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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글 Lv. 1

호환 마마보다 무서운 미국 토네이도(Tornado)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불법 비디오를 근절합시다.토네이도도 근절합시다)

지금까지 텍사스에 살면서 직접 토네이도를 볼 기회는 딱 한번 있었습니다. 가족들과 허허벌판을 가로지르는 고속도로를 달리다 1km정도 떨어진 들판에서 엄청난 먼지 기둥이 땅에서 하늘까지 맞닿아 있는 것을 보았을 때, 대담하게 내려서 사진을 찍기보다는 얼른 그 자리를 벗어나야 한다는 소심한 생각에 사로잡혀 뒤도 돌아보지 못하고 쫓기는 것처럼 자리를 피했던 적이 있습니다. 지나고 생각하면 평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토네이도와의 만남을 그런 식으로 허무하게 외면해 버린 것이 아쉽기도 하지만 다시 마주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저도 오래 살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토네이도와 같은 회오리 바람의 규모가 얼마되지 않아 잘 실감이 나지 않고 허리케인이나 폭풍과 혼동하는 사람도 많지만 토네이도는 지상에서 생성되서 이동하다 지상에서 소멸되고 태풍과 허리캐인은 따뜻한 바다에서 해양성 저기압으로 생성되서 세력을 확장해서 육지까지 상륙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분명히 다릅니다.

한국이 설날을 맞아 고향으로 향하는 귀성 물결로 떠들썩하던 지난 설 연휴, 2월 5일과 6일에도 미국 중남부 5개 주엔 12개 이상의 토네이도가 불어 닥쳐 이틀 사이에 모두 55명이 숨지고 100여명 이상이 부상을 당하는 큰 피해가 있었습니다.
이 소식을 접하면서 그동안 종종 TV 뉴스에서 미국판 회오리바람인 토네이도(Tornado)가 쓸고 지나가 폐허가 된 도시의 모습을 보아왔고, 거기에 불행히도 연간 120개의 토네이도가 발생하는, 미국내 최고 기록을 보유한 텍사스(Texas)에 산다는 이유로 그 피해가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집니다. 더구나 텍사스가 토네이도 관련해서 보유한 기록들을 살펴보면 1950년 이래 토네이도 발생 빈도 1위,총 사망자수 1위,부상자수 1위,재산피해 1위라는 '무서운' 4관왕의 자리1)를 놓치지 않고 굳건히 지키고 있기 때문에 다른 주의 토네이도 피해 소식이 피부에 와 닿을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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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자연재해 중에 호우와 태풍으로 인한 재산피해가 전체 재산피해의 87%(호우: 59%, 태풍:28%, 폭풍:6%)로 거의 대부분의 피해를 유발하는 것처럼 미국도 허리캐인과 홍수로 인한 피해가 전체 피해의 63%를 차지할 만큼 주된 자연재해지만 1%를 차지하는 토네이도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무서운 자연재해 중에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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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http://seismo.berkeley.edu/~rallen/pub/1998ushaz/fig1.html


미국에서는 해마다 1000개 이상의 토네이도(Tornado)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평균 60-80명이 사망하고 1500명 이상이 다치는 큰 피해를 내고 있습니다.
역사상 기록된 최악의 토네이도는 1925년 3월 18일 발생했던 Tri-State tornado로 4시간이 조금 안되는 동안 미조리(Missouri),일리노이(Illinois), 인디아나(Indiana)의 3개 주에 걸쳐 350km(219마일)을 평균 1.2km폭으로 휩쓸고 이동하며 695명 사망, 2027명 부상이라는 어머어마한 피해를 낳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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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거리 350km 라면 부산에서 발생한 토네이도가 거의 90km/h의 속도로 서울까지 이동하면서(서울-부산 수평직선거리: 약 310km) 27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을 죽거나 다치게 했다는 이야기인데 미국보다 인구밀도가 14배 가까이 높은(미국 34명/1km2, 한국 474명/1km2) 한국에서 발생했다면 단순 계산으로 3만7천명이 훨씬 넘는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정말 생각만 해도 소름끼치는 엄청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발생하는 모든 토네이도가 사상자를 낼 만큼 치명적인 것은 아니지만 70% 정도의 토네이도가 사상자를 발생시킨다는 것을 상기한다면 토네이도 발생은 곧 죽거나 다치는 피해라고 생각해도 그리 틀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피해순위 사망자 부상자 등급 피해 지역 발생일시
1 695 2027 F5 Murphysboro MO/Gorham IL/De Soto IN March 18, 1925
2 317 109 Unknown Nachez MS May 7, 1840
3 255 1000 F4 St. Louis IL May 27, 1896
4 216 700 F5 Tuepelo MS April 5, 1936
5 203 1600 F4 Gainesville GA April 6, 1936
6 181 970 F5 Glazier TX/Higgins OK/Woodward KS April 9, 1947
7 143 770 F4 Amite LA/Pine LA/Purvis MS April 24, 1908
8 117 200 F5 New Richmond WI June 12, 1899
9 115 844 F5 Flint MI June 8, 1953
10 114 597 F5 Waco TX May 11, 1953
미국 역사상 최악의 토네이도 피해

