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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글 Lv. 3

미국 눈사람은 8등신?


며칠째 스산한 날이 계속 되더니 드디어 어제 저녁에는 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겨울에 눈이 오는 것이 뭐 특별할까 싶지만 겨울이 있는 둥 마는 둥 짧게 지나가는 텍사스 남부에서 눈을 본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올 3월에도 잠깐 눈이 내리긴 했지만 (2008/03/09 - 텍사스에 내리는 눈) 땅에 닿자마자 녹아 버려 눈이 왔다고 이야기 하기가 민망할 정도였는데 어제 내린 눈은 나뭇가지와 잔디밭에 제법 쌓인 것이, 예전 한국에서 보던 눈 내리던 날의 정취가 약간은 느껴지는, 제대로 된 눈이었습니다. 물론 한국 기준으로는 내리다 만 눈이겠지만 텍사스 기준으로 그렇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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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덮인 동네 공원


뉴스를 들으니 이 지역에 1인치(2.54cm)이상의 눈이 내린 것이 1973년 이후에 처음이라고 하니 35년만에 폭설(?)이 내린 셈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늦은 밤까지 길거리에는 평생 처음보는 눈(?)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텍사스에서 태어난 탓에 여지껏 눈이란 것을 모르고 자란 우리 아이들도 하얗게 쌓인 눈이 신기한지 눈 덮인 잔디밭을 뛰어 다니며 즐거워 하는 것을 보며 저도 흥에 겨워 함께 눈 사람을 만들었습니다. 숯으로 눈,코를 붙이고 모자도 씌워서, 어릴적 만들었던 추억의 눈 사람을 완성하고는 아이들과 함께 뿌듯해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만들었나 구경이나 해 볼까 하고 동네 다른 집들을 주욱 훓어 보았는데 그 사람들의 눈 사람은 우리가 만든 것과는 약간 다른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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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한국 기술로 만든 2단 눈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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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미국식 3단 눈사람


우리가 만든 눈사람은 크기가 다른 눈 뭉치 두개를 쌓아 만든 것인데 이곳 사람들은 눈뭉치 세개를 쌓아서 눈사람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가끔 영화속에서 3단짜리 눈 사람을 보긴 했지만 눈 앞에 직접 보니 정말 그 다름이 실감이 나더군요. 그래서 동네를 돌며 사진 몇장을 찍고 가만히 보니 눈 사람이 키가 크고 얼굴이 작은 것이 우리와는 다른 체형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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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만에 온 눈으로 만든 텍사스 눈사람들


사진을 놓고 대략 두신(頭身)비율(얼굴 크기의 키의 비율)을 재 보니 비록 8등신은 아니더라도 대략 3.5등신에서 5등신 정도는 됩니다. 언뜻 봐도 우리 눈사람에 비해 키가 크고 얼굴이 작은 것을 알 수 있었지만 5등신이라니 정말 얼굴이 작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눈사람의 두신비율은 어느 정도나 될까 싶어  한국 눈사람 사진을 찾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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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안산시 관광안내(http://www.ansantour.co.kr) 두번째:김동원님 블로그(http://blog.kdongwon.com)


역시나...짐작한대로 우리 눈에 익은 전형적인 한국 눈사람은 미국 눈사람보다 머리가 훨씬 큰 2.2등신이나 2.3등신의 눈 사람이 주류를 이루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마치 한국 사람과 다른 서양인의 서로 다른 체형을 눈 사람도 그대로 꼭 닮은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한국 눈사람이라고 해서 다 키에 비해 머리가 큰 것 만은 아닌가 봅니다. Capella님이 만드신 눈사람은 2등신을 벗어나 거의 4등신에 육박하는 3.7등신의 늘씬한(?) 자태를 뽑내고 있었습니다. 이 정도면 비록 2단 눈사람이라고는 하지만 텍사스의 3단 눈사람과 견줄만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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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Capella님의 블로그(http://capella.tistory.com/2498362)


이걸 보고 있자니 한국 남성의 두신비율이 79년의 6.8등신에서 2004년엔 7.4등신, 여성은 6.7등신에서 7.2등신으로 증가해, 우리도 얼굴 크기는 작아지고 키는 커지는 서구형 체형으로 변해 가듯이(2004년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 눈 사람도 점점 서구화 되어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하긴 눈 사람이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모습과 생각을 반영한다고 보면 어쩜 당연한 변화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몇개 되지도 않는 눈사람 샘플을 가지고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태클을 걸어도 달리 할 말은 없지만 워낙 오랫만에 펑펑 내리는 눈을 보고 오버한다고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얼마 후 텍사스보다 더 따뜻한(?) 동네로 이사를 가야하는 저에게는 어쩜 다시 볼 수 없는 눈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