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생(시대의 아픔(?)으로 초등학교를 다녀보지 못했습니다.) 시절,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거부할 수 없는 유혹으로 코흘리개의 발길을 잡아 끌던 만화방으로 처음 기억되는 우리의 방(房)문화는 노래방, PC방을 거쳐 비디오방, 찜질방뿐만이 아니라 이제는 사회의 음습한 영역(?)으로까지 진출해, 가히 우리 사회 전반을 관통하는 특징적인 문화 현상이라고 까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방(房)문화에 비견되는 미국 사회의 특징적인 문화를 “자동차 문화”라고 하기에는 좀 억지스러운 감이 있지만 태평양을 건너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한국의 방문화와 미국의 자동차 문화가 묘하게 얼버무려진 흥미로운 사례가 있습니다.
겉보기론 미국에선 흔하디 흔한 픽업 트럭과 트레일러의 조합 (from: http://gametruckparty.com/about-us/)
위의 사진에 보이는 픽업 트럭이 끄는 트레일러는 미국에서는 어딜 가나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조합이지만 이 평범한 속에서 태평양을 넘나드는 문화의 유사성과 이질성을 동시에 찾을 수가 있습니다.
트럭과 트레일러에 쓰여진 “Game Truck”이라는 문구에서 이 트럭과 트레일러가 우리의 방처럼 그 안에서 게임을 즐기기 위한 시설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 곳에 고정돼 있는 우리의 방과는 달리 자동차를 유난히 사랑하는 미국인들은 이 방(?)을 자동차에 달고 도로를 달릴 생각을 해 낸 것입니다.
게임트럭에서 게임에 열중하는 미국 아이들(from: http://www.flickr.com/photos/29123483@N02/2722074812/)
처음 이 사업을 시작한 Scott Novis가 이야기하는 발상의 시작은 비록 다른 이야기이지만 어쩌면 어디선가 경험해 본 한국의 방문화에서 힌트를 얻어 게임트럭을 구상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Scott Novis가 이야기하는 이 사업의 시작은 우연히 참석한 파티에서 Xbox 게임을 즐기기 위해 낑낑거리며 LAN선을 차고까지 끌고 오는 수고를 마다 않는 친구의 모습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게임이 좋더냐? (from: http://www.flickr.com)
여기에서 힌트를 얻은Novis씨는 2006년 $100,000(약 1억2000만원)을 들여 에어컨 시설이 되어 있는 최신 게임 시설을 갖춘 첫 번째 게임트럭을 만들어 아이들 생일 잔치에 트럭을 임대해 주는 사업을 시작합니다. 이 트럭에 대한 아이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고 합니다. 어른들 눈치보지 않고 자신들만의 공간에서 환호성을 지르며 서로 어울려 Halo 3를 즐길 수 있는 게임 트럭의 매력 덕분에 Novis씨는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두 시간 기본에 $349(약 42만원), 한 시간 추가당 $115(14만원)씩 하는 만만치 않은 대여료 받으면서도 승승장구해 사업을 시작한지 몇 달 만에 두 번째 트럭을 장만하는 성공을 거둡니다.
게임 트럭에서 환호하는 아이들(from: http://www.flickr.com/photos/29123483@N02/2722074812/)
아리조나에서 트럭 한대로 처음 시작한 이 사업은 확장을 거듭해서 3년만에 캘리포니아와 오하이오의 8개 도시로 진출해 로열티를 받는 체인사업으로까지 성장하였습니다.
하루에 3-4건의 출장 의뢰를 받는 덕분에 경제 불황 속에서도 한 트럭당 $10,000 이상을 수입을 올리고 이 사업이, 안 그래도 매일 평균 7시간을 비디오 게임으로 소비하는 미국 아이들에게, 더 많은 시간을 게임으로 소비하도록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적인 목소리에 대해Novis씨는 자신의 게임트럭에서 아이들은 단순히 게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함께 어울려 노는 사회 활동을 하는 기회를 갖을 수 있기 때문에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 합니다. Novis씨의 주장대로라면 게임트럭은 자신의 방에서 혼자 게임을 하는 아이들을 친구들과 함께 놀 수 있도록 해주는 안전한 놀이터의 역활을 해 주는 것입니다
Xbox를 갖춘 게임트럭 내부 from: http://www.flickr.com/photos/29123483@N02/2722074812/)
한국으로 치면 아이들의 게임방인 게임트럭이, 비록 트럭으로 끌고 다니는 물리적인 모습은 다르지만 사회적 친분이 있는 몇 명이 같은 공간에 모여 함께 즐기는 모습은 우리의 방(房)문화와 유사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방(房)문화의 미국식 변형인 것 같아 매우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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