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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글 Lv. 1

짝퉁 명품 팔다 딱 걸린 미국 월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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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지난 2005년, 몇 년간의 고전 끝에 16개의 점포를 신세계에 매각하고 떠나간 미국 월마트(Wal-Mart)이지만 아직도 월마트는 세계 최대 규모의 소매점입니다.
월마트 측에서 밝히는 자료에는 2007년 12월 31일 미국내에 4128개의 각종 월마트 점포가 있고 해외에는 3111개의 점포가 영업중에 있다고 하니까 전세계적으로 7239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 숫자는 지난번 2007/10/01 - 미국과 다른 한국 스타벅스 사이즈에서 이야기한, 전세계를 상대로 공격적으로 매장을 늘려가는 스타벅스의 전세계 매장 수 13000여개에 비하면 56%정도 수준으로 적어 보이지만 매장의 크기나 매출면에서는 비교할 수 없는 결과를 보여 줍니다.

2007 회계년도에 월마트의 순매출은 원화로 3백 4십 5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숫자로 9조 4천억원의 매출을 올린 스타벅스(Starbugs)의 약 37배에 해당하는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2007년 실적
Net Sale Net Income
Starbucks $9,411,497,000 (9조4천억원) $672,638,000 (6천7백억 원)
Walmart $344,992,000,000 (3백4십5조원) $11,284,000,000 (11조원)

또한 2007년 11조라는 어마어마한 순이익을 남긴 월마트는 2008년 625개에서 660개의 매장을 전세계에 새로 문을 열 계획이라고 하니 지구상에 거의 하루에 두개꼴로 새로운 월마트 매장이 생겨나는 셈입니다. 물론 2007년에 2571개의 매장을 새로 열었고 2008년 2500개를 새로 열겠다는 스타벅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매장 확장 계획이지만 앞에서 살펴본 월마트란 대형 소매점의 숫자를 제대로 읽기도 힘든 매출액을 고려하면 스타벅스는 매장 숫자만 많았지 실제 규모는 비교가 되지 않는 구멍가게(?)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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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Walmart 2007 Annual Report http://media.corporate-ir.net/media_files/irol/11/112761/2007_AR.pdf


월마트가 기록하고 있는 이 무시무시한 숫자들은 월마트가 전세계의 돈을 모두 긁어 모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대단해 보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거대한 월마트가 펼치는 저가 판매 정책은 미국 한 가정당 일년에 $2,500 가량을 절약할 수 있게 해주고 210,000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하니 사회에 끼치는 위력 또한 실로 대단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전에도 양면이 있듯 소매점계의 거대 공룡인 월마트로 인해 긍정적인 면이 있다면 반대로 심각한 부정적인 영향 또한 존재하리라는 것을 쉽게 예측해 볼 수 있습니다. 실제 여러 연구에서 조그만 도시에 월마트가 생김으로해서 많은 수의 지역 토착 소매점들이 가격 경쟁에서 밀려 문을 닫게 되고 있다는 암울한 연구 결과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또한 미주리 대학(University of Missouri)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작은 지역에 월마트가 생기면 단기적으로는 100여개 이상의 소매관련 고용 창출효과가 발생하지만 5년내에 다른 소매점들이 도산함으로 인해 고용 인력의 50%이상이 떠나 버리는 일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월마트는 작은 소매점들을 모두 집어 삼켜 버리고 난 황폐한 폐허위에 유아독존하는, 소매점 업계의 용가리 같은 괴물이 되어 가고 있는 중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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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http://en.wikipedia.org/wiki/Bizarro_%28comic_strip%29


