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세줄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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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에 판매하는 한국라면은 같은 120g인데도 2인분으로 계산되서 칼로리가 반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2. 라면의 영양성분표는 FDA의 규정에는 55g이 1인분이지만 허용범위는 23g부터 110g까지가 모두 1인분으로 표기될 수 있습니다.
3. 라면 한개에도 하루 권장량을 넘는 나트륨이 들어 있어서 너무 짜기 때문에 국물을 모두 마시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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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떠나 온지 오래 됐지만 라면도 김치, 된장처럼 결코 끊을 수 없는 고유한 우리의 입맛인 듯 합니다. 비록 중국이 전 세계라면의 50%인 500억개를 생산하고 442억개를 먹어 치운다고 해도 1인당 소비량으로 따지면 겨우(?) 30개에 불과하기 때문에 연간 75개를 소비하는 우리나라가 가히 라면의 지존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끔씩 얼큰한 국물에 쫄깃한 면발이 생각나 찾게 되는 한국 라면은 한국 식료품점에 갈때마다 구입 해야 하는 필수 항목 중에 하나입니다.
얼마전 미국 아마존에서 사먹는 한국라면에서 소개했던, 아마존에서 라면을 주문해서 기쁜 마음에 시식을 하다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농심 신라면 뒷면에 인쇄된 영양성분표에 라면 한봉지가 2인분(Serving Size)으로 표시돼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혹시나 해서 집에 남아 있던 삼양 쇠고기 라면도 확인했는데 역시 마찬가지로 2인분으로 표시 돼 있었습니다.
혼자 먹어도 국물에 밥을 말아 먹어야 한끼 식사가 될까 싶은 라면 한 봉지를 두 사람이 나누어 먹으라니, 아무래도 시키는 대로 둘이 먹다가는 싸움 날 것 같습니다.라면 하나 때문에 친구나 부부간에 불화를 초래하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그냥 보아 넘길 수가 없었습니다.
농심 신라면 |
삼양 쇠고기면 |
현재 미국에서 팔고 있는 신라면을 비롯한 농심라면들은 2005년부터 캘리포니아의 미국 공장에서 생산한 "Made in USA" 이고 삼양라면은 한국 공장에서 생산해 수출한 "Product of Korea"이지만 모두 동일하게 미국 판매용은 2인분으로 되어 있는 것에 대한 이유를 알아 보기로 했습니다.
우선 한국에서 만들어서 판매되고 있는 농심 신라면과 미국 공장에서 만들어 팔고 있는신라면의 영양 성분표를 비교해 보았습니다.
한국내 판매 신라면 영양구성표
미국내 판매 신라면 영양성분표
한국에서 제조한 신라면 한 봉지는 120g이고 미국에서 제조된 신라면 역시 1개 포장당 중량은 120g으로 무게는 동일합니다. 하지만 칼로리를 보면 미국에서 만든 라면은 한국라면의 거의 절반인 240칼로리로 표시돼 있습니다.
언듯 보면 미국 라면은 저칼로리 다이어트 식품이라고 오해할 수 있지만 이미 앞에서 말한대로 한 봉지를 2인분으로 책정해 놓고 1인분을 240칼로리라고 표기한 것이니까 2인분인 라면 한 봉지의 전체 칼로리는 480칼로리로 한국 신라면과 별 차이가 없는 것입니다.
한국 사람들보다 체격이 더 큰 미국 사람들에게 판매하면서 한 봉지라고 해 봐야 얼마되지도 않는 라면을 둘이 나눠 먹으라고까지 한다면, 라면 먹다 싸움 날수 있는 상황을 초래 할 위험이 있는데도 구태여 라면 한봉지를 2인분으로 표기한 이유는 무얼까 궁금합니다.
처음 의심한 것은 소디움(나트륨)의 함량이었습니다. 미국 라면은 한 봉지에 2100mg의 나트륨(소금으로 환산하면 5.3g)이 들어 있어서 미국 1일 나트륨 섭취 권장량인 2400mg의 88%에 해당하는 다량의 염분이 들어 있다보니 적게 보이기 위해 2인분으로 나눈것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나트륨 기준치가 하루 2000mg(소금으로 환산하면 5g정도)이어서 신라면의 1930mg이면 하루 섭취량의 97%에 해당하는 염분을 라면 한 봉지 먹는 것으로 섭취하는 꼴이 되는데도 버젓이 하루 섭취량의 97%라고 표기해 놓은 것을 보면 나트륨 함량을 적게 보이기 위한 것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미국 식품 기준에 라면은 무게 얼마 이상이면 2인분, 얼마 이하면 1인분, 이렇게 표시하라는 지침이 있을 것 같지만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모르면 물어보라'는 선현들의 지혜를 따라 도대체 왜 미국 라면은 2인분으로 표기했는지 농심과 삼양라면에 직접 문의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약 1주일을 기다려서 답장을 받았습니다.
