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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글 Lv. 1

미국 담배 회사의 두 얼굴

얼마 전 우체통에서 재미있는 엽서를 발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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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미 연방 의회가 담배 한 보루(Carton)당 세금을 $6.10씩 인상하려고 하니까 자기 지역 의원에게 항의 전화를 해서 법안이 통과되는 것을 막는데 동참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담배에 어떤 목적의 세금이 더 부과되는 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 대신 흡연자들을 향해 날카로운 화살을 겨누고 있는 듯한 직관적인 그림을 보고, 미국에서는 담배값을 인상하려고 하면 흡연자들이 반대 운동을 하는구나라고 흥미롭게 느꼈습니다.

이미 몇년전 한국에서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담배값을 인상하겠다는 정부의 시책이 별다른 저항없이 시행되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그냥 순순히 담배값 인상을 받아들이지 않고 담배값을 올리면 다음번 선거에서 찍지 않겠다고 지역구 의원에게 엄포성 전화를 하자는 미국 흡연자들의 운동이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엽서를 자세히 보니 보낸 사람이 흡연자 협회가 아니라 바로 필립모리스(Philip Morris USA)입니다. 필립모리스라면 말보로(Maboro)담배를 생산하는 미국 최대 담배회사입니다. 그냥 순수하게 담배값이 올라서 부담이 되니까 가격 인상을 반대하자는 애연가들의 호소가 아니라 담배회사가 담배 가격 인상을 반대하자고 흡연자들을 부추기도 있다면, 이건 무언가 숨은 의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인터넷을 찾아 보았더니 필립 모리스에 이어 미국내 2위의 담배회사인 알 제이 레이놀즈(R.J Reynolds)까지 나서서 지역구 의원에게 항의 전화하기 캠페인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쯤되면 막 나가자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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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경쟁하던 담배회사들이 한 마음으로 들고 일어서서 세금인상을 반대하는 것은 보나마나 가격 인상으로 흡연자들이 담배 소비를 줄일 것을 염려한 것이 뻔합니다. 자기들이 그 세금을 대신 내지는 않을 테니 당연히 판매 가격을 올려야 하고 그러면 매출이 떨어지게 될테니 결사 반대하고 나오는 것이 당연한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상하원을 통과한 이 법안이 부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다시 의회로 반려되었다는 점입니다. 언뜻 생각하면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처럼 국민 건강을 심각하게 염려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느 나라는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가격을 올리겠다고 하는데 어느 나라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가격 인상을 반대하고...역시 재미있는 나라입니다.

결국 이 법안은 연방하원이 부시 대통령의 비토를 무효화(Override)하려고 시도했지만 3분의 2 지지를 얻지 못해 부결되고 맙니다. 법안이 폐기된 이후 민주당 의원들은 부시 대통령을 비난하며 새로운 법안을 만들어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하지만 어떻게 전개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법안이 부결된 뒤 법안 통과 저지 운동을 하던 담배회사들은 환호성을 올렸습니다. 법안 반대 캠페인을 하던 사이트에는 자신들을 지지해 줘서 감사하다면서 앞으로 있을 다른 시도까지도 모두 막아 내겠다면 오버성 기염을 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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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 법안이 어떤 내용인데 담배회사,상하원 의회, 대통령까지 합세해서 이런 난리 법석을 피우는 걸까요?

사실 이 법안은 각 주가 관장하고 있는 아동건강보험 프로그램(SCHIP)을 확대하기 위해 기존의 기금 250억달러에 350억달러를 추가로 지원해서 최하위 소득 계층에 혜택을 주던 국가 의료보험(메디케이드)을 그보다 소득이 높은 계층의 어린이들에게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필요한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담배 한 갑당 61센트(약 600원)의 세금을 부과하려고 했던 것이었습니다.

널리 알려진 대로 미국은 의료비가 비싸기 때문에 의료보험이 없는 사람들은 작은 병으로도 엄청난 액수의 의료비를 부담해야 합니다.(일례로 보험없이 맹장 수술을 받는다면 일반적인 수술로도 2만불에서 3만불에(2천-3천만원) 이르는 병원비를 내야 합니다.) 거기에 의료보험료도 한국에 비해 터무니 없을 정도로 비싸기 때문에 미국인의 15%에 해당하는 4600만명에 이르는 사람들은 의료보험 없이 살고 있습니다. 클린턴 대통령때에도 이런 미국의 불합리한 의료 보험을 개혁해 보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실패로 돌아갔고 현재 대선후보로 뛰고 있는 힐러리는 전국민에게 의료보험을 적용하는 것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을 정도로 의료보험은 미국 사회의 심각한 문제 입니다.