요즘 사정이 좋지 않은 미국 경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2006년에 비해 2007년에 11.7%의 매출 신장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월마트도 자세히 따지고 보면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술술 풀리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워낙 규모가 큰 회사이다보니 위에서 이야기한 소규모 지역 경제에 끼치는 부정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깨어나라 월마트여~!(Wake up Walmart)"라는 이름의 사이트 같은 곳에서 조목조목 지적하는 월마트라는 회사의 경영방침의 문제까지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요즘 월마트는 자회사인 Sam's Club에서 짝퉁 프라다(Prada) 가방을 팔았다고 해서 또 다른 곤경에 처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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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편지는 지난 12월경 창고형 매장 형태로 영업하고 있는 월마트의 자회사인  Sam's Club에서 2007년 이전에 자사 매장에서 프라다 가방을 구입한 고객들에게 보낸 안내 편지입니다. 내용은 켄터키의 어떤 사람이 월마트의 자회사인 Sam's Club에서 구입한 프라다(Prada)가방이 가짜라고 소송을 걸어와서 자기들이 판 프라다 가방을 가지고 오면 전액 환불해 주겠다는 내용입니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언제 샀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한 5년도 더 된 (2003년 구입) 낡고 보기 흉해져 버린 헌 가방을 산 가격 그대로 환불해 주겠다니,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아니고 자다가 떡이 생긴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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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s Club 매장 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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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s Club 매장 내부


사건의 발단을 이렇습니다.
어느 짝퉁업자의 비밀스런 어두운 골방에서 은밀히 만들어진 가방은 신분 상승의 열망에 휩싸여 이런 저런 어둠의 경로를 거치면서 정품 프라다 가방으로 신분 세탁에 성공하게 됩니다. 정품이라는 딱지를 붙인 가방은 그 후 세계 최대 소매점인 월마트의 자회사, Sam's Club 매장에 당당히 정품으로 진열되는 필생의 꿈을 이루게 됩니다. 여기까지의 이야기는 "짝퉁가방 성공기"라고 불러도 될, 불명예스런 출생의 비밀(?)을 딛고 당당히 정품으로 거듭나는 짝퉁 가방의 눈물 겨운 성공기입니다.

하지만 2004년 12월, 켄터키의 파두카(Paducah Kentucky)라는 인구 2600명의 조그만 도시에 사는 조셉 매요(Mayo Jr Joseph) 라는 의사가 동네 Sam's Club에 진열돼 있던 세 개의 프라다 가방을 구입해서 그 중 하나를 이태리 피아 산도나도(Pia Sandonato, in Italy)에 사는 처제에게 선물로 보내면서 가방의 운명에는 암운이 드리우게 됩니다. 이태리로 향하는 비행기안에서 진짜 명품들의 본 고장으로 역진출하는 가방의 마음은 그리 밝지만은 않았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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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돼 이태리에서 돌아온 짝퉁 프라다 가방


이태리에 도착해서 본고장 명품 가방들 사이에서 출생의 비밀을 숨기고 하루 하루를 가슴 졸이며 지내던 가방은 허름한 출신답게 결국 손잡이가 뜯어져 나가 프라다 매장으로 수리를 위해 보내집니다. 여기서 단번에 짝퉁의 신분임이 들통난 가방은 미국 켄터키로 추방되어 2006년 6월 제기된, 짝퉁 명품 가방을 판 월마트를  향한 소송에 증거물로 법정에 서는 기구한 신세가 됩니다.

영화 "태양은 가득히"의 톰 리플리처럼 신분의 비밀을 숨기고 진품이라는 가면을 쓰고  가슴 조리며 살다 결국 정체가 폭로나 법정에 서게 된 가방은 "짝퉁임이 밝혀져 오히려 가슴이 후련하다"며 그동안의 마음 고생이 적지 않았음을 토로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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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의 인생 역정(?)도 이 정도면 영화 한편 찍을 만한 파란만장한 일대기 인 것 같습니다. 어느 이름 모를 가방 업자의 공방에서 몰래 생산된 짝퉁 신세에서, 세계 최대 소매점인 월마트의 자회사 매장에 당당히 정품이라고 진열되었다가 이태리까지 날아가서 가짜 판정을 받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법정에 서야 하는 신세가 되었으니 말입니다.

