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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에 내리는 눈


금요일 새벽 5시쯤 하늘에서 빗방울이 아니라 진눈깨비가 내렸습니다. 텍사스도 꽃샘 추위를 하는지 예년같지 않게 며칠째 춥다 싶었습니다. 진눈깨비가 내리는 것이 드디어 기온이 빙점이하로 떨어졌나보다 했지만 눈이 올거라고는 생각치 못했습니다.

그런데 아침 6시 반쯤부터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습니다. 시내에선 비록 땅에 닿자마자 녹아버려서 쌓이지 못했지만 교외의 들판에는 제법 하얗게 덮힌 것이 그럴듯 합니다.


이곳에 산지 8년만에 처음 보는 눈이기도 했지만 텍사스에, 그것도 3월에 눈이 온다는  사실이 더 신기 했습니다. 사실 박찬호가 선수 생활을 하던 달라스 알링턴 정도의 위도에서는 가끔 눈이 오지만 훨씬 남쪽인 이 동네는 겨울에 아무리 추워도 영상 1-2도 정도에 머물기 때문에 눈을 구경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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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보니 이곳에서 태어난 텍산(Texan)인 딸 아이는 눈을 본 적이 없어 아무리 설명해 줘도 이해하지 못합니다. 어제 눈은 아이가 태어나서 처음 오는 눈이었지만 너무 이른 시간이라 볼 수가 없어서 모처럼의 기회를 놓쳤습니다.

책을 읽어주다 눈이란 단어가 나와서 하늘에서 구름이 얼어서 떨어지는 거라고 설명 해 주면 "딱딱해서 아프겠다"라고 하고, 딱딱하지 않고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럽다고하면 "맛있겠다"고 라고 하는 것이 전혀 개념을 잡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물을 부으면 부풀어 올라 눈처럼 변하는 Snow powder로 가짜 눈을 만들어서 만져보게 했더니 아하~하며 비로소 눈에 대해 조금은 이해 하겠다는 표정을 짓습니다. 그래봐야 눈이 하얀 색이라는 것과 단단하지 않고 부드럽다는 정도일테니 가짜 눈을 만져 본 것으로 어찌 진짜 눈을 알 수 있을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기념품 가게의 텍사스 눈사람



기회가 되면 한국의 산과 들에 하얗게 쌓인 눈을 보여주고 같이 눈사람이라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어릴적 손이 꽁꽁 어는 것도 모르고 눈을 뭉쳐 눈싸움을 하고 눈사람을 만들던 추억을 우리 아이에게도 갖게 해 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텍사스에 산다면 정말 불가능에 가까운, 갖기 어려운 추억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