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반하장(賊反荷杖)'이라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한자 그대로의 뜻은 도둑이 매를 든다는 말로, 우리 생활 주변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것처럼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도리어 큰 소리를 치면서 남을 나무랜다는 의미입니다. 비슷한 속담으로는 ‘방귀 뀐 놈이 성낸다','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란다', '제 똥 구린 줄 모른다','뭐 낀 놈이 성낸다' 등등 주로 변(便)에 빗대어 그 개념없음과 치졸함을 꾸짖고 있습니다.
또 파렴치(破廉恥)라는 말은 잘못을 범하고도 도무지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마음을 일컬으며 몰염치(沒廉恥)한 사람,후안무치(厚顔無恥)한 사람을 비유할때 흔히 쓰이는 말입니다.
오늘 이 두가지 사자성어에 완벽하게 부합되는 사람을 소개할까 합니다.
2004년 스페인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던 17살 소년(Enaitz Iriondo Trinidad)를 자신의 승용차로 치어 숨지게 한 토마스 델가도(Tomas Delgado)란 사람이 지난 수요일(1월 23일) 죽은 소년의 부모를 상대로 그 사고로 부서진 자신의 자동차 수리비와 수리 기간중 이용한 렌트카 비용 $29,400(2천9백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가 오늘(1월 30일) 취하한 일이 있었습니다.
죽은 아들의 사진을 들고 울먹이는 어머니 |
적반하장 세계 챔피언Tomas Delgado |
사고는 2004년 8월 가족이 휴가를 즐기는 동네 캠핑장으로 자전거를 타고 가던 17세 이로온도란 소년을 과속으로 달리던 델가도씨의 Audi A-8 승용차가 뒤에서 덮치면서 발생했습니다. 소년은 차에 부딪힌후 106m를 차에 끌려가서 사망했는데 사고 당시 델가도씨가 90km/h 제한 속도 도로에서 113km/h로 달렸다고 경찰 보고서에는 기록되 있지만, 피해 소년의 가족이 고용한 전문가는 델가도씨가 적어도173km/h이상으로 달렸을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사고후 가해자인 델가도씨에 대해 법원은 법규를 위반한 사실이 없다고 했고 피해 소년의 부모들 또한 형사 소송을 제기 하지 않아 보험회사에서 $48,500(약 4천8백만원)의 보상금을 피해 소년의 부모에게 지급해 주는 걸로 사건이 마무리 되는 것 같았지만 델가도씨는 4년이 지난 주 소년의 부모에게 그때 지출한 자동차 수리비와 렌트카 비용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던 것입니다.
델가도씨는 자신도 그 사고의 피해자라 주장하며 문제점들을 바로 잡기 위해 소송을 제기한다고 소송의 이유를 밝혔습니다.
어처구니 없는 이 뉴스가 알려진 후 세계 네티즌들의 반응은 아주 뜨겁습니다. 흥분한 네티즌들 중에는 자기 눈앞에 있으면 총으로 쏴 버리겠다는 아주 과격한 사람부터 , 담당 변호사를 감옥에 집어 넣어야 한다는 사람, 최악의 AADS (Asshole Audi Driver Syndrome)라며 Audi까지 걸고 넘어지는 사람들까지 반응이 다양하지만 역겨울 정도로 몰상식한 사람이라는 데에는 목소리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참고: http://jalopnik.com)
2004년 사고로 사망한 이로온도의 자전거
비록 소송을 취하하긴 했지만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보다 자신의 자동차 수리비 2천만원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델가도씨의 모습을 보면서 개인 이기주의의 극단적인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해도 자신으로 인해 생명을 잃은 소년에 대한 죄책감과 그 남은 가족이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슬픔은 무엇으로도 대신 할 수 없을 것 같지만 이 사람에게는 2천만원의 가치도 안되는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닌가 봅니다.
내 주변, 우리나라의 일이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에 델가도씨와 같이 남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사람이 함께 살고 있고, 앞으로 그런 사람들은 얼마든지 더 나타날 수 있을 거라는 사실이 참으로 우울합니다.
자료 참고
1. ABC News: http://abcnews.go.com/TheLaw/wireStory?id=4191775
2. http://abcnews.go.com/TheLaw/comments?type=story&id=4191775
2. 인터뷰 비디오
3. http://www.imperfectparent.com/topics/tag/tomas-delga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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