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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글 Lv. 3

자연에 도전한 인간들 그리고 미시시피강 홍수 1


지난번 지금 미국은 미시시피강 홍수로 전전긍긍에서 소개했던, 미시시피강 범람을 막아줄 최후의 보루, 아차팔라야 유역으로 통하는 모간자 수문이 오늘 (5월 14일 오후 3시, 중부시간) 드디어 열렸습니다. 

미시시피강 수위를 낮추기 위해 결국 열어 버린 모간자 여수로

지난 1973년 단 한번 수문을 연 이후 그 동안 몰아 닥친 몇번의 홍수에도 굳게 닫아 걸고 열지 않던 모간자 수문을, 38년만에 다시 연 미국 정부는 (정확하게는 미 육군 공병단과 루이지애나 주정부) 이 수문 개방이 최악의 홍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38년만에 이산가족 상봉하러 갑니다. (From: http://photos.nola.com )

하지만, 사실은 루이지애나의 최대 인구 밀집 지역인 배톤루즈와 뉴올리언즈의 200만 시민들,미시시피 강변을 따라 들어서 있는 엑슨모빌, 코노코 필립스를 포함한 8개의 정유 공장들, 그리고 주변 3개의 원자력 발전소를 구하기 위해, 아차팔라야 지역 농경지와 거기에 살고 있던 2,500여명의 주민들, 그리고 사흘 뒤면 물어난 강물로 수해를 입게 될 하류지역 4만 6천여명 주민들과 맞바꾼 결정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모간자 여수로 방류로 인한 예상 홍수 도달 시간과 침수지역
(After: 미 육군공병단(USACE)

 일부 한국 언론들은 모간자 여수로 방류가 마치 댐의 수문을 열어 (댐 상류지역의) 수위를 낮추기 위한 노력처럼 보도 하고 있기도 하지만 이것은 미시시피강 하류의 치수 원리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해서 생긴 오해입니다. 미시시피강의 제방을 관리하고 있는 미 육군 공병단( US Army Corp. of Engineers)이 19세기말 세운 미시시피강 치수의 기본 원칙은 "우리는 오직 제방만으로 승부한다" 였습니다.

미시시피강 제방 높이 변화
(After: 미 육군공병단(USACE)

그 당시 여러 기술,정치,경제적인 이유로 제창된 이 원칙 덕분에 그 후로도 미시시피강의 범람은 계속 되었고 거기에 대응해서 제방은 높아져만 갔습니다. 하지만 1937년 최악의 홍수를 겪으며 제방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거대한 야생 공룡같은 미시시피강을 제압(?) 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미 육군 공병단은 범람하려는 미시시피 강물을 모두 제방으로 틀어 막는 대신 그 일부를 인적이 드문 늪지대나 호수로 돌려 빼는 방법을 강구하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건설된 치수시설물중 하나가 오늘 수문을 연 모간자 여수로입니다.

범람하는 미시시피강물 일부를 옆으로 돌리는 모간자 여수로


그러니까 저수지에 고여있던 물을 홍수 조절을 위해 수문을 열어 방류하는 한국 댐과는 달리, 이 미시시피강의 모간자 여수로는 강 하류 지역으로 흘려 내려가는 물길을 일부 다른 지역으로 돌리는 역활을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상지역의 피해를 무릅쓰고 수문을 열었지만 거의 12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이 동네를 지나는 미시시피강의 수위는 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평소 다운타운을 가로지르는 미시시피 강변 제방

금요일(5월 13일) 1.8m 정도의 여유만을 남기고 있는 다운타운 제방

도리어 NOAA의 예측으로는 다음 주 월요일까지는 수위가 계속해서 상승할 것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 육군 공병단은 침수지역의 야생 동물들이 대피할 시간을 주기 위해 점차적으로 천천히 방류량을 늘려 나갈 계획이라고 발표 했기 때문에 더 시간을 두고 수위 변화를 지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모간자 여수로를 열고도 떨어지지 않는 미시시피강 수위

(From NOAA)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온 도시가 나서서 미시시피강의 범람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습니다.


모래 주머니만이 살길이다. (From : http://www.nola.com )


이미 도시의 북쪽 저지대에 위치한 미국 내에서 두번째로 큰 엑슨모빌 정유공장은, 침수로 금요일 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지대가 낮은 다운타운 지역은 교통을 통제하고 예비군 훈련이라도 할 것 처럼 모래주머니를 길 한가운데 쌓아 놓고 범람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다운타운 한가운데까지 등장한 모래주머니들


루이지애나 주 정부 기관, 시, 공병단까지 나서 도시를 가로지르는 미시시피강 제방에 모래 주머니로 임시 제방을 쌓는 작업을 하고 있지만 방류를 시작한 강물이 사흘 후면 도착할 모간시티의 경우는 워낙 보강 해야할 제방이 길고 시간이 촉박하다보니 일손이 모자른가 봅니다. 빠삐용 복장을 한 죄수들 까지 동원해서 제방 보강작업하고 있습니다.  하긴 사흘 뒤면 도시 전체가 물에 잠길 걸로 예상되는 곳이니 죄수들도 자신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작업에 나서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죄수들까지 동원한 제방 보강 작업 (From : http://www.nola.com )


저와 제 가족들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는 이번 미시시피강 홍수를 바라보면서, 자꾸만 이번 홍수는 단순한 자연 재해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사실 지난 2년동안 저는 미시시피강 일부 구간 제방을 설계하는 일을 했었고 이번 홍수로 위협받고 있는 대상 지역 전구간을 몇 달 동안 안전진단을 하는 일을 해 왔었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이 일들을 하면서 알게 된 미시시피강 제방의 문제점들에 대해 한번 글을 써 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