아래 동영상을 보면 거대한 회오리 바람에 휘말려 지붕이 통채로 날아가고 도시가 쑥대밭이 되는 토네이도의 엄청난 위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갑자기 저 멀리에서부터 어두운 하늘에 낮게 드리운 시커먼 구름을 뚫고, 대지 위의 모든 것을 삼켜 버릴 듯이 맹렬히 덮쳐오는 거대한 소용돌이 바람을 마주한다는 것은 상상만해도 무서운, 오싹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구나 이런 토네이도가 한 두개도 아니고 일년에 1000개가 넘게 발생한다니, 200년 전 유럽인들이 진출하기 전까지 적은 수의 인디언들 말고는 북미 대륙이 텅 비어 있던 것이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닌가도 싶습니다. 어쩌면 개척된지 200년 밖에 안 된 미국땅은 아직 사람이 살기에 검증되지 않은 땅이라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토네이도는 주로 미국의 중부 지역에서 동부에 걸쳐 많이 발생하는데 특히 공식적인 것은 아니지만 토네이도 통로(Tornado Alley)라고 불리는 록키산맥(the Rocky Mountains)과 애팔라치안 산맥(the Appalachian Mountains)사이에 위치한 텍사스(Texas),오클라호마(Oklahoma),캔사스(Kansas),네브라스카(Nebraska), 사우스다코다(South Dakota)는 토네이도의 발생빈도가 가장 높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끔은 여기에 클링턴 대통령이 주지사로 있던 알칸사스(Arkansas), 아이오와(Iowa),루이지애나(Louisiana),미네소타(Minnesota),노스다코다(North Dakota),오하이오(Ohio)까지 넣어 11개 주를 토네이도 통로(Tornado Alley)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이 토네이도 통로(Tornado Alley)라는 말 자체가 언론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용어일뿐 학술적으로 인정된 정식 명칭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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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토네이도는 토네이도의 통로로 불리우는 위의 지역 외에도 조지아(Georgia), 일리노이(Illinois),인디아나(Indiana), 켄터키(Kentucky), 미시간(Michigan), 미시시피(Mississippi), 노스캐롤라이나(North Carolina),사우스 캐롤라이나(South Carolina), 테네시(Tennessee),플로리다(Florida) 등등 많은 지역에 걸쳐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5일과 6일 미국 중남부 5개 주(테네시(Tennessee),알칸사스(Arkansas),캔터키(Kentucky), 알라바마(Alabama), 미시시피(Mississippi))에 동시 다발적으로 불어닥친 12개 이상의 토네이도도 알칸사스 외에는 모두 토네이도의 통로에 속하지 않는 지역에서 발생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토네이도의 통로에 속하지 않은 지역에 살고 있다고 해서 안심할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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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토네이도 발생 결과 From: http://www.spc.noaa.gov/wcm/


작년 2007년 한해동안 미국내에서 발생했던 1092개의 토네이도는 81명을 숨지게 했고 수천명의 부상자를 발생 시켰습니다. 또 사망자가 발생한 지역을 보면 모두 13개주의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발생했고 그 중 토네이도의 통로에 속하는 지역은 굵게 표시한 5개주 밖에 없는 걸 보면 절대적으로 신뢰할 만한 용어는 아닌 것 같습니다.

