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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글 Lv. 1

국민에게 공짜로 돈 나눠주는 미국


한국에서는 생소하지만 미국에선 물건을 살때 물건 가격이 "After Rebate $$$" 이런 식으로 붙은 것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 리베이트(Rebate)는 물건을 사고 나서 상품대금으로 지불한 돈의 일부를 되돌려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자잘한 컴퓨터 관련 부품부터 자동차까지 거의 모든 상품 판매에 마케팅 전략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제약회사의 리베이트 관행이나 예전 전두환,노태우 대통령시절 국방 관련 사업에서 리베이트를 받아 부정한 비자금을 조성한 것이 문제 된 예가 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리베이트란 부정적인 것이란 이미지로 인식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미국내에서는 리베이트가 상품 판매를 촉진하는 좋은 수단으로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제 경우는 컴퓨터 관련 부품을 살때 리베이트가 있는 상품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정도니까요. Bestbuy나 Office Depot같은 가게에 볼 수 있는 "Instant Rebate"는 물건 가격을 아예 리베이트 가격만큼 할인해서 판매하는 경우이고 대개의 경우는 우편을 통한 리베이트(Mail-in-Rebate)라고 해서 물건 구입 후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리베이트 신청해서 약속한 금액을 돌려 받는 방법이 일반적으로 많이 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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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http://www.buy.com


예를 들면 위의 키보드와 마우스 그리고 스피커 세트의 원래 판매가격은 $40.24(약 4만원)이지만 $29.99 (약 3만원)의 Mail-in-Rebate를 받고나면 $10.25(약 만원)가 된다는  광고입니다. 그래서 물건 가격이 리베이트후에 $10.25라고 나와있지만 실제로 물건을 구매시에는 원래 판매가격인 $40.24를 지불하고 나중에 요구하는 서류를 갖춰서 신청을 하면 약속한 리베이트 $29.99를 우편으로 되돌려 주는 것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리베이트 금액이 물건 가격보다 많아 물건을 사면 도리어 돈을 벌게 되는 셈이 되는 즐거운 경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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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트 가격은 $99.95인데 리베이트는 $100이라 프린터를 사면 50원이라도 도리어 돈을 벌게되는 경우 From: http://www.passwird.com/a/news-archive-11-6-2006.shtml



(참고로 일부 사이트에서는 요즘 Paypal과 결제 대행 서비스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구글 체크아웃(Google Checkout)을 통해 결제를 하면 $10이상의 물건 구매시에 처음 한번 구글에서 $10을 대신 지불해 주기 때문에 이 키보드세트의 경우 실제적인 구매가격은 $0.25($40.24-$29.99(리베이트)-$10(구글))가 됩니다. 구글이 처음 체크아웃서비스를 선보였을때는 최초 결재시에 $50이상이면 $30, $30이상이면 $10을 대신 지불해 줬는데 요즘은 $10 이상 결제하면 $10 할인으로 바뀌었습니다.)

대부분 물건을 구입하고 리베이트를 받으려면 구입 영수증과 제품 박스에서 뜯어낸 UPC 바코드, 그리고 판매자가 제공하는 리베이트 서류를 작성해서 우편으로 보내면 약 8주(경우에 따라 다릅니다)후에 집으로 리베이트 수표가 날아 옵니다.그러니까 리베이트를 받아내기 위해서는 영수증과 상품 상자를 절대 버리면 안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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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리베이트 지불 수표


회사입장에서 리베이트를 주면 자신들의 이윤이 적게 남을텐데도 이런 리베이트 제도를 시행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 첫번째 이유는 당연히 리베이트가 판매를 촉진시키는 훌륭한 수단이 되기 때문입니다. 원래 $40에 파는 제품을 $10에 사는 셈이 된다고 하면 살까말까 망설이던 구매자의 지갑을 쉽게 열 수 있을 것입니다. 더구나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회사의 경우 리베이트는 제품 판매를 신장 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일 것 입니다.

두번째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회사입장에서 철이 지난 이월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그 상품의 가격만 인하하면 상대적으로 신상품의 가격이 비싼 것처럼 부각될 수 있을때 리베이트는 그런 부정적인 효과를 막으면서 이월상품을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됩니다.  그러니까 소비자들에게 신상품이 비싼 것이 아니라 철 지난 상품이라 리베이트를 통해 할인을 해 준다는 인상을 줘서 철 지난 상품은 리베이트를 끼워서 할인해 주는 것이고 상대적으로 비싼 신상품의 가격은 원래 정상적인 가격이라는 느낌을 주는 것입니다.