보낸 날짜: 2008년 2월 28일 제목 : 미국에서 판매되는 라면의 Serving Size에 대한 문의입니다. ============================================= 안녕하세요. 저는 얼마전 라면 포장 뒷면 영양성분표에 표기된 칼로리가 너무 낮다는 생각이 들어 유심히 보게 되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한국 라면에 비해 절반 가량의 칼로리가 표시된 이유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라면은 한 봉지가 2인분으로 계산되어 있다보니 칼로리도 한국에서 파는 라면에 비해 반으로 표시된 것이더군요. 같은 회사의 같은 라면인데도 한국과 미국의 서빙 사이즈가 다른 것은 무슨 이유가 있어서인지 문의 드립니다. 첨부파일은 제가 본 라면 포장을 사진 찍은 것입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하루 먼저 삼양라면에서 답장을 보내줬고 다음날 농심에서도 답장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하루가 더 걸려 받은 농심 답장은 1주일을 기다린 것에 비하면 너무 허무합니다. 단 한 줄 "미국내 식품 규정이 한국과 달라서 미국에 맞추었다"라니...저도 그 정도는 짐작했습니다. 다만 그 규정이 무언지 알고 싶었던 것인데 기자가 아닌 개인의 문의라 업무에 바빠 자세히 쓰실 시간이 없었는지 초간단 답을 주셨습니다.
거기에 비해 삼양라면은 미국 수출되는 라면은 미 농무부(USDA)의 규정에 따라 영양 성분표를 표시하고 있고 미국 라면은 대부분 100g미만이기 때문에 100g이 넘는 한국 라면을 2인분으로 표시하는 것이라고 상세히 설명해 주셨습니다. 삼양라면이라고 해서 덜 바쁘진 않으셨을텐데도 무시하지 않고 농심의 답장에 비해 자세하고 친절한 답장을 보내 주신 것 같아 고마왔습니다.
사실 20여년전인 1989년 공업용 우지파동이 일어나기 전만해도 삼양라면은 라면 시장의 60%를 좌지우지하는 우리나라 라면의 원조였습니다. 하지만 공업용 우지 사건이 발생하면서 회사 이미지는 곤두박질치게 되었고 8년여 만에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그 사건의 선입견은 쉽게 사라지지 않아 결국 IMF를 겪으면서 경영이 악화돼 지금은 채권은행에 화의를 신청해 조정중에 있습니다.
그러는사이 경쟁사이던 농심이 우리나라 라면시장을 석권하면서 시장지배기업이 되었지만 삼양은 무죄판결이 내려져 결백함이 입증 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먹을 수 없는 공업용 우지로 라면을 만든 회사라고 기억되고 있습니다. 회사의 이미지라는 것이 얼마나 쉽게 무너지고 한번 손상되면 복구하기 힘든 일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예인 것 같습니다.
아무튼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과는, 반비례하는 성의를 담은 답장을 받은 것 같아 기분이 씁쓸했습니다.
비록 삼양측에서 자세한 답변을 주셨지만 과연 그런지 확인해봐야 할 일은 아직 남았습니다. 삼양측의 답변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실험을 해서 직접 확인 하는 일을 주로 하다보니 생긴, 직업병 때문인 듯 싶습니다.
동네 식품점에 장보러 가는 길에 진열된 라면중에서 제품별로 하나씩 골라 담았더니 9종류의 라면을 사게 됐습니다. 물론 치킨,새우, 소고기등의 다양한 맛까지 고려하면 훨씬 다양한 라면들을 팔고 있지만 나중에 먹을 것을 생각해서 구미에 맞는 것을 골랐습니다. 그러다 보니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한국라면이 4개나 되네요.
동네 식료품점에서 파는 라면 종류
구입한 라면들의 뒷면 영양정보표를 참고해서 1인분(Serving Size)의 양을 순서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자세한 정보는 포스트의 마지막에 실어 놓았습니다.)
아래 표에서 보면 1인분의 양은 제품에 따라 39g부터 100g까지 다양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 라면에 1인분이라고 되어 있는 약 60g은 오히려 미국에서 시판되는 라면들 중에는 양이 많은 편에 속하는 것 같습니다.