피해 지역 사망자 발생
토네이도 수
사망자
플로리다(FL) 2 21
캔사스(KS) 4 14
알라바마(AL) 2 10
조지아(GA) 4 10
텍사스(TX) 3 9
미조리(MO) 2 3
루이지아나(LA) 2 3
미시시피(MI) 2 3
뉴멕시코(NM) 1 2
오클라호마(OK) 1 2
콜로라도(CO) 1 2
노스다코타(ND) 1 1
사우스캐롤라이나(SC) 1 1
합계 26 81
2007년 사망자를 발생시킨 토네이도
From: http://www.spc.noaa.gov/climo/torn/2007deadlytorn.html

물론 토네이도는 미국만의 전유물은 아닙니다. 영국,호주,인도,방글라데시,아르헨티나  같은 나라에서도 발생하지만 그 숫자와 피해 규모는 미국과 비교가 되지 않을 만한 수준입니다. 뉴질랜드 같은 경우도 일년에 20개 정도의 토네이도가 발생하는데 이 나라들의 공통점은 미국 중남부 지역과, 토네이도가 발생하기 쉬운 비슷한 기상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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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네이도의 발생 원인 From: http://www.nssl.noaa.gov/primer/tornado/tor_climatology.html


초등학교 자연시간에 차고 건조한 시베리아 기단이 겨울철 우리나라를 덮고 있다가 여름이 되면서 세력을 확장하는 덥고 습한 북태평양 기단이 북상하면서 장마 전선을 형성한다고 배웠듯이 토네이도도 캐나다쪽에서 내려오는 차고 건조한 기단과 멕시코만쪽에서 올라오는 덥고 습한 기단이 만나면서 전선이 형성된 곳에서 주로 발생합니다.

그러다보니 일년중 어느때나 발생할 수는 있지만 주로 이른 봄에는 남쪽까지 세력을 확장한 차고 건조한 기단과 상대적으로 세력이 약해 남쪽에 머물고 있는 덥고 습한 기단과 만나는 남부에서 주로 발생하고, 6,7월 여름이 되면서 점차 북쪽으로 세력을 확장해 가는 덥고 습한 기단과 세력이 위축돼 북쪽에 머물고 있는 차고 건조한 기단이 만나는 중북부에서 주로 발생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렇게 토네이도가 미국의 토네이도 통로에 속하는 지역이나 그외 중남부나 중북부 지역에 많이 발생 것은 기단의 움직임과 많은 연관성이 있습니다. 

Next를 클릭하면 단계별 발생 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From: http://www.msnbc.msn.com/id/9007188

토네이도는 앞에서 이야기한 남쪽에서 올라오는 덥고 습한 기단과 북쪽에서 내려오는 차고 건조한 기단이 만나 형성된 전선에 다음의 여러 단계를 거쳐 형성됩니다.
먼저 지열로 뜨겁게 덥혀진 습한 공기가 상승해서 상층의 찬공기를 만나 냉각되면서 초등학교때 배운, 천둥번개와 소나기를 내리게 한다는 적란운을 만들게 되고 이것이 발달하여 뇌우(Thunderstorm)이 됩니다.
또한 지표와 상층부에서 서로 다른 방향으로 부는 바람은 공기의 소용돌이를 만들어 내게 됩니다. 이 공기의 소용돌이는 덥고 습한 지표의 공기를 회전시키며 더욱 빠르게 밀어 올리고 이 회전하는 상승기류의 영향으로 천둥번개 구름 또한 거대한 회전력을 얻게 됩니다. 이렇게 형성된 뇌우가 모두 토네이도를 형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중 일부에서 형성된 커다란 깔대기 모양의 강한 소용돌이 바람이 지상에 도달(Touch Down)하면 토네이도가 됩니다.


