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기약없이 2부를 공수표로 날린 "아스팔트가 샘솟는 신비의 호수를 찾아.(1부)"에 세계 각지에서 쏟아진 수백만 구독자들의 지대한 관심과 열화와 같은 격려는 없었지만 짧게라도 2부를 마저 써보려 합니다.
..........
운전하며 멀미를 하는 신묘한 체험을 커피를 곁들인 잠깐의 휴식으로 달래고 긴 여정의 종착지, 유황과 메탄가스에 뒤덮였을, 아스팔트 호수를 찾아 떠난지 장장 5분만에 또 다른 난관에 봉착하고 말았습니다.
바로
Roundabout, (aka. 로타리). 빙빙 도는 단체 줄넘기에 뛰어들 차례를 기다리는 선수 마냥 타이밍을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오래전 호주 시골 마을에 은둔한 무림고수께 전수받은 左側運行神功(좌측운행신공)의 秘技(비기)를 펼쳐 먼저 들어와
돌고 있는 차에 양보하는 기본 초식만으로 간단하게 Roundabout을 돌파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한국에서는 예전에
있던 로타리들을 대부분 없애버려 많이 볼 수 없지만 교통공학적으로 중소 규모 도시정도의 교통량에는 신호등 체계보다 대기 시간도
짧고 정지하지 않고 서행하며 그대로 통과할 수 있어 훨씬 효율성이 높은 교차로 체계입니다. 하지만 전제 조건인 양보가 우선되지
않으면 피크시간엔 모든 차들이 뒤엉켜 오도가도 못하는, 교통의 지옥도를 연출할 위험이 높긴 합니다. 특히나 모두가 급한
한국에선.
Roundabout에서는 표지판이 지시하는 방향으로 세바퀴를 빙글빙글 돌아야 합니다. 귀찮다고 거꾸로 혹은 한바퀴만 돌다가는 범칙금 딱지를 끊게 됩니다-
무사히 로타리를 빠져 나와 울퉁불퉁 포장도로인 듯 아닌듯한 아리송한 길을 한시간을 더 달려 목적지 근처에 다 온 것도 같은데...... 어디에서도 이정표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전
세계에 단 3개, 그중에 가장 크다는 이 천연 아스팔트 호수를 안내하는 표지판 하나 없다니, 참 일관되게 시크한 사람들입니다.
어디를 가나 보고 싶으면 알아서 오라는 듯 친절하게 표지판 하나 세우지 않는 이 나라의 쿨함에 으스스 한기가 돌 지경입니다.
지옥의 심연 대신 사골국물에 풍부한 Tricalcium Phosphate(제3인산칼슘)이 녹아있는 Dihydrogen monoxide (H2O).
세상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전지전능한 구글의 안내로 마침내 도착한 아스팔트 호수는 서론이 장황했던 만큼이나 알맹이가 없는 듯
보였습니다. 초등학교 운동장만한 넓이에 여기저기 드문드문 Dihydrogen monoxide (DHMO)이 고여 있고 군락을 이룬 풀들이 바싹
말라있는 풍경은 유황과 메탄가스를 머금고 지옥의 심연이 쏟아내는 시커먼 아스팔트를 뿜어내는, 상상했던 죽음의 호수와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였습니다.
<너무 길어질 듯하여 여기서 끊고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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