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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글 Lv. 1

미국과 다른 한국 스타벅스 사이즈

오늘은 스타벅스 커피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언제나처럼 시작은 하지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어떻게 끝맺음을 할지는 포스팅을 다 써봐야 알 것 같습니다.

스타벅스 커피를 처음 마셔본 것이 아마 2001년 초봄 여의도 서울증권 1층에 있던 '위스키 바'처럼 꾸며진 이름도 생소한 녹색 간판의 STARBUCKS에서 산 그랑데(Grande) 카페라떼(Caffe Latte)였던 것 같습니다. 초봄의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몇 시간에 걸쳐 여의도 광장을 걸으며 마셨는데 왜 그리 양이 많던지, 태어나서 한번에 그렇게 많은 커피를 한번에 마셔본 건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1999년 이대앞에 1호점 개점하면서 한국에서 영업을 시작한 스타벅스는 지난 3월 200번째 점포를 열면서 미국(2007년 3월 9401곳), 캐나다(725곳), 일본(665곳), 영국(522곳), 중국(213곳)에 이어 세계에서 6번째로 많은 매장을 한국에 가지게 되었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이곳 텍사스에는 캘리포니아 다음으로 많은 스타벅스 매장이 있다는데 휴스턴을 기준으로 대략 계산해 본 결과 대략 인구 2만명당 1개꼴로 매장이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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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http://foodio54.com/showStarbucksChart.php?size=100&sbloc=77010


한국에 있는 전체 매장이 200개를 조금 넘는데 인구 400만이 조금 넘는 휴스턴 중심의 메트로폴리탄에(휴스턴 자체 인구는 200만이 조금 넘습니다) 209개의 매장이 있다니 매장 밀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전세계 39개국에 1만3천여개의 매장을 가지고도 스타벅스는 성이 안 차는지 미국내에 1만7천개에서 2만여 개의 새 매장을 열고, 미국 이외의 국가에 1만8천에서 2만여개의 매장을 더 열겠다고 합니다.그렇게 전세계에 4만여개의 스타벅스 매장을 열게 되면 현재 세계 119개국에 3만1천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는 세계 최대의 식당 체인인 맥도날드(McDonal)를 능가하게 됩니다. 특히나 중국에는 6천여개의 매장을 더 열겠다고 하니 중국 시장이 과연 크긴 큰가 봅니다.

하지만 무차별적으로 매장을 늘려가는 스타벅스의 이런 전략은, 캐나다 밴쿠버 번화가 교차로의 4방향 모두에 스타벅스 매장이 들어 서고, 뉴욕 메이시스(Macy's) 백화점과 49층짜리 매리어트 호텔 건물안에 2개씩의 매장이 영업을 하게 되는 자체 과당 경쟁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스타벅스 측에서는 이런 현상에 대해 별로 개의치 않는 분위기 입니다. 오히려 고객들이 커피를 사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을 줄여 줌으로써 회사 전체적으로 봐서는 더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건 다른 대형 식당 체인들과는 달리 프랜차이즈를 주지 않고 회사가 직접 경영하는 스타벅스의 정책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현재 미국내에는 대략 6300개여개의 스타벅스가 직접 소유한 매장과 가격을 자체 결정할 수 있는 3500여개의 licensed 스타벅스 매장이 있습니다)

이 동네에서도 보면 이미 영업중인 매장을 교차로를 건너 마주보고 또 하나의 매장이 들어서는 것을 보면 스타벅스의 확장전략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근래에 들어 눈에 띄는 것은 고속도로로 진출한 스타벅스 매장들이 입니다. 과거에는 고속도로 주변에서는 주유소(미국의 주유소는 한국의 주유소와 편의점을 결합한 형태입니다)에서 파는 커피가 전부였지만 이제는 스타벅스가 시골 고속도로 주변으로까지 진출하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 미국 커피시장 전체의 8%에 해당하는 매출을 올리고 있는 스타벅스는 이제 더 이상 다른 고급 브랜드의 커피 회사와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커피를 팔 수 있는 곳은 모두 스타벅스로 도배를 해서 미국에서 소비되는 모든 커피를 자신의 커피로 바꾸겠다는 무지막지한 전략을 펴고 있는 것 같습니다.

20세기 후반에 들어서면서 경제 활동이 세계화(Globalization)되면서 자국을 벗어나 세계로 진출한 많은 다국적 기업들은 국제화(Internationalization) 혹은 지역화(localization)를 영업 전략으로 택하게 됩니다. 그 중 전 세계 39개국에 매장을 열고 영업 중인 스타벅스는 국제화 전략으로 전 세계 어딜가나 비슷한 매장 분위기, 거의 같은 메뉴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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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예로 전 세계 스타벅스 매장은 모두 똑 같은 음악을 튼다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1989년 스타벅스는 ‘Hear Music’이라는 음반 제작회사를 인수해서 한 달에 한 장씩 전 세계 자기 매장에서 틀 음반을 발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스타벅스 매장들은 평균 3개월에 3-4장의 CD를 돌려가면서 틀고 있는데 재미있는 것은 이 CD가 통조림처럼 유통기한이 있다는 점입니다. 저작권에 따른 사용 계약때문이라는데 스타벅스의 전용 플레이어에서만 재생되는 이 CD들은 유통기한이 지나면 재생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MP3를 흔히 통조림에 비유하지만 스타벅스 CD야 말로 진정한 음악 통조림인가 봅니다. MP3에 비해 조금 더 신선하긴 하겠지만...

또 하나 전 세계적으로 같은 것은 크기에 따른 스타벅스 커피의 이름입니다. 톨(Tall),그랑데(Grande),벤티