또 홍콩에서 제조한 일본 NISSIN(세계 최초로 라면을 개발한 회사)의 '出前一丁" 같은 라면은 한국 라면과 비슷한 100g이면서도 1인분으로 표기돼 있고 대만의 Unif사의 라면은 한국라면의 1인분에 해당하는 61g에 불과하면서도 당당히 2인분이라고 되어 있는 것이, 1인분을 정하는데 아무런 일관성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냥 회사에서 마음 내키는 대로 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제품명 | 제조회사 | 포장 중량 |
1인분 | 포장당 나트륨함량 /1일 권장량당 % |
포장당 칼로리 |
出前一丁 (출전일정) |
NISSIN | 100g | 100g | 1940mg/81% | 480 |
신라면(컵) | 농심 | 75g | 75g | 1870mg/78% | 340 |
소고기라면 | 삼양 | 120g | 61g | 2170mg/90% | 490 |
MAMA | Thai President Foods | 60g | 60g | 1280mg/53% | 280 |
신라면 | 농심 | 120g | 56g | 2250mg/94% | 514 |
Ramen | Maruchan | 85g | 43g | 1000mg/42% | 380 |
신라면(사발) | 농심 | 86g | 43g | 2472mg/103% | 380 |
Top Ramen | NISSIN | 85g | 42g | 1520mg/63% | 380 |
Tung-I | Unif | 61g | 39g | 1533mg/64% | 233 |
그래서 미 농무부(USDA)와 식품의약국(FDA)의 규정을 뒤졌더니 답이 나왔습니다. 삼양측의 답변에서 제품 뒷면의 영양정보표(Nutrition Fact)는 미 농무부(USDA)의 규정을 따른다고 했지만 사실은 식품의약국(FDA)의 규정에 따라 1994년 8월부터 표기되고 있었습니다. 아마 삼양식품의 담당자는 올바른 식생활을 유도하기 위해 만든 미 농무부(USDA)의 영양기준피라미드(Food Guide Pyramid)와 식품의약국(FDA)의 기준이 모두 1인분의 양(Serving Size)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혼동하신 것 같습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139개의 카타고리로 식품 종류를 규정하고 영양성분표에 표시할 각각의 1인분(Serving Size) 양을 "식사당 일반적인 섭취량 기준"(Reference Amounts Customarily Consumed Per Eating Occasion")에 정의해 놓았습니다. 그 중 라면이 해당되는 카타고리인 파스타 종류는 건조상태에서 55g을 1인분으로 설정해 놓았습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139개의 카타고리로 식품 종류를 규정하고 영양성분표에 표시할 각각의 1인분(Serving Size) 양을 "식사당 일반적인 섭취량 기준"(Reference Amounts Customarily Consumed Per Eating Occasion")에 정의해 놓았습니다. 그 중 라면이 해당되는 카타고리인 파스타 종류는 건조상태에서 55g을 1인분으로 설정해 놓았습니다.
From: http://a257.g.akamaitech.net/7/257/2422/14mar20010800/edocket.access.gpo.gov/cfr_2002/aprqtr/pdf/21cfr101.12.pdf
그런데 이 1인분이란 것이 정확히 55g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 기준량의 50%에서 200%사이의 양을 모두 1인분으로 표기할 수 있도록 정해 놓았기 때문에 라면의 경우는 23g부터 110g까지가 모두 1인분으로 표기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식료품점에서 구입한 라면들의 39g부터 100g까지가 모두 1인분으로 표시되었던 것입니다.
결국 정리하면 한국에서 파는 라면이나 미국에서 파는 라면이나 한 봉지의 양은 120g으로 같지만 미국 FDA의 규정에 따라 1인분을 60g으로 정하는 바람에 라면 한 봉지가 2인분이 되어 버린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라면 1인분이라는 것이 FDA의 규정을 따른다고 해도 고무줄 같아서 23g부터 110g까지 5배나 차이가 나는 양이 1인분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실제 식생활 패턴과는 거의 아무런 관계가 없는 수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알게 된 것은 우리나라 라면이 너무 짜다는 것입니다. 식료품점에서 구입한 한국라면 4가지 중에서 가장 양이 적은 신라면 컵(1870mg)을 빼고는 모두 한국의 하루 나트륨섭취 기준량인 2000mg을 훌쩍 넘는 양의 소금이 들어 있었습니다. 원래 우리 음식이 맵고 짜다고는 하지만 라면 먹고 그 국물에 밥까지 말아서 먹다가는 그 많은 양의 소금을 고스란히 다 섭취하는 것이 되니 왠만하면 라면 국물을 다 먹지 말거나 스프를 덜 넣고 끓이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처음으로 사 본 미국라면(Maruchan Ramen)을 끓여서 시식을 했습니다. 가격이 6개에 1달러(950원)로, 개당 17센트(150원)정도로 아주 저렴해서 왠만하면 앞으로 가끔 먹어 줄까 했는데 한 입 먹고나니 왜 이 85g짜리 조그만 라면이 2인분으로 표시 됐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국물은 밍밍하고 라면은 푸석거리고...도저히 혼자서는 다 못 먹을 것 같습니다. 둘이 아니라 셋이 먹어도 다 못 먹을 것 같은 것이 우리 입맛에는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맵고 짠 음식이 몸에 좋지 않다고 해도 맵고 짜지 않으면 입에 맞지 않으니 참 난감합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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