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야기하면 미국와서 살기전까지 미시시피강은 어릴적 읽었던 톰 소여의 모험에 등장하는 미시시피주를 흐르는 강 일거라고 어렴풋한 상상속의 존재였습니다. 이 강이 미시시피주의 조그만 강이 아니라 저 북쪽 미네소타에서 부터 여러 주를 걸쳐 흘러 내려오는 거대한 강이라는 것을 알게 됐을때에는 도리어 이런 강이 어쩌다가 미시시피주와 같은 이름을 갖게 되었을까라는 의문을 갖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꿈에서도, 이 이상한 이름의 강과 인연을 갖게 될 거라고는 생각치 못했지만 사람일을 알 수 없다더니 어찌하다보니 미시시피강을 옆에 끼고, 그 강 덕분에 생계를 유지하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어부는 아니랍니다. 

홍수로 잠긴 세인트루이스를 구해주세요
(From http://www.nytimes.com)

요즘 제가 살고 있는 동네는 이 미시시피강 수위가 올라가 주말이나 다음주 쯤에는 강이 범람할 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습니다. 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하다는 홍수 때문에 강 상류의 일리노이주나 미조리주 일부는 이미 심한 홍수 피해를 입었지만 이 동네는 올해 들어 별로 비가 내리지 않은 탓에 홍수 소식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 강이 범람할 지 모른다는 뉴스는 마른 하늘에 물벼락같은 소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미 홍수위를 넘어 버린 미시시피강 (From: NOAA)

미시시피강 상류부터 쓸고 내려오며 주변 도시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는 이번 홍수는 지난 4월 전국적으로 내린 많은 비가, 지난 겨울 내린  눈이 녹아 수위가 높아진 강으로 유입되면서 생기게 되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도 장마철이 되면 수재가 빈번하게 나지만 4대강 상류에 건설된 많은 댐들 덕분에 어느 정도 비에는 홍수 조절능력을 갖고 있지만 미시시피강의 경우는 사정이 좀 다릅니다.

지난 4월 미국 전역에 내린 비

 유역면적(2,981,076km2)만으로도 한반도(222,154km2)의 13배가 넘고 길이(3734km)도 한강(497.5km)의 7.5배나 되다보니 강을 흐르는 유량도 엄청나서, 제가 살고 있는 동네 근처에서는 텅빈 소양강댐을(2900X10^6 m^3) 이틀도 채 안되는 시간(43.7시간)에 넘치도록 찰랑찰랑하게 채울 수 있는(평균 초당 18,434톤) 양의 물이 항시 흐르는 거대한 강입니다.

미국의 1/3을 차지하는 미시시피강 유역

 미국의 1/3을 차지하는 광대한 미시시피강 유역
 
이 정도로 거대한 규모이다 보니 애초에 인간의 힘으로 홍수를 조절하려는 무모한 노력 대신 강 양편으로 높은 제방을 쌓아 홍수피해를 막는 수동적인 방법에 주력해 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기존 최고 수위를 기록했던 1927년 대홍수에 버금가는 큰 홍수라는 이번 경우에는 그렇게 심혈을 기울여 쌓아온 제방마저 무너질 위험에 처했고, 미시시피강의 제방을 관리하는 미 육군 공병단은 눈물을 머금고(?) 강 상류 일리노이주 캐이로 근처의 3km에 달하는 제방을 폭파시켜 버리는 극단의 조치를 취하게 됩니다.  
 

5월 2일 육군 공병단의 제방 폭파

5월 2일 밤 미 육군 공병단의 제방 폭파

홍수 피해를 막아주는 제방을 폭파한다는 것이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이긴 하지만  사실은 도시를 지켜주고 있는 제방이 수위가 높아져 붕괴 위험에 처하자 도시을 지키기 위해 인적이 드문 농장지대로 미리 강물을 돌리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이었습니다. 덕분에 도시는 지켰을지 모르지만 농작물과 농경지, 농민들의 집들이 한꺼번에 유실되는 많은 손실을 초래하게 되었고 아마 모르긴 몰라도 위급 상황이 지나가고 사태가 진정되고 나면 수많은 소송이 정부를 상대로 꼬리를 물지 않을까 싶습니다. 

미국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미시시피강 홍수 배수 계획

상류에서의 이런 눈물 겨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홍수 범람의 위험이 하류의 뉴올리언즈 지역까지 위협하자 미국 정부 (미 육군 공병단)은 또 다른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됩니다. 루이지애나 주의 주도인 배톤루즈와 최대 도시인 뉴올리언즈를 홍수에 잠기게 하느냐 아니면 홍수를 아차팔라야 유역으로 돌려서 또 다시 지역 농민들의 삶의 터전인 집과 농장들을 흙탕물 속에 수몰 시키느냐 하는, 어느 한쪽도 포기하기 힘든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미 정부는 주도와 최대 도시를 구하기 위해 미시시피강이 그림에 붉게 표시된 아차팔라야 유역(Atchafalaya Basin)으로 통하는 수문을 열기로 결심합니다. 사실 주도인 배톤루즈와 뉴올리언즈사이의 미시시피강 주변에는 수백만의 많은 인구가 밀집되어 있고 미국 정유공장의 14%가 모여 있는 지대이기 때문에 늪지대의 소수 거주민과 농민들 그리고 하류의 어민들을 포기한 이 결정은 정부의 입장에서는 당연 선택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루이지애나의 마지막 희망이 된 미시시피강과 아차팔라야 유역을 연결하는 수문

 최선의 경우는, 루이지애나를 홍수에서 구해 줄 희망이자 동시에 많은 사람들의 삶의 터전을 삼켜 버릴수도 있는 Moganza Floodway 수문을 열지 않고도 홍수가 지나가는 것이지만 과연 그렇게 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대로 계속 수위가 올라가면 주말쯤에 수문을 연다는 것 같은데, 비록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주말쯤에 한번 강가에 나가 봐야 겠습니다. 정말 자연 앞에 인간은 하잖은 존재임을 새삼 다시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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