(하늘에서부터 소용돌이가 형성되며 내려오는 토네이도 생성 장면)

현재 기술로는 기상 예보에 쓰이는 도플러 레이더 구름 자료를 분석해서 발생 11분전까지는 토네이도를 예측할 수 있지만 9분의 여유를 더 가질 수 있는 20분전 예측을 목표로 많은 연구가 진행중이라고 합니다. 먼저 예측 가능하면 가능할수록 미리 사람들을 대피시켜 인명피해라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은, 같은 F-5등급 토네이도가 휩쓸었는데도 예보 시스템이 없던 1925년의 Tri-State 토네이도는 사망 695명에 부상 2027명이라는 엄청난 인명피해를 냈지만 2007년 캔사스 그린버그에서는 도시에 울려퍼지던 대피 사이렌 덕분에 도시의 90%가 초토화 됐음에도 불구하고 단 10명의 사망자만 발생했던 사례로 증명됩니다.그래서 기상학자들은 토네이도의 사전예측 연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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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트위스터에는 예측 기술이 없던 어린 시절 토네이도에 아버지를 잃고 성장한 후 기상학자가 돼 토네이도 경로 예측 연구에 매달리는 여자 과학자의 모습이 나옵니다. 또 이 여자 과학자의 전남편인 남자 주인공은, 합리적 사고와 판단을 우선시하는 과학자라는 본분에 걸맞지 않게, 단순 무모하고 저돌적으로 주인공들이 가는 곳마다 발생하는 토네이도를 향해 트럭을 몰고 돌진합니다. 이들은 토네이도 연구에 미쳐 가정도 포기했지만 진리 탐구를 향한 열정 하나는 자기 생명과 맞바꿀 수 있을 만큼 뜨겁습니다.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무슨 토네이도가 2시간 영화 동안, 그리도 많이 발생하느냐 할 수 있지만 많은 경우 토네이도는 혼자 보다는 '떼'로 발생하기를 즐깁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1974년 4월 3일에서 4일, 단 이틀 사이에 13개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148개의 토네이도로 이틀동안 319명이 목숨을 잃은 "Super Outbreak"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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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트위스터의 주인공이 토네이도에 띄워 올리려고 하는 "도로시"란 이름의 기상관측 장비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토네이도의 비밀을 캐기 위해 토네이도 바로 가까이까지 다가섰다가 하늘로 휘말려 올라갈뻔한 위기를 몇번이나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몇번의 실패끝에 사진에 보이는 "도로시"란 이름의 관측장비에 담긴 계측기들을 하늘로 날려 올리는데 성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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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시의 모델이 된 실제 관측장비 ToTo

도로시라는 이름은 '오즈의 마법사'의 주인공 도로시가 회오리 바람에 휘말려 이상한 나라로 날아간 것에 착안한 작명이지만 사실 이 장치는 TOTO(TOtable Tornado Observatory)라는, 실제로 토네이도를 연구하기 위해 쓰였던 관측장비의 짝퉁입니다. 80년대 말 연구를 포기하기까지 토네이도 중심의 기상 자료를 측정하기 위해 수 없이 시도 됐지만 단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고 그나마 토네이도가 가장 근접하게 지나간 유일한 경우에는 바람에 쓰러져 버려 제 역활을 한번도 못했던 비운의 장치입니다. 그리고 토토(ToTo)라는 이름은 도로시의 강아지 이름입니다.

아무튼 실제 연구와 영화에서 기상학자들과 주인공들이 목숨을 걸고 토네이도의 중심에 접근하려고 하는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토네이도는 예측할 수 없는 경로로 평균 50-60km/h(최고 110km/h)의 비교적 빠른 속도로 이동하며 또한 그 소용돌이가 일으키는 바람의 속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기 때문에 직접 관측장비를 토네이도의 중심에 설치해서 관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또 토네이도의 중심부는 아주 압력이 낮아서 운 좋게 기상 관측장비를 예상 경로에 맞춰 설치하더라도 그 엄청난 풍속과 낮은 기압을 견디지 못하고 부서져 버린다고 합니다.