세번째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리베이트를 주는 물건을 구입한 사람들이 100% 모두 리베이트를 신청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몇 퍼센트나 리베이트를 받아 내는가 하는 수치는 조사  기관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50%(조사 기관에 따라 40-60%)정도의 구매자들만이 리베이트를 받아 낸다고 합니다.
제 경우만 해도 물건을 살때는 리베이트에 혹해, 당장은 조금 더 돈을 더 지불하더라도 리베이트가 더 많아서 최종적으로 더 싸게 사는 셈이 되는 물건에 손이 가지만 일단 물건을 사고 나면 왠일인지 까맣게 잊게 되서 리베이트를 놓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까마귀 고기를 먹은 것도 아닌데 일단 사고 나면 처음에만 잠시 리베이트 서류를 보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잊게 됩니다.
저처럼 리베이트 서류를 잊고 보내지 않아 받아내지 못하는 사람이 절반에 달하면 회사 입장에서는 최초 약속한 전체 리베이트 금액의 50%정도만 지불해 주는 효과가 나기 때문에 지불해야 할 금액중에서 지급하지 않은 50%를 추가 이익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리베이트 후에 공짜 혹은 구매자가 돈을 버는 말도 안 되는 리베이트도 가능한 것입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리베이트를 받아가지 않는 사람까지 고려하면 절대 물건을 공짜로 파는 것은 아니니까요. 또한 보통 편지로 리베이트를 받기 위해서는 8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회사입장에서는 그 기간 동안에 이자 수익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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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http://www.talkaboutcomics.com/phpBB2/viewtopic.php?p=314432&sid=c1d8987a9fd366a301bbc4672ded1016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은 보통 리베이트는 며칠까지 서류를 보내야 한다는 제한 조건이 있는데 그 기간이 길면 길수록 리베이트 신청률이 낮아 진다는 것입니다. 날짜가 많이 남았다고 귀차니즘의 압박으로 차일피일 미루다 시기를 놓치고 인간의 심리를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래서 액수가 큰 리베이트의 경우에는 마감 시한이 한달 이상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상에서 알아본 이유로 리베이트는 기업이 자기 제품의 판촉을 위해 마케팅에서 즐겨쓰는 방법인데 이번에는 사기업이 아닌 미국 정부에서도 세금을 내는 국민들에게 연말정산(Tax return)이외에 별도로 세금 리베이트를 주겠다고 나섰습니다. 정부가 물건을 파는 것도 아닌데 국민들을 대상으로 리베이트를 하겠다니 무슨 속 깊은 사연이 있나 봅니다.

어제 목요일(1/24) 미국 정부가 발표한 세금 리베이트안은 개인으로 세금보고 할때 소득이 $75,000 (7천5백만원)이하인 경우 $600(60만원), 부부가 같이 세금 보고 할때는 소득이 $150,000(1억5천만원)이하인 경우 $1200(120만원)을 주겠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세금을 내지 않은 사람도 $3000(300만원) 이상의 소득이 있으면 개인당 $300(30만원), 부부의 경우 $600(60만원)을 준다고 합니다.
또 공화당과 민주당에서는 이에 추가로 아이 1인당 $300(30만원)정도를 추가도 더 주겠다고 해서 아이가 둘인 4인 가정의 경우 $1800((180만원) = $1200+2*$300))을 받게 됩니다.

세금 신고 부부  개별 신고 부부 합산 신고 자녀 1인당
개인 소득 $75,000(7500만원)이하 $600 (60만원)
$300(30만원)
가계 소득 $150,000(1억5천만원)이하
$1,200 (120만원)
소득이 낮아 세금내지  않는
개인(소득 $3,000(300만원)이상)
$300 (30만원) $600 (60만원)

의회의 의결을 기다리고 있는 이 계획은 빠른 시간내에 의결을 마치라는 부시대통령의 압력까지 받고 있어서 리베이트에 대한 세부적인 몇몇 사항은 변경될 수 있지만  전체적인 계획에는 큰 변화없이 며칠내에 결정이 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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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http://www.pritchettcartoons.com/rebate.htm


