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개인 웹 페이지라는 것을 만든 것이 1996년 봄쯤이니까 개인 홈페이지 혹은 블로그를 운영한지도 올해로 만 11년이 넘었다. 처음 실험실에서 쓰는 Unix 서버 한 구석에 Apache 서버를 깔고 여기저기에서 구한 자료를 보고 뭘 의미하는 지도 모르는 html 태그들을 vi 에디터에 쳐 넣어가며 수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한 페이지짜리 웹페이지를 완성하고는 혼자 뿌듯해 하던 기억이 새롭다. 지금이야 인터넷에 떠 있는 자료들을 논문에 사용할 만큼 정보의 양과 질이 많아지고 다양해 졌지만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인터넷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그리 다양하지 못했다. 처음 만든 개인 홈페이지 역시 증명사진 하나 스캔해서 넣고 개인 이력서 같은 걸로 허접하게 채웠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아쉽게도 그 흔적이 남아있지 않다.
웹에 올려둔 자료라는 것이 그 서버의 계정을 없애면서 따로 백업해 두지 않으면 한 순간 사라져 버리는 휘발성이라 그동안 몇번을 만들고 고쳐왔던 개인 홈페이지을 다시 보고 싶어도 백업이 없으면 볼 수가 없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웹페이지들을 저장해 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The Internet Archive에서 Wayback Machine서비스로 예전 운영하던 홈페이지들을 찾아 봤더니 링크가 깨져 있긴 하지만 대문 페이지들은 몇개를 찾을 수가 있었다. 도서관에 고문서를 보관하듯 웹상의 문서들을 보관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사이트라는데, 스스로 만들고도 백업을 안 해둔 나 대신에 이렇게 보관을 하고 있었다니 고맙기도 하다.
2000/11/09
1996년 부터 1999년까지 운영하던 홈페이지 자료는 찾을 수 없고 저장돼 있는 가장 오래된 자료는 2000/11/9일 날짜로 저장돼 있는 index.html 페이지이다. 보리밭에서 어린 왕자를 만나던 여우가 한 이야기를 Text만으로 대문에 걸고 게시판 하나 덜렁 걸어 놓고 운영하던 페이지였던 것 같다. 그때만 해도 집에서는 모뎀으로 인터넷을 접속해서 천천히 로딩되는 웹페이지를 기다려야 했기 때문에 인터넷 서핑= 인내심이라는, 지금보면 이해되지 않는 공식이 성립되던 때였다. 지극히 개인적인 홈페이지라 방문자는 거의 없었지만 하루에 2-3개의 글을 꼬박꼬박 올리던, 일기장 같은 사이트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나중에 사이트를 옮기면서 600여개에 달하는 게시판의 글들을 옮길 방법을 찾지 못해 결국 그대로 날려 버리고 말았다는 가슴 아픈 추억이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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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쯤 비록 아무도 찾지 않는 썰렁한 홈페이지만 태그에 대한 지식도 늘었고 다룰 줄 아는 툴도 다양해 졌다며 야심차게 리뉴얼에 도전해서 Zero보드를 직접 설치하고 갤러리도 만들고 포토샵으로 그림도 편집하며 조금 더 보기 좋게 꾸며보고자 애를 썼지만, 정작 중요한 건 미적 감각이더라는 당연한 명제앞에 한계를 느끼고 나름, 겸손해지는 개기가 되었던 기회가 되었던 사이트였다. 홈페이지를 운영하면서 인내심을 기르고 겸손함을 배우는 인격수양의 기회까지 갖을 수 있었다니 생각해 보면 나름대로 알찬 인터넷 역사인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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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월에 저장 되었던 스냅샷인데 올해(2007) 초 블로그를 만들기 전까지 운영하던 홈페이지였다. Velvet underground의 Pale blue eyes로 만든 플래쉬로 대문을 꾸미기는 했는데 여전히 메인페이지는 황량하고 썰렁하기 그지 없었다. 아직 링크가 살아있는 유일한 과거의 홈페이지 버전이라서 플래쉬와 낙서판은 지금도 볼 수 있다.
낙서판은 영국의 The scratch pad라는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인데 전 세계 누구나 실시간으로 낙서판에 접속해서 낙서할 수 있는 사이트이다. 그냥 열어놓고 보고 있으면 가끔 한글도 보이고 영어, 한자, 일어, 알 수 없는 나라의 말들과 낙서들 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그리고 올 1월 드디어 티스토리로 블로깅을 시작했다. 그동안 주변에서 블로그를 권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지만 애써 외면해 오다 블로그가 대세라는 시류에 살짝 편승(?)해 보고자 티스토리로 옮겨 왔다. 처음에는 홈페이지를 운영하던 서버에 테터툴즈를 설치해서 며칠 운영해 보았는데 여러가지가 만족스럽지 않아 자유도는 좀 덜하더라고 트랙픽,사용 용량 무제한 이라는 장점에 이끌려 티스토리에 개인 블로그를 열었다. 시작은 사진을 위주로 올린 요량으로 Zippy님의 스킨을 조금 손 봐서 시작했는데 포스트를 하다보니 의외로 사진보다는 글을 많이 쓰게 되다보니 옆으로 폭이 넓은 이 스킨이 글을 읽는데 가독성을 떨어 뜨리는 것 같아 얼마전 Rukxer님의 Engineer 스킨으로 바꾸게 되었다. 블로그에 고정 독자를 많이 유치하려면 특정한 주제를 가지고 포스팅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고는 하지만 원래 시작이 개인 홈페이지인지라 특정한 주제보다는 살면서 느끼는 이런 저런 생각들을 위주로 하게 된다. 그리고 앞으로도 특별한 일이 없는 한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개인 홈페이지 시절의 하루 2-3명에 비하면 요즘은 장족의 발전을 한 것이라고 할만하다. 별 볼일 없는 글에 댓글을 달아주시는 덕분에 인터넷 상으로 만난 분들과 생각을 나누고 다른 분들의 생각을 듣게 되고...소통이라는 측면에서는 블로그로 옮겨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여러번 사이트를 옮기고 서비스를 바꾸면서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은 기존의 데이타의 이전 문제였다. 각자 고유한 DB를 사용하기 때문에 서비스 회사를 바꾸면 예전 자료들을 변환해서 가져 오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다. 이 문제 때문에 더 나은 서비스를 발견하더라도 예전 자료에 발목 잡혀 옮겨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고 용기를 내서 옮겨 오려면 예전 자료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겪게 되었다. 또 하나는 자료 보존의 문제이다. 내가 만든 자료와 사이트인 만큼 내가 백업하고 보관해야 하는 책임을 최우선적으로 지겠지만 특정 서비스를 더 이상 이용하지 않게 되었을때 자료 이전문제와 맞물려 예전 자료를 보관하는 문제 또한 쉽지 않다. 그냥 웹페이지 저장 로봇으로 긁어 저장하는 방법도 써 보았지만 이렇게 저장된 자료는 변환할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저장만 해 놓았을뿐 다시 활용할 가치는 현저히 떨어지고 만다. 최후의 수단으로 Ctrl-C, Ctrl-V 신공으로 일일이 복사, 붙이기를 할 수도 있지만...글쎄 여기까지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에 포기하고 불평만 늘어 놓으며 누군가 해결 방법을 만들어 주겠지 하고 기다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