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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기술

컴퓨터는 단지 목적을 위한 도구?!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어찌하다 보니 이런 저런 컴퓨터를 많이 가져다 놓고 쓰게 됐습니다. 컴퓨터를 가지고 하는 일이라는게 실험 장비에 연결해서 장치를 컨트롤하거나 데이타 분석, MS-Office 작업, 그리고 인터넷 돌아다니며 웹 서핑하는게 고작이다보니 일반적인 사양의 컴퓨터 한대면 해결될 일이지만 컴퓨터가 흔해져서 인지 오피스로 쓰고 있는 이 방안에만도 혼자 쓰는 6대의 컴퓨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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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문서작성과 블로그에 글 올리고 웹 서핑하는데 쓰는 컴퓨터 입니다.


이 컴퓨터는 MS-Office 작업과 웹 서핑을 주로 하다보니 아예 모니터를 세로로 돌려 놓았습니다. 모니터를 세로로 돌려 놓으니 의외로 편합니다. 문서 작업할때 한 페이지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오고 블로그의 글을 읽을때도 스크롤을 덜하게 되서, 처음엔 별 생각없이 돌려 놓았다가 붙박이로 돌려서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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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흉직하게 생긴 고물은 실험장비에 물려 있는 데이타 저장용 랩탑 입니다. 사진에 CRT 모니터가 떡하니 보이는데 랩탑이라고 하는 것이 말이 안 되겠지만 원래는 사진보다 꽤 괜찮은 외관을 하고 있던 컴퓨터였습니다. 하지만 불의의 사고로 모니터와 케이스는 거의 완파되고 다행히 마더보드와 하드디스크는 살아 남아서 깨진 부분을 다 뜯어 내고 보니 저런 흉한 몰골이 되었습니다. 실험장비와 연결되는 오래된 PCMCIA카드가 요즘 랩탑에 잘 연결이 안 되는 이유로 저런 험상궂은 외양에도 불구하고 계속 쓰고 있습니다. 겉 모습은 쓰레기통에서 막 주워온 것처럼 폐품처럼 생겼지만 연결된 실험 장치를 컨트롤하고 데이타를 저장하는 본연의 임무는 훌륭히 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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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CRT 모니터 때문에 안 쓰는 책상 한 구석에 쳐 박혀 있는 컴퓨터 입니다.


사진의 컴퓨터는 7년 묵은 Compaq 펜티엄4 1.6GHz 컴퓨터 입니다. 부피를 많이 차지하는 커다란 CRT때문에 안 쓰는 책상 한 구석에 쳐 박히게 되었지만 1년 내내 켜진채로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서버로 쓰는 것은 아니고 주로 E-mail 확인용으로 쓰고 가끔 DVD나 CD도 굽습니다. 첫번째 사진의 컴퓨터가 생기기 전까지는 은퇴할만한 오래 연륜에도 불구하고 메인 데스크탑으로 활약하며 많은 일을 했습니다. 덕분에 일곱살이라는 고색창연한 나이에 걸맞지 않게 1GB 메모리에 500GB하드, 256MB의 비디오카드라는 꽤 훌륭한(?) 스펙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낡은 컴퓨터를 쓰다보면 좋은 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남들이 컴퓨터 부품을 바꾸면서 남게되는 중고 부품들을 이 컴퓨터들에 설치하면 훌륭한 업그레이드(?)가 된다는 겁니다. 시간상으로는 2-3년 뒤쳐졌지만 돈 안들이고 나름대로의 첨단 컴퓨터(?)로 탈바꿈하게 되는 거지요. 그러다보니 책상 서랍속에는 여기저기서 얻어온 잡다한 부품들이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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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서랍속의


또 하나 좋은 점은 컴퓨터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는다는 겁니다. 아무래도 오래된 컴퓨터를 사용하다보면 여러가지 손봐야 할 것들이 생깁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쌓은 지식들은 다른 사람들이 문제에 처했을때 도울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본 사진들에서 눈치를 챌 수 있듯이 모두 최신형 컴퓨터라고 하기에는 거리가 먼 컴퓨터들입니다. 요즘 인기있는 게임이나 랜더링을 많이 해야 하는 그래픽 작업 같은 것은 꿈도 못 꿀일지만, 이렇게 오래된 낡은 컴퓨터를 쓰는 이유는 이것들로도 현재 하고 있는 작업에는 별로 불편이 없어서 입니다.
그렇다고 컴퓨터가 별로 필요없는 일을 하나보다라고 생각한다면 조금 서운합니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컴퓨터를 쓰는 주 목적이 MS-Office 작업과 수치해석, 데이타 분석 같은 그리 고사양의 컴퓨터가 필요한 작업이 아니다 보니 불편을 못 느끼는 것입니다.
물론 덩치 큰 수치해석 모델은 슈퍼컴퓨터에 접속해서 실행시키지만 이 작업은 현재 나와 있는 최고사양의 PC가 있다고 해도 별로 도움이 안 됩니다. 왜냐하면 PC에서 돌아가는, 필요한 수치해석 툴은 잘 없을뿐더러 있다고 해도 아주 고가라 개인이 구입한다는 것은 꿈도 못 꿀일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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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rayx.in/2460656


