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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 이어 계속>

예상과는 다른 첫인상 이었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본 아스팔트 호수는 멀리서 바라본 모습과도 사뭇 달랐습니다. 물 웅덩이가 진 호수 바닥으로 알았던 곳은 이제는 단단하게 굳은 75m 두께의 천연 아스팔트였고 풀무더기는 흙 한줌 없는 아스팔트의 갈라진 틈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었습니다.

 그 경이로은 모습에 생명의 끈질김을 실감하면서도 하필 그 곳에서 싹을 틔운 씨앗의 불운함에 저런~ 하는 안쓰러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트리니다드는 통상적으로 캐리비안의 나라들 중 하나로 여겨기지만 지질학적으로는 남미 대륙의 일부에 속합니다. 지각판의 분포도를 보면 남미 대륙판의 가장 자리에 위치하고 있어 다른 캐리비안 나라들과는 달리, 인접한 산유국인 베네주엘라처럼 원유와 천연가스가 나오는 행운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겨우 1만년전에 남미 베네주엘라에서 떨어져 나왔기 때문에 가까운 곳은 11km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고 지금도 이 나라를 가로지르는 단층의 북쪽 지역은 해마다 약 1cm씩 남미 대륙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덕분에 지진이 자주 발생해서 플랜트 설계에는 내진설계가 꼭 필요한 지역이기도 합나다. 실제로 작년 12월에도 진도 5정도의 지진이 발생해서 땅이 살짝 떨리는 것을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호수를 걷다보니 대부분이 단단하게 굳은 아스팔트였지만 지금도 천연 아스팔트가 솟아나고 있어 약간의 유황냄새와 어떤 곳은 발자국이 남을 만큼 말랑한 아스팔트도 있었습니다.

이 아스팔트 호수는 5백만년 전부터 2백만년 사이의 신생대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아스팔트를 잘 뒤져보면 근처에서 물을 마시거나 산책을 나왔다가 아스팔트에 빠져 화석이 된 원시형태의 포유류 화석이 발견되기도 한답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아쉽게도 화석은 못 보았지만 솟아나는 아스팔트에 파묻혀 구원의 손길을 뻗는듯한 맹그로브 나무 둥치들은 간간히 볼 수 있었습니다. 역시 터를 잘못 잡은 탓이겠지요.

호수 한 귀퉁이, 지금도 솟아나는 천연 아스팔트는 그 점성이 상상 이상으로 끈적했고 미끌거렸습니다.
아빠를 따라왔다 그위에 넘어져 버린 아이의 팔과 다리에 엉겨붙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끈적한 아스팔트는 또 다른 희생자를 찾는 지옥의 음험한 손길처럼 징그럽기까지 했습니다.

사골국에 풍부한 제3인산칼슘과 유황이 녹아 있다는 웅덩이의 녹색물은 왠지 온천수와 효능이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오자마자 구경은 뒷전이고 그 웅덩이에 들어가 자연이 준 사골국물에 몸을 담그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뼈 마디가 시린 사람들에게 효과가 있지 않을까요? 함께 풍덩 들어가 물장구를 치고 싶지만 예의바른 한국에서 왔다고 떠들고 다닌터라 이미지 관리하느라 급자제하고, 대신 슬쩍 신발을 벗고 아닌척 모르는척 찰방찰방 물속을 걸어 보았습니다. 아무래도 발이 예뻐진 것 같습니다.

돌아서 나오는 길에 참 아이러니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절로 솟아나는 아스팔트를 세계각국에 도로 포장재료로 수출하는 이 나라가 정작 자신들의 도로는 그리 엉망으로 방치해 두고 있다니. 역시 천연자원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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