이렇게 모든 미국인들이 공감하는 의료보험의 문제를 일부나마 해결하자고, 그것도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국가 공적 의료보험을 확대하는 것을 대통령이 나서서 거부권을 행사하며 반대하는 나라가 세계 최강대국 미국이라니 참 알다가도 모를 나라입니다. 이 법안이 시행되었다면 340만명의 어린이들이 더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서 현재 정부의 건강보험 혜택을 받고 있는 660만명의 어린이들과 합산하면 약 1000만명의 어린이들이 개인 의료보험 유무와 상관없이 정부의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거부권을 행사한 부시 대통령은
아동건강보험확대법안을 시행하면 중산층 가정의 아동들이 대거 정부보험으로 이동해 저소득층 어린이들은 오히려 피해를 볼 수 있고 미국 의료보험체계를 정부보험으로 집중시키면서 정부재정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높아서 거부권을 행사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너무 많은 재정을 투입해야하고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담배세금을 한갑에 61센트나 인상토록 하는 것은 중대한 결함이다.
라며 거부권 행사 이유를 밝혔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돈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정부가 의료보험을 떠 안을 수 없다는 이야기 입니다. 더구나 그 돈이 담배 가격인상을 통해 마련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것이 부시 대통령의 입장입니다.

그러나 이미 미국은 이라크전에 직접 비용만도 7000억달러를 사용했고 부상 미군 치료 등 간접 비용까지 합쳐서 적게 잡아도 1조달러는 넘게 쓴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라크 전쟁에 사용된 직접 비용의 1/20만 투자해도 저소득층 어린이 1000만명에게 의료 헤택을 줄 수 있는 것을 대통령과 담배 회사들이 앞장서서 반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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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070206014010


그런데 이 주장은 담배회사들의 논리와 맞닿아 있습니다. 담배회사들이 이야기 하는 이 법안이 통과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 10가지가 있습니다.

1. 정부의 세금이 항상 옳바로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주에서는 아동건강보험 프로그램(SCHIP)이 가난한 가정의 어린이들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소득이 높아 대상이 되지 않는 가정의 어린이에게도 적용 되는 경우가 있다.
2. 연방정부의 세금 인상은 담배 소비를 줄어 들게 해서 오히려 주정부들은 5% 정도의 세금 감소에 처하게 된다.
3. 담배 가격이 인상되서 가치가 올라가면 담배를 파는 사람들이 범죄의 표적이 되어 위험해 진다.
4. 높은 담배 가격은 담배를 피는 저소득자들에게 큰 부담이 된다.
5. 담배 소비가 해마다 2-3%씩 줄고 있기 때문에 담배에 물리는 세금은 안정적인 세원이 될 수 없다.
6. 약 12,000명에 달하는 담배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7. 흡연자들이 높은 세금을 피하기 위해 정당하지 않은 뒷거래를 통해 담배를 구입하려 시도를 하게 되고 이것은 도리어 세금의 감소를 가져 온다.
8. 높은 담배 가격은 담배를 노리는 범죄단체의 활동을 급증 시킨다.
9. 담배 가격인상은 흡연을 감소시키지 못한다.
10. 1800명의 담배 재배에 관련된 사람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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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맞는 이야기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참으로 어이 없는 주장들도 있습니다. 아동 의료보험제도가 최하위 소득층의 어린이들에게만 엄격하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어서 반대한다거나 담배 가격이 오르면 뒷거래가 조장 된다거나 갱단이 활개를 치게 된다고 하는 어이 없는 주장은 결국 담배 가격이 한 갑당 600원이 오르면 안 그래도 한해에 2-3%씩 줄고 있는 담배 소비가 더 줄게 되서 자신들의 매출에 타격이 올 것 같아 반대한다는 이야기의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핑게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쯤되면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누구를 대변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거기에 더해서 자신들의 이익이 줄어들 것이 뻔하기 때문에 담배 가격인상을 반대하면서도 갖가지 이유를 대며 사람들을 현혹시키려는 담배 회사는 한술 더 뜨는 것 같습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필립모리스사의 홈페이지 주소는 http://quitassist.com입니다. 금연 도우미(Quit Assist)쯤 되나요? 담배를 파는 것이 자신들의 사업이면서 회사 홈페이지는 금연 도우미라니...담배를 끊게 하기 위해 담배를 파나 봅니다.
(http://www.philipmorrisusa.com/en/home.asp라는 회사 이름을 사용한 다른 도메인도 같은 사이트로 연결됩니다.)

이런 저런 핑계를 대서 건강에 안 좋은 담배를 조금이라도 더 팔려고 하면서 금연 프로그램의 가면을 쓰고 있는 미국 담배회사의 모습을 보면 병 주고 약 준다고 받아 들여야 할지 그래도 그런 정보라도 제공하니까 조금은 양심적이라고 해야 할 지 참으로 판단이 안 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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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pmusa.com/en/quitassist/index.asp?source=home_fca3_graphic

필립 모리스상에서 운영하고 있는 금연 정보 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