현재까지 측정된 토네이도의 최고 풍속은 1999년 오클라호마 대학에서 도플러 레이더를 이용해 측정한 풍속 시속 509km/hr(318mph)로 소리의 속도가 시속 1224km정도니까 시속 509km/hr는 음속의 0.5배 정도되는 무시무시한 속도입니다. 토네이도의 등급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이렇게 토네이도의 엄청난 바람은 1931년 미네소타에서 60톤짜리 열차를 20m 이상 날려 버려고 무게 360kg 짜리 냉장고를 5 km 밖으로 날려보내는 무시무시한 괴력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 측정 결과도 토네이도에 관측장비를 설치해서 직접 측정한 것이 아닌 레이더를 이용한 간접 측정으로 계산된 결과이기 때문에 토네이도 중심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 알고 싶어하는 과학자들에게는 만족할 수 없는 일일 것입니다. 그래서 기상학자인 영화의 주인공이 가정까지 버리고 매일 같이 토네이도를 쫓아다니며 직접 관측하려고 열망하는 것은 당연한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 넓은 세상에는 영화 속에서가 아니라 실제로 토네이도가 지나가는 중심에 카메라를 설치해서 직접 찍은 희귀한 비디오가 존재합니다. (역시 세상은 넓고 모를 일은 많은 것 같습니다.)


(소리가 매우 큽니다. 볼륨을 낮춰주세요)

8대의 카메라가 달린 촬영장치를 토네이도가 접근하는 예상진로에 설치해서 얻은 위의 동영상에는 토네이도가 내는 무시무시한 굉음과 그 바람에 휘발려 총알처럼 빠른 속도로 날아다니는 부유물들을 담고 있습니다.

토네이도가 유발하는 피해는 진행 경로 주변에 나타나는 엄청나게 빠른 바람과 그 바람에 의해 하늘로 날아오른 부유물들의 충돌로 발생하는데 만약 토네이도가 돌이나 집이 부서진 잔해같은 것들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사람이 휘말려 올라가더라도, 회오리 바람에 휩싸여 오즈의 나라로 날아간 도로시처럼, 착지만 잘하면 무사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상에서 끌어올려진 온갖 잡동사니들을 엄청난 속도로 회전시키는 혼돈의 회오리 바람 속으로 사람이 빨려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인명피해가 생기지 않는 것이 오히려기적일 것입니다.

이렇게 위협적인 토네이도를 상대로 위에 보이는 대담한 근접 동영상을 찍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요?
이들은 폭풍 추적자(Storm chaser)라 불리는 사람들로 영화 트위스터의 주인공들 같은일부 기상학자들도 있지만 대부분이 호기심과 취미로 토네이도를 쫓아다니는 사람들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살기위해 도망치는 토네이도를 향해, 호기심과 모험심만으로 뛰어드는 이 사람들이 제 정신일까 싶기도 하지만 이들 덕분에 우리는 가만히 컴퓨터 앞에 앉아서 토네이도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자료를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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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 추적자(Storm chaser)들의 구성이 이렇게 전문 기상학자부터 아마추어 일반인까지 다양하다 보니 그 장비 또한 천차 만별입니다. 일반적으로 운전사와 길잡이(네이게이터) 그리고 비디오 촬영 담당으로 이루어진 아마추어들의 장비라는 것은 일반 SUV 차량에 무전기와 네비게이션 그리고 비디오 카메라를 장치한 것이 전부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목표도 단순하게 토네이도에 최대한 바짝 다가가 비디오로 촬영하는데 그치지만 좀 더 전문적인 Storm chaser들은 기상학자들과 연계해서 도플러 레이더와 같은 장비까지 갖추고 좀처럼 얻기 힘든 토네이도에 대한 기상 데이타를 수집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토네이도는 천둥,번개와 함께 호우와 우박을 동반하기 때문에 이런 조건속에서 엄청난 바람을 동반한 토네이도에 가까이 접근 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인데 전문적으로 훈련받지 않은 Storm Chaser들은 가끔 토네이도에 너무 가까이 접근했다가 위험에 빠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래 동영상을 찍은 Storm Chaser들은 토네이도에 45m 근처까지 접근했다가 토네이도가 진행 방향을 바꿔 자신들을 향하자 혼비백산해서 차를 돌리지도 못하고 후진으로 도망치며 비디오를 찍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용감하다기보다는 무모하다고 이야기 하는게 맞을 것 같습니다. 만약 형제나 친구중에 이런 사람이 있다면 쫓아다니면서라도 말리고 싶지만 다행히 제 주변 사람들은 정신이 온전한 것 같아 천만 다행입니다.