사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예나 지금이나 컴퓨터를 사용하면서 하는 일들은 그리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습니다. 어릴적 카셋트 테입 데크가 달린 삼성 MSX 컴퓨터로 게임을 하던 시절의 컴퓨터는 그냥 장난감에 불과했지만, 그 후 대학생이 되서 프로그램 숙제를 하고 리포트를 쓰던 때와 지금을 비교해 보면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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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http://comandgame.tistory.com/29


5.24"짜리 플로피디스크 5장을 번갈아가며 하드디스크도 없는 XT컴퓨터에 꽂아 넣으며 리포트를 쓰던 대학 시절이나 지금이나, 하는 내용만 변했을 뿐 작업의 성격 자체는 별로 달라진 것 같지 않습니다. 물론 지금 쓰고 있는 소프트웨어들을 8088 CPU에 640KB의 메인 메모리를 가진, 지금의 기준에서 보면 말도 안 될만큼 단촐한 컴퓨터에서 돌린 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컴퓨터를 사용하는 작업의 성격 자체는 별로 변함이 없다는 말입니다.

이런 의문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업그레이드 되는 소프트웨어들나 OS들을 쓰기 위해 새 컴퓨터를 구입한다는 것이 주객이 전도된 일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컴퓨터에 인스톨된 프로그램들의 총 가격이 컴퓨터 자체의 가격보다 비싸다면 주(主)가 소프트웨어이고 객(客)이 컴퓨터가 되는 것이 아닐까요? 또 하는 일이 꼭 그 소프트웨어여만 가능하다면 주변에 보이는 무수한 컴퓨터들 보다 그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할 거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컴퓨터가 단지 눈에 보이는 실체가 있다고 해서 달랑 CD 한장만 눈에 보이는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덜 비중을 두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어떤 작업을 해 내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의 도움이 절대적인데도 말입니다.

잠시 삼천포에 다녀오자면 - 재미있는 사실은 XT컴퓨터가 처음 나온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컴퓨터 가격 자체는 별로 변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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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 http://market.cyworld.com

위의 사진에 나오는, 18년전 당시로서는 꿈의 컴퓨터였던, 20MB 하드디스크에 CGA 칼라 그래픽카드,10MHz의 8088 CPU를 장착한 삼성 XT 컴퓨터가 1,004,500원에 판매가 되었다면 오늘 2GHz의 Core2Duo CPU를 장착한 컴퓨터는 거의 비슷한 가격인 1,093,200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물론 화폐가치의 차이로 그때의 백만원과 현재의 백만원을 비교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긴 하지만 18년의 간극을 두고도 컴퓨터 가격은 거의 비슷하다는 것은 재미있는 사실입니다.-

예전엔 새 컴퓨터에 대한 열망에, 새로 발표된 CPU며 주변 장치들에 관심을 갖고 하드웨어에 관련된 책과 자료들을 열심히 탐독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원하던 새 컴퓨터를 사고 나서 이런 저런 좋다는 프로그램을 구해(부끄럽게도 어둠의 경로로) 설치해 보기도 하고 벤치마크 테스트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성능 비교에 가슴 뿌듯해 하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내가 이 컴퓨터로 무엇을 할 것인가?"하는 자문에 대답이 궁색했던 경험을 하게 된 이후로는 그런 관심과 열정들이 식어 버렸습니다.

지금 가치로 300-400만원이나 하던 고가의 컴퓨터를 사고, 가슴 뿌듯해 하던 그 시절에는 좋은 컴퓨터를 갖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황홀한 경험이 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가지고 있는 컴퓨터로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 낼지가 단지 최신형 컴퓨터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보다 더 중요하게 된 것 같습니다.

지름신이 왕림하셔서 컴퓨터를 새로 바꾸려는 열망이 온 몸을 휘감을때 스스로에게 한번 물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컴퓨터가 정말 나에게 필요한 거인가? 이 컴퓨터로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만약 그 대답에 스스로 답을 하기 힘들다면 지금 가지고 있는 컴퓨터로도 충분할 듯 싶습니다. 그럼 돈은 굳었지요.

그렇다면 그렇게 해서 남은 돈으로 "우토로"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는 것은 어떨까요? (뜬금 없었나요?)




덧글:

오래전 추억이 떠오르게 하는 MSX 컴퓨터 사진의 사용을 흔쾌히 허락해 주신 promise4U님께 감사드립니다. 또 본문에 사용된 XT 컴퓨터 광고를 비롯해서 예전 컴퓨터 광고를 스캔해서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 놓으신 맵시나님의 블로그도 한번 방문해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컴퓨터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라면 한번은 본 듯한 오래전 광고를 보며 아련한 추억에 잠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