 대통령을 기념하는 기념관 하나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이 모두 잘못된 일만을 한 것은 아니지만 그 업적을 가릴만큼 큰, 독재나 비리의 그늘을 만들어 왔기 때문에 국민 대다수에게 존경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하긴 그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국민들이 만들어 주었으니 옳바른 선택을 하지 못한 국민들을 탓해야 하는 건가요?
George Bush Presidential Library
사진에 보이는 기념관 좌우에 보이는 낮은 돌기둥들은 원래 저 자리에 있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사진에는 보이지 않는, 사진 찍은 사진사 위치의 좌우편으로 중앙 광장을 둘러싼 허리 높이의 화단 역시 911전에는 없었습니다. 911이 터지고 나서 이곳이 테러범들의 목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고소도로 중앙분리대 같은 커다란 콘크리트 블럭들을 이곳에 빙둘러 설치했는데 미관상 보기 안 좋았는지 두꺼운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화단과 낮은 돌기둥으로 대체하더군요.
물론 지금까지 테러범들의 공격 같은 건 없었지만 알고 지내던 후배 한명이 지역 FBI 사무실에 끌려갔던 일이 이었습니다. 이 후배는 학위를 끝내고 이 동네를 떠나면서 기념 사진을 찍는다고 기념관에 가서 한참 사진을 찍은 모양입니다. 그리고 자기 말로는 차에 타면서 흘러내리는 옷을 추스릴려고 팔을 한번 번쩍 들었다는데 그게 누군가의 눈엔 시위하는 모습으로 보였던 모양입니다.
지역 FBI에 신고가 들어가서 사무실로 조사 받으러 간 후배는 정황을 설명하던 끝에, 결국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올린 사진들을 보여주고 나서야 오해를 풀고 무사히 풀러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재미있는 사실은 지역 FBI 사무실에 있는 컴퓨터들은 인터넷이 안 된다는 충격적(?)인 사실이었습니다. 미니홈피를 보여 줘야 하는데 인터넷 접속이 되는 컴퓨터가 없어서 옆 다른 오피스까지 수사관을 데리고 가서 보여줬더니 그 사이트를 네가 직접 만들었냐며 놀라와 하더랍니다. 지금쯤 그 FBI 수사관도 싸이 미니홈피를 운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번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연설은 대중에게 공개된 연설이어서 누구나 참석할 수 있다고 합니다.
교육을 위해서라도 아이를 데려가서 저 분이 독수리 오형제,울트라맨도 다하지 못한 "지구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일하시는 '자랑스런 한국인'이라고 이야기 해 줘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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