위의 동영상에 촬영된 토네이도가 어느 등급의 강도를 가졌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토네이도는 태풍처럼 풍속으로 등급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토네이도가 지나간 뒤의 피해 상황을 조사해서 결정하기 때문에 모든 상황이 종료되기까지는 등급을 알 수 없습니다. 글 첫부분의 2007년 캔사스 그린버그를 초토화 시켰던 토네이도나 예로 들었던  1925년 미조리(Missouri),일리노이(Illinois), 인디아나(Indiana)를 휩쓴 Tri-State tornado는 가장 강한 단계인 F-5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F-5등급의 토네이도가 얼마만한 위력을 가지는 지는 다음 동영상을 보면 실감할 수 있습니다.

(제 목소리가 듣기 거북하신 분들은 아래에 등급별 토네이도 피해 시뮬레이션을 해설없이 편집한 한 동영상을 펼쳐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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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년의 Fujita 박사

토네이도 등급을 표시할때 쓰이는 "F"는 토네이도 박사(Dr. Tornado)라는 별명을 가졌던 T. Theodore Fujita교수의 머리 글자를 딴 것입니다. 예전 디스커버리 채녈에서 본 젋은 시절의 Fujita 박사는 대머리가 벗겨진 몸매 짱짱한 시카고 대학(University of Chicago)의 교수였습니다. 평생을 토네이도 연구에 바쳐 토네이도 이해에 새로운 장을 열었고 1971년 그가 제안한 Fujita Scale이라는 토네이도의 등급 분류는 현재까지도 공식적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물론 2007년 2월부터는 개량 Fujita Scale(Enhanced Fujita Scale,EF)이라는 수정 등급을  공식적으로 쓰게 되었지만 이것도 Fujita 박사가 제안한 방법에 근간을 두고 좀 더 객관적으로 개량화하고 풍속 추정을 현실화시킨 것에 불과합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평생을 토네이도 연구에 몸바쳐 큰 업적을 남긴 Fujita 박사도 정작 실제 토네이도는 일생에 딱 한번, 그것도 나이 62세가 되어서야 보았다는 점입니다. 백문이 불여일견(百聞이 不如一見)이라고 하지만 이런 대학자들에게는 백문이 불일견(百聞이 不要一見)인가 봅니다. 눈 앞에 뻔히 보고도 알지 못하는데 그치지 않고 알던 것까지도 헷갈리는 저와 비교해 보면 분야는 다르지만 오르지 못할 히말라야 산맥처럼 높아만 보입니다.

F-5등급의 토네이도를 시뮬레이션한 위의 동영상은 풍속이 420-509km/h에 달하는 경우로 소리 속도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마하 0.5로 부는 바람이 지상의 모든 것을 휩쓸어 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경우 단단하게 지어진 건물도 기초까지 뽑혀 밀려 가서 붕괴되고 우리나라 대부분의 건물에 해당하는 철근콘크리트 건물도 심하게 파괴됩니다. 또한 자동차는 100m이상을 미사일처럼 날아가며 나무들은 부러지는 것이 아니라 바람에 휘말려 산산조각나는 피해가 발생합니다. 각 등급별 풍속과 피해정도를 다음 표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우리나라에 자주 불어오는 태풍의 등급별 풍속과도 비교해 보는 것이 재미있을 것 같아 함께 정리했습니다.

토네이도 등급별 풍속과 피해 정도
등급
(F Scale)
풍속(F Scale) 피해 정도
피해 모습 시뮬레이션
풍속
(EF Scale)
F0 <116km/h
(<73mph)

*약한 태풍
(61-90km/h)
가벼운 피해(Light damage)
굴뚝이나 나무가지가 부러지거나 뿌리가 얕은 나무나 표지판은 넘어 질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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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F-0

<136km/h
(<85mph)
F1 116-180km/h
(73-112mph)


*중간 태풍
(91-119km/h)
비교적 가벼운 피해(Moderate damage)
허리캐인 발생 하한계 풍속
나무 뿌리가 뽑히고 이동주택이 뒤집어짐. 주행중인 자동차가 길밖으로 밀려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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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F-1

137-176km/h
(86-110mph)
F2 181-253km/h
(113-157mph)

