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30분.

해가 중천에 뜰때까지 늦잠을 자고야 말겠다는 일주일을 벼른 굳은 다짐은 온데간데 없고, 그 무겁던 눈꺼풀이 오늘은 저절로 떠졌습니다.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일어나던 습관은 일요일인 오늘도 주책없이 단잠을 깨웁니다.

밖은 벌써 동이 트나 봅니다. 바닷바람을 맞고 앉아 아직도 비몽사몽한 정신을 수습하려 애를 써 봅니다.



기왕 일찍 일어난 거 뭔가 보람된 짓(?)을 해야 덜 억울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세상 어디엔가 있다는 천연 아스팔트가 샘 솟는다는 호수를 찾아 떠나는 먼 여정을 계획했습니다.

예전 학부 전공 수업시간, 재료역학 교수님께서는 지구 저 반대편 아스라히 먼 어느 낯선 나라에 세상의 모든 어둠을 모아 놓은 것 같은 시꺼먼 아스팔트가 지구의 심연에서 용암처럼 흘러 나오는, 유황과 메탄가스로 뒤덮인 신비의 호수가 있어, 새벽을 여는 자만이 그 곳에 갈 수 있다는 전설같은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가만 생각해 보니 오늘 의지와는 상관없이 꼭두새벽에 일어난 일하며, 지구 반대편에 있다는 바로 그 나라에 몇 달째 갇혀 있는 내 처지가 마치 포세이돈의 예언처럼 피할 수 없는 길고 긴 여정을 떠나야만 했던 오디세이의 운명과도 같이, 그 신비의 호수를 찾아 떠나야 하는 필연이 나에게 기어이 찾아온 것은 아닐까 하는 시덥잖은 상상을 해 보았지만, 그럴리가 만무하겠지요. 아직 잠이 덜 깨었나 봅니다.

 

부산스레 채비를 마치고 길에 올랐지만 시작부터 순탄치 않습니다.

이 나라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몇 안되는 주요 도로중에 하나라는 길은, 쑥과 마늘에 질려 굴에서 뛰쳐나온 호랑이가 담배피며 꿀떡을 기다리던 그 고갯길보다 더 꼬불꼬불 좁고 험란하기만 합니다. 더구나 도로의 포장 상태는 누덕누덕 기워 붙인 퀼트 이불마냥 색깔은 물론 높낮이의 일관성이 전혀 없어 내가 마치 놀이동산의 롤러코스트 난폭하게 모는 폭주족이 된 것만 같은 기분입니다.

아무래도 진흙이 섞인, 실트질의 토질이 쉽게 발견되는 이곳 지질 특성상 도로 건설시 노상에 존재하는 연약지층을 적합한 재료로 치환하고 제대로 다지지 않은 채 노반과 기층을 올리고 아스팔트로 포장을 했기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소성변형이 심해져 도로가 이 모양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더구나 지난번 포스팅에서도 언급했던 이 나라의 구조적인 문제로 필요한 유지보수가 제때에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원하지 않는 롤러코스트 자유이용권을 온 국민 선사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무튼 직접 운전하면서도 멀미를 하는 생전 처음의 경험을 하며 우여곡절 끝에 이 나라에 3개 밖에 없다는 스타벅스 매장을 찾아 San Fernando에 도착했습니다. 멀미에 울렁이는 속을 달랠 커피와 오늘 점심이 되어줄 샌드위치를 사고 그 호수를 뒤덮고 있다는 유황과 메탄 가스를 해독해 줄 산화이수소 (H2O)까지 배낭에 챙기니 라이트 세이버를 얻은 루크 스카이워커처럼 어깨에 힘이 들어갑니다.

아직 한 시간을 더 가야합니다.




- 시간 날때 2부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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