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팅(2007/11/28 - 천원샵에서 발견한 삼성의 굴욕(?))에서 이야기 했던 99센트에 팔리고 있는 삼성 칼러 필름에 대한 자료는 이미 이야기 한 것처럼 삼성물산의 답변 이외에는 인터넷 검색으로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예전 다음,네이버 그리고 구글 메인 페이지의 과거와 오늘을 포스팅 할때 이용했던 Wayback Machine 사이트 였습니다. 여기에서 삼성 필름(www.samsungfilm.com)의 2003-2005년까지의 모습과 관련 자료들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때 당시 삼성물산에서 Media 관련 사업으로 해외 시장에 판매한 제품들을 보니 다양합니다. 건전지부터 CD, DVD, 메모리카드,프린트 토너,잉크, 건강관련 용품, 그리고 문제의 칼러필름까지...
From: http://merchant.samsungcorp.com/new_menu/index_dir.asp?dir_id=20020524100
2001-2005년까지 삼성필름이라는 이름으로 해외에서 판매된 필름은 ISO 100,200,400,800 이렇게 네가지 감도의 35mm 칼라 네가티브 필름, 한 종류였습니다. 보통 코닥이나 후지와 같은 대형 필름 업체들이 135,110 와 같은 다양한 포멧과 흑백,칼라 각각에 대해 네가티브,슬라이드용 필름을 다양한 제품 라인으로 생산하던 것과는 달리 삼성에서는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35mm 칼라 네가티브 필름만을 판매한 것입니다.
그리 다양한 제품을 취급하지는 않았지만 감도 ISO 800 필름을 사용한 1회용 수중 카메라도 있었던 것이 재미있습니다.
일설에는 삼성에서 80년대 후반경에 필름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창원의 삼성연구소에서 필름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했었다고 합니다. 그 결과 90년대 초반, 제품 개발에 성공하고 전문 작가들에게 테스트를 맡기기도 했지만 코닥이나 후지와 같은 거대 필름 기업에 밀려 판매율이 저조할 거라는 예상으로 본격적인 사업을 미루다가 IMF와 디지털 카메라의 급성장으로 필름 사업을 포기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97-98년경에 필름 소비가 최고 정점에 올랐었기 때문에 이미 80년대 후반에 자체 필름을 제조하려고 시도했다는 것은 반쯤은 옳은 예측이었던 것 같습니다. 반쪽의 옳은 예측이라고 한 이유는 아래 그래프에서 보는 것처럼 국내 필름 소비량이 98년을 정점으로 그후 곤두박질 쳤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누구나 쉽게 짐작하듯 디지털 카메라의 약진입니다. 아무튼 이런 풍문때문에 처음에는 어쩌면 그때 개발된 기술로 만들어진 필름을 한국 시장이 아닌 해외시장에서 삼성의 브랜드 인지도를 이용해 판매 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한국내 필름판매량
더구나 판매했던 제품군을 보면 본격적으로 필름 전문회사로 나서려고 했다기 보다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릴만한 필름만을 선택적으로 판매하는 전략을 택했다고 보이기 때문에 필름분야에서는 인지도가 낮은 삼성이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삼성필름이라는 이름을 알리기 위한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뻔~ 했습니다.
하지만 앞선 천원샵에서 발견한 삼성의 굴욕(?)에서 공개한 삼성물산 측의 답변에서 삼성필름은 삼성이 직접 생산한 한 제품이 아니라 다른 회사에서 OEM으로 들여온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이런 제 생각들은 모두 소설에 불과 하게 되었습니다.
답변에서는 "코닥, 후지,아크파,코니카"에서 OEM으로 제품을 공급받았다고 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삼성에 OEM으로 필름을 공급했던 회사는 이태리의 페라니아(Ferrania)라는 회사였습니다. 현재 한국에서는 주로 토이 카메라에 사용되는 Solaris라는 상표의 110 필름을 생산하는 회사이지만 사람들 사이에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회사입니다.
From: 필름나라(http://www.filmnara.co.kr/shop/dvProduct.phtml?pid=solaris_110mm200&pcode=459)
From: http://www.ferraniait.com
회사 홈페이지에 보면 현재 무려 300개 이상의 블랜드로 OEM 생산을 하고 있다며 자체 브랜드로 필름을 판매하기 원하는 회사들을 위해 자세한 정보를 올려 놓고 있습니다.