* 강한태풍
(120-160km/h)
상당한 피해(Considerable damage)
지붕이 날아가고 이동주택은 파괴됨, 큰 나무도 뿌리 뽑히거나 부러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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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F-2

177-216km/h
(111-135mph)
F3 254-332km/h
(158-206mph)

*매우강한태풍
(161km/h -)
심한 피해(Severe damage)
단단하게 지어진 건물의 지붕과 벽도 붕괴,대부분의 숲의 나무들이 뿌리 뽑힘. 유조차나 트레일러 같은 큰 차량도 넘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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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F-3

217-264km/h
(136-165mph)
F4 333-419km/h
(207-260mph)

*초강력태풍
(234km/h -)
극심한 피해(Devastating damage)
단단하게 지어진 건물도 완전 붕괴,약한 기초위에 지어진 건물은 날아감, 자동차들이 미사일처럼 날아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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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F-4

265-320km/h
(166-200mph)
F5 420-509km/h
(261-318mph)
믿을 수 없는 엄청난 피해(Incredible damage)단단하게 지어진 건물도 기초까지 뽑혀 밀려가서 붕괴됨.자동차는 100m이상을 날아감. 나무들은 산산조각나고  철근콘크리트 건물도 심하게 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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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F-5

320km/h -
(200mph -)
* 한국 기상청에서는 '초강력태풍' 등급 도입에 대해서는 아직 고려중에 있습니다

연간 발생하는 전체 토네이도 중에서 F-5등급의 토네이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1%도 채 되지 않지만 워낙 강력하다 보니 그 피해는 치명적입니다. 아래 그래프에서 보듯이 1%밖에 되지 않는 F4,F5등급 토네이도가 67%의 사망자를 발생시키고 74%를 차지하는 F0,F1등급 토네이도는 불과 4%의 사망 피해만을 유발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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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현재 과학 기술로 인간에게 이렇게 위협적인 토네이도를 막을 방법은 없을까요?
아주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토네이도가 천둥번개 구름에서 생성된 다는 것을 상기한다면 토네이도의 모체가 되는 천둥번개구름 자체를 없애 버리면 막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이 수소폭탄과 같은 강력한 핵폭탄으로 천둥구름을 소멸시켜 버리는 것입니다. 수소폭탄이 충분히 위력적이라면 바람앞의 촛불처럼 그렇게 간단히 토네이도를 날려 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방법은 토네이도보다 더 막대한 피해를 유발하는 태풍이나 허리캐인에도 적용할 수 있는 전천후 다용도 해법이지만 아래 사진같은 이유로 실제 적용한다는 것은 대략 난감합니다. 더구나 수소폭탄을 하나 떨어뜨렸는데 토네이도가 갑자기 진로를 바꿔 버린다면 쫓아가며 계속 떨어뜨릴 수도 없고...정말 난감한 상황이 발생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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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폭탄으로 빈대 잡다가는 초가 삼간을 홀랑 불 태워 버릴 위험이 있습니다.(출처: 여기저기서 구해 합성.지못미 마이애미~)

 
거론되는 또 다른 방법은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죽음의 별과 같이 지구를 향해 강력한 마이크로 웨이브를 쏠 수 있는 인공위성을 만들어 토네이도를 전자렌지속의 냉동만두처럼 익혀 버리는 것입니다. 그러면 뜨거워진 천둥번개 구름은 증발해 버리고, 토네이도는 사라져 버릴 것입니다. 이 방법은 이론상으로는 그럴듯해도, 기술적으로 어려울뿐만 아니라 만약 방사된 전자파가 빗나가 도시를 구워버리기라도 한다면...이 역시 더 큰 재앙을 불러 올 것입니다.
마지막 그래도 현실성 있는 방법은 인공강우에 사용되는 드라이아이스같은 물질을 천둥번개구름에 뿌려 비를 내리게 해 토네이도를 생성시킬 수 있는 에너지를 미리 소진시키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이 방법이 위의 핵폭탄과 전자파를 이용하는 방법에 비해 안전할지는 몰라도 제때에 정확한 지점에 뿌린다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이 또한 당장 현실화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결국 현재 과학 기술로는 토네이도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토네이도가 덮쳤을때 살아남을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입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토네이도는 맹렬한 바람과 함께 그 바람속에 지상에서 끌어 올린 가재도구며 나무, 심지어 자동차까지 휩쓸어 담고 덮쳐오기 때문에 그 바람을 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토네이도가 오기전에 대피소로 피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만약 2-3층 건물에 있다가 토네이도를 만나면 즉시 가장 낮은 층으로 대피해야 하고 지하실이 있다면 그 안에 대피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지하실이 없는 집에 산다면 될 수 있는대로 집 중앙의 창문이 없는 옷장이나 목욕탕 같은 곳에 담요나 침대 매트리스 같은 것으로 머리와 목을 보호하고 엎드려 토네이도가 지나가길 기다리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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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18일 Williamston, MI EF-2 Tornado 피해(From: http://www.lansingarpsc.com/10182007.html)


