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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글 Lv. 1

미국과 한국의 교통 법규 위반 범칙금 비교

Washington DC 경찰

Washington DC 경찰


미국 경찰 아저씨들 체격, 장난 아니다.
겨울 비시즌동안 열심히 체력단력 한 프로야구 선수들처럼 단단해 뵈는 덩치 앞에 서면 별로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주눅부터 들게 된다. 거기다 TV에 방영되는 Wildest Police Video에서 거침없이 권총을 뽑아들고 쏘아대는 경찰의 모습을 자주 보다 보니 왠만하면 마주치지 않고 사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로울 듯 싶다.
살면서 경찰 만날 일이 없길 기도하며 사는 평범한 사람이다 보니 아직 큰 죄 짓고 끌려갈 일은 없었지만 과속으로 불이란 불은 다 켜고 번쩍이며 쫓아오는 순찰차에 잡혔을땐, 과속의 댓가로 물어야할 범칙금의 액수를 생각하는 것으로도 연탄불 위의 마른 오징어처럼 심장이 마구마구 오그라드는 듯 하다.
한국에서도 과속 같은 교통위반에는 결코 작지 않은 액수의 범칙금이 부과되지만 이 미국이란 동네에서는 그 금액이 한국의 몇배를 휠쩍 뛰어 넘어 벌금 내려면
한마디로 가슴이 쓰리다. 물론 주마다, 카운티마다 범칙금 액수는 차이가 있지만 대채로 그 액수는 한국과 미국의 물가 차이를 반영하더라도 한국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어서 우리 동네의 경우 1-15mph(1.6-24km/hr) 과속 같은 경우에 부과되는 $225의 범칙금은 시간당 법정 최소임금(minimum wage) $5.15/hr 를 받고 일하는 주당 40시간 근로자(full time employee)의 일주일 수입보다도 크다.($5.15*8hr*5day=$206.00)

클릭하면 크게 보입니다.

우리동네 범칙금표




아침 출근 시간에 늦어서 허둥지둥 서두르다 몇 가지 위반을 했다고 가정해 보자. 우선 학교 가는 스쿨버스를 추월해서 과속으로 달리다 신호 위반 한번 하고 설상가상으로 경찰한테 적발되었을때 안전 벨트도 안 매고 있었다고 하자. (사실 아침 출근길에 이걸 한꺼번에 다 위반한다는 건 현실성이 없긴 하지만 지난밤 마신 폭탄주가 덜 깨서 그랬다고 치고...)

 

한국

미국

과속(20km/hr 초과)

₩70,000

$260

신호위반

₩70,000

$260

어린이 통학버스 특별보호위반

₩50,000

$485

안전벨트 미착용

₩30,000

$145

합계

₩220,000

$1,150


한국은 합이 22만원,미국은 합이 $1150!!  범칙금 액수만 거의 다섯배다. 한국이라면 손이 발이 되게 빌고 죽는 소리 해 가며 깎아 달라고 사정 사정하면 마음씨 좋은 경찰관을 만난 경우 안전벨트 미착용 정도는 할인해 주지 않을까?  하지만 미국에서 이 정도 위반을 한꺼번에 했다가는 아마 범칙금 고지서 대신 수갑차고 경찰차 뒷좌석에 실려 바로 유치장으로 출근해야 할 지도 모른다.

과속 한번으로 일주일치 수입이 몽땅 날아가는 상황이라면 불켜고 쫓아오는 경찰이 저승사자보다 무서울 수 밖에 없다. 비단 비싼 범칙금이 아니고서도 미국 경찰은 한국 경찰과 많은 면에서 다르다.
한국에서는 경찰한테 적발됐어도 나름 억울하면 반항(?)도 해 보고 술 한잔 걸친 김에 경찰관 멱살잡고 대들어도, 왠만하면 술 취했다고 재워서 숙박비도 안 받고 훈방 시켜 주지만, 미국은 로드니킹 사건처럼 서라는거 안 서고 도망간다면 쫓아가서 죽도록 패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이런 사태까지 가지 않더라도 경찰 명령에 안 따르고 나름 반항하다가는 명령 불복종(Disobey)에, 술까지 취해 횡설수설이면
공공장소에서 만취죄?(public intoxication) 추가로, 팔 뒤로 꺽여 보닛에 목 눌려진 채로 수갑 차고, 곧장 유치장행이다. 이런걸 보면 역시 한국은 아직도 법보다는 덕으로 다스리는 덕치주의 사회인 것이 분명하다.

법 집행이 엄하고 강력 할수록 좋다라고 단정해서 말 할 수는 없다. 조그만 위반에도 큰 금액의 법칙금을 물려서 감히 위반할 생각을 못하게 하고 명령에 불복했을때 가차없이 끌어다가 유치장에 집어 넣는 법 집행이 질서유지와 원활한 법 집행에는 도움은 되겠지만, 범칙금 안내고 버텨도 별 일 없고 파출소에서 술취해 경찰관과 실강이 하다가도 술 깨고 자숙(?)하는 시간을 갖고 나면 훈방되는 한국보다 더 나은 시스템이다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한국이라는 국가와 미국이라는 국가가 성립된 배경이 180도 다르고, 그 사회의 문화와 구성원이 전혀 다른 상태에서 어떤 시스템이 다른 시스템보다 우월하다거나 열등하다는 단순 비교는 마치 강아지 먹이와 고양이 먹이 중, 어느 쪽이 더 맛있느냐는 비교처럼 의미 없을 뿐이다.

하지만 "
선진국은 이러이러한데 우리는 어찌어찌해서 아직도 우리는 후진국이네"하는 소위 지식인들의 전매 특허인 선진국 예찬 내지는 자학적인 자기 비하가 아니더라도 한국 경찰의 공권력이 국민들에게 권위가 서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고 본다.
그 원인이야
우리 사회가 그동안 지나온 사회, 역사적인 과정속에서 국민들에게 비추어진 경찰의 모습에 있겠지만 칼을 휘두르는 용의자에게 실탄을 발사했다고 경찰이 과잉진압의 비난을 받아야 하고 총 맞은 용의자의 인권에 가려 부상당한 경찰관의 인권이 묻히고 마는 상황이라면 사회 질서 유지를 위한 경찰의 법 집행이 원활이 이루어 질 리 없다.
일단 무장을 하고 법이 정한 공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경찰은 일반인에 비해 우월적 지위에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 우월적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범죄자의 도전을 받았을때 경찰관도 법을 집행하는 사법권자 이전에 결국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한 사람의 인간이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그 권위는 무기로 무장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법의 집행자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인정되고 보장 되어야만 한다.

과거 어두운 "권위주의" 시대를 보낸 암울한 전력으로 우리는 권위,공권력, 이런 말들에 필요 이상의 과민 반응을 보이지만 이 사회를 지탱하고 질서를 유지하는데 이런 것들이 필수 요건이라는 것은 간과해서는 안 된다. 범칙금 이야기 하다가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는데 아무튼 한국의 경찰은 좀 더 권위를 인정 받아야 하고 스스로도 그 권위를 인정 받을 수 있도록 좀 더 엄정해져야 한다고 대강 수습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