예전 삼성필름 홈페이지에 올라 있던 ISO 200 필름의 설명과 이 회사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제품 설명을 비교해 보면 점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무리 OEM으로 물건을 받아 파는 거라고는 하지만 그냥 Ctrl-C, Ctrl-V 한 것 같아 조금 성의 없어 보입니다. 기왕 새로 사업을 시작하는데 제품 설명을 그냥 베낄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테스트 해 본 내용이라도 함께 올렸으면 더 보기 좋았었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자신들이 제조하지 않고 상표만 붙여 파는 방식의 한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달러샵에서 싸다고 덥석 6롤이나 샀으니 사진이 제대로 안 찍히면 속이 쓰릴 것 같아 확인차원에서 사자마자 Rollei 35에 장전하고 밖으로 뛰쳐 나갔습니다. 후다닥 한 롤을 다 찍고 현상을 맡기며 무보정으로 뽑아 달라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잊어 버렸는지 훌륭하게 자동 보정해서 사진을 뽑아 주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보정해서 인화한 사진으로는 필름의 특성을 제대로 알기 힘들 것 같아 구닥다리 필름 스캐너로 직접 스캔을 떴습니다. Olympus ES-10S라는 오래된 스캐너라 노이즈가 좀 있습니다.
Rollei 35, Samsung Film ISO 200
야외에서 노출을 충분히 확보하고 찍은 사진인데도 약간 어둡게 나왔습니다. 그리고 사진에 녹색기가 많이 도는 것이 후지필름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Rollei 35, Samsung Film ISO 200
이 사진은 약간 어두운 실내에서 플래쉬를 쓰지 않고 찍은 사진인데 입자가 많이 거칠게 보입니다. 아무래도 노출이 부족했던 것 같긴 하지만 그런대로 노출은 맞추었던 것으로 기억하기 때문에 ISO 200이라고는 하지만 조금 감도가 떨어지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마 유효기간이(2008/5) 얼마남지 않은 묵은 필름이라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으로 짐작합니다.
Rollei 35, Samsung Film ISO 200
스캔된 이미지를 보고 드는 느낌은 후지필름과 비슷한 색감을 내는 필름이라는 것과 쨍한 결과물을 보여 주지는 못하지만 그럭저럭 쓸만한 필름이라는 것입니다. 다만 전반적으로 노출이 부족한 것으로 보이는 사진들은 부실한 촬영 실력때문인지 필름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남은 5롤은 그냥 연습 삼아 찍을때 써야 겠습니다.
아마 다양하지 못한 제품 라인업과 이런 필름 특성때문에 페라니아(Ferrania)가 세계에서 칼라필름을 생산하는 몇 안되는 회사이면서도 자체 브랜드로 널리 알려지기 보다는 다른 회사의 브랜드 파워를 등에 업고 팔리는 OEM용 필름이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이런 필름을 가지고 삼성은 세계 시장에 2001년 800만롤 2002년에 1200만롤을 팔았다니 삼성이라는 브랜드의 힘이 대단하긴 대단한가 봅니다. 이 브랜드 파워의 핵심은 결국 삼성전자, 삼성반도체이지만 세계 사람들에게는 삼성이라는 이름이 붙은 제품은 전자, 반도체가 아니더라도 그러한 품질의 제품 일 것이라고 믿게 만들어 버리는 마술을 부리니 말입니다. 돈이 돈을 버는 자본주의의 특징이 결국 다시 한번 실증되는 현상입니다.
관련글
2007/11/15 - 천원샵에서 발견한 미국의 굴욕(?)
2007/11/28 - 천원샵에서 발견한 삼성의 굴욕(?)
참고자료
제품 포토 폴리오
http://merchant.samsungcorp.com/new_menu/index_dir.asp?dir_id=20020524100
삼성 미디어: 미디어 사업부 소개
http://www.mediasamsung.co.kr/total_frame.asp?index=corporate&html=corporation
Pleomax : 삼성미디어 미국 판매 브랜드
http://www.samsungmedia.com/
지금은 관리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오래된 삼성물산 홈페이지
http://merchant.samsungcorp.com
지금은 폐쇄된 삼성필름 홈페이지
http://web.archive.org/web/*/http://www.samsungfil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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