이 소송에 대해 월마트의 대변인인 존 심레이는 직접적인 언급은 회피했지만 미국 최대의 소매점인 자신들은 가짜 짝퉁을 팔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태리의 프라다측에서는 월마트는 자신들의 공식 거래선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밝혔기 때문에  월마트측에서는 어떻게 프라다 물건들을 Sam's Club 매장에서 판매하게 되었는지 밝혀야 하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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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마트의 짝퉁 프라다 가방 판매에 대한 법원의 화해 통지

비록 월마트측에서 지난 1월부터, 프라다 가방을 구매한 영수증이 있던 없던 자신들의 기록에 판매 사실이 있으면  전액 환불해 주고는 있지만 이것은 월마트가 자신들이 가짜 짝퉁 상품을 팔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들이 판매한 물건에 대해서 전액 환불을 해 주지만 그렇다고 과실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이런 소송이 바로 미국내에서 성행하는 집단소송의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송에 전혀 관여하지 않은 사람에게까지 소송의 혜택을 주겠다고 연락이 오고, 회사측은 자기 과실의 입증 여부를 떠나 화해를 조건으로 전액 환불을 제시하며 대응하는 것은 가장 전형적인 집단 소송의 해결 방법입니다. 보통 기업들은 자사를 상대로 집단 소송이 들어오면 대부분 법정에서 재판이 열리기 전해 화해(Settlement)하는 방법으로 적당한 보상을 해 주고 사건을 끝내서 소송이 법정 다툼으로 비화되어 세간의 주목을 받는 일을 피하려고 합니다. 아무래도 회사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기 때문이겠지요.

집단소송이라는 것은 쉽게 이야기하면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로 인해 유사한 피해를 입은 사람이 여러명 있을때 그중 일부 피해자가 전체를 대표해서 제기하는 소송을 말하는 것으로, 전체 피해자의 동의나 참가 없이도 소송 제기가 가능하고 그 판결의 효력이 피해자 전원에게 미치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물건을 구입한 모든 Sam's Club 회원들은 대표로 소송을 제기한 조셉 메이요씨 덕분에 물건이 가짜일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하고 있다가 월마트의 화해에 응할 경우 환불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물론 자신은 가방 구매 비용을 환불 받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월마트가 가짜 상품을 판매한 것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법정 공방을 통해 묻겠다는 사람은 2월 1일까지 화해(Settlement)에 동의하지 않는 다는 것을 서면으로 통보하면 법정 공방까지 갈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몇년을 사용해 오던 낡은 가방을 이 사건에 대해 차후에 어떠한 책임도 묻지 않는다는 것에 동의하는 조건으로 전액 환불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무척 솔깃해 보이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 장기적으로는 그 손실은 미래의 잠재 고객이 떠 앉을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거대한 공룡같은 회사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한없이 작아 보이는 한 개인이 제기한 소송이 공룡의 화해 제의를 이끌어 냈다는 사실은 대단해 보이지만  결국 그 비용은 미래의 고객이 될 자신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결국은 조삼모사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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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눈 딱 감고 좋은게 좋다고 환불 받는 것이 옳은지, 정의 사회 구현(?)을 위해 법정 공방에 참여해서 시시비비를 가리고 책임을 가리는 것이 옳은지...고민 되려고 하다가 그냥 환불 받고 말았습니다.
저녁 먹을 것까지 아침에  많이 먹는게 좋은 단순한 원숭이가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부끄럽지만 돈의 유혹은 거부하기에는 너무나 달콤합니다. 월마트도 아마 이 유혹을 못이겨 정상적이지 않은 경로로 명품 가방을 구해 팔다가 이런 일이 생긴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참고자료

Walmart 2007 Annual Report :http://media.corporate-ir.net/media_files/irol/11/112761/2007_AR.pdf
월마트의 문제점들
http://en.wikipedia.org/wiki/Criticism_of_Wal-Mart
http://www.wakeupwalmart.com/facts/
뉴스보도: http://www.valuebags.com/2006/06/lawsuit-claims-sams-club-sells-fake.html
담당변호사: http://www.bryantpsc.com/class_act_prada.htm
사건 화해 정보 사이트: http://mayosettlement.com/
스타벅스 2007 실적
http://investor.starbucks.com/phoenix.zhtml?c=99518&p=irol-newsArticle&ID=1078762&highl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