만약 고속도로나 들판같이 마땅히 피할 곳이 없는 곳에서 토네이도를 만났을 경우에는 당장 차에서 내려 또랑이나 구덩이와 같이 엎드려 바람을 피할 곳을 찾아야 합니다. 번개가 칠때는 차안에 있는 것이 안전하다고 하지만(페러데이 새장 효과) 토네이도는 물리적으로 자동차를 휘감아 날릴 수 있기 때문에 차안에 머무는 것은 아주 위험합니다.

흔히 알려진 상식으로 도로상에서 토네이도를 만났을때는 다리 교량 밑으로 숨으면 안전하다는 이야기는 스스로 재앙을 부르는 위험한 행동입니다. 들판을 가로지르던 토네이도가 교각 사이의 좁은 공간을 지나게 되면 유체 역학상 흐름면적이 줄어들어 바람이 더욱 빨라지게 되고 총알처럼 빠른 속도로 소용돌이치는 부유물들을 온몸으로 맞게 됩니다.폭풍 추적자(Storm chaser)들이 찍은 동영상 중에도 토네이도가 가까이 접근하자 다리 밑으로 숨는 것들이 있는데 자살할 생각이 아니라면 절대 피해야 할 행동입니다.
실제로 1999년 5월 3일 오클라호마(Oklahoma)에서 17명의 사람들이 토네이도가 접근하자 35번 고속도로 밑에 숨었다가 한 명은 수 km를 날려 내동댕이 쳐졌고 다른 한명은 팔다리가 절단되고 나머지는 허리나 목이 부러지거나 머리부터 발끝까지 날아온 부유물에 심하게 부상을 당한 예가 있습니다.

이렇게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토네이도 같은 자연재해가 한 가지라도 더 있는 미국보다는 비록 어처구니 없는 인재로 국보를 태워먹기는 하지만 - 인재는 각성하고 노력하면 인간의 힘으로 예방 할 수는 있다고 믿기 때문에- 한 가지 자연재해라도  덜한 우리나라가 그래도 살기 좋은 곳이란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토네이도...무섭습니다.





주)
1) 단위면적당 비교로는 1 제곱 마일당 발생빈도 10위,사망자 발생 16위,부상자 발생 21위, 재산 피해 21위에 해당합니다.(http://www.disastercenter.com/texas/tornado.html)


참고자료

http://www.nssl.noaa.gov/faq/faq_tor.php
http://www.greatdreams.com/weather/tornados_2007.htm
http://www.nssl.noaa.gov/primer/tornado/tor_climatology.html
http://www.disastercenter.com/tornado/25Worst.htm
http://www.tornadochaser.com/2000chaseveh.htm
http://www.stormtrack.org/library/faq/#Strategy
http://www.nssl.noaa.gov/hazard/img/sigtoralley.gif
http://www.spc.noaa.gov/efscale/ef-scale.html
http://www.nationalgeographic.com/forcesofnature/interactive/index.html?section=t



관련 포스트
2007/03/02 - 미국 토네이도(Tornadoes) 피해




덧붙임:
1) 인터넷 상에 한글로 토네이도에 대해 전반적으로 정리한 문서가 없는 것 같아 포스트를 작성해 보았습니다.
2) 글이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 일부 내용은 접어 놓았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펼쳐 보시면 좀 더 자세한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3) 토네이도에 대한 좀 더 전문적인 통계 자료는 위에 소개한 사이트들을 참고하면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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