대략 3억의 미국 인구 중에 1/3이 넘는 1억 1600만명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 세금 리베이트는 언뜻 생각하면 "역시 잘 사는 나라는 달라. 국민들에게 돈을 그냥 막 나눠주네"라는 생각을 들게 할 수 있지만 내막을 알고 보면 이것은 미국 정부의 고육지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세금 리베이트에는, 금리 인상으로 은행대출을 갚지 못하는 가계가 늘어나면서 얼마 전 서브몰게지사태로 급속하게 얼어붙는 미국 경기를, 중산층 가계에 실질적인 금전적 도움을 줘서 새로운 고용을 창출하고 이를 통해 경기부양을 이루어 보겠다는 미국 정부의 의도가 배경으로 깔려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미국은 현재 정부가 국민들에게 공짜로 돈을 나눠줘서 경기를 살려야 할 만큼 급한 상태가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마치 기업이 단기간에 매출을 늘리기 위해 리베이트라는 달콤한 미끼로 고객을 유인하듯 미국 정부는 지금 리베이트를 경기 부양을 낚아 올리기 위한 떡밥으로 쓰려고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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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계획을 바라보는 일반 시민들의 반응은 그리 낙관적이지 못합니다. 개중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자신의 처지에 정부가 공짜로 주겠다는 몇백불이 큰 도움이 될 거라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 돈은 받아 봤자 며칠안에 다 써버리고 근본적인 경제적 어려움을 개선하는데는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입니다.대신 갤런당 $3(리터당 약 790원)이 넘어버린 휘발유 가격과 계속 오르고 있는 식료품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이 자신들에게 더욱 절실하다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 역시 이 리베이트가 반짝 일시적인 효과를 가져 올지는 몰라도 전반적인 경기부양에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예측을 하고 있고 리베이트의 지불시기 또한 빨라야 6월이라면 효과를 보기에 너무 늦다는 의견입니다. 여기에 더해 안 그래도 심각한 미국 정부의 재정 적자가 이 리베이트로 인해 더욱 늘어나, 연방정부의 적자 규모가 $2500억(250조)이상에 달하게 될 거라는 암울한 예측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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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돈을 풀어 소비를 증진시켜 경기 위축을 타개해 보겠다는 미국 정부의 시도는  옛 우리 속담으로 "언발에 오줌누기"가 아닐가 싶습니다. 허약해진 미국 경제의 기본을 강화시키는 근본적인 대책보다 이런 미봉책으로 사태를 수습해 보려고 하는 미국 정부의 대응은 어쩌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허약해진 경제기조를 개선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기에는 너무나 급해져 버린 현실에서 올드보이의 오대수(늘만 습하자)의 이름과 같은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오늘날 "세계 초일류 강대국"이라는 미국이 처한 현실이 되었습니다.



1/27/2008  덧붙임

1. 원래 이 글은 미국 정부가 경기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세금 리베이트 제도를 시행하려 하는 사연을 소개 하고 거기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어서 작성한 글이었습니다. 그러려면 먼저 한국에서는 생소한 리베이트제도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할 것 같아 글 초반에 비교적 자세히 미국의 리베이트 제도를 설명한 것인데, 많은 분들이 세금 리베이트보다는 물건 사고 받을 수 있는 리베이트에 더 많은 관심을 보여 주셨습니다. 포스팅을 한 입장에서는 포스팅의 목적이 빗나간 셈이라 좀 당황스럽지만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리베이트에 관한 내용을 조금 더 보충하려고 검색중에 "미국이야기"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계시는 "카우보이님"이 쓰신 글 중에 리베이트를 받아내는데 도움이 될 만한 유용한 내용이 있어 옮깁니다.

UPC(제품 포장에 붙어 있는 바코드를 포함한 제품 정보) 를 보낼때 리베이트 폼에 (부착시키지 말라는 문구가 없는 한 )부착시켜라. 리베이트 처리센터에서 처리요원이 봉투를 열면서 고의/임의로 떨어트린 UPC가 바닥에 널려있다.(실제 리베이트 센터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 남긴 조언)

실제로 리베이트 서류를 검토해서 지급하는 회사는 상품 제조사나 판매업체가 아니고 용역계약을 맺은 회사가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 회사들이 리베이트 지급을 대행하고 어떻게 수익을 얻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건당 얼마씩 수수료를 받는다는 이야기도 있고 전체 예상 리베이트의 일정 부분(100%는 아니라고 합니다)을 지급받고 그것을 집행한다는 설왕설래가 있습니다. 지급하고 남은 금액은 대행사의 몫이 되겠죠. 만약 두번째와 같은 방식이라면 고의로 신청서류를 누락시켜서 지급을 거부하는 사례가 생길 수 있고 실제로 이런 시도로 의심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 본문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리베이트 서류는 보내기 전 서류 전체를 한 부 복사해 두었다가 문제가 될때 연락을 취하고 복사해 두었던 서류를 다시 보내면 대부분의 경우는 리베이트를 지급해 줍니다. 거기에 더해서 의도된 실수(?)로 바코드가 유실되지 않게 하려면 위에 인용한 것처럼 리베이트 폼에 철썩 붙여서 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 싶어 소개합니다.

2. 저는 주로 리베이트 정보를 http://dealslist.com이나 http://dealsea.com에서 얻고 있습니다. 이런 비슷한 성격의 사이트들은 많이 있지만 이 두 사이트가 가장 정확한 정보가 빨리 올라오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Dell 컴퓨터를 구입할 계획이 있으신 분은, 기다릴 수 있다면 학기초나 분기말쯤 이 사이트들에 많이 올라오는 Dell의 할인 판매 정보를 이용하시면 많은 돈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최고는 41%에 달하는 할인이었는데 아마 그때는 델이 HP에게 시장에서 밀리는 것을 만회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던 시점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리베이트는 회사들의 매출을 부풀려 주식시장에서 좋은 실적을 내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효과도 있기 때문에 Dell의 경우 분기말쯤에 액수가 큰 리베이트를 많이 제시했었던 것 같습니다.
위에 소개한 사이트들은 가입비를 받거나 이용료를 받는 등의 표면적인 금전적 이득을 취하지는 않지만 아마 접근 링크를 제공함으로 판매회사에게서 금전적 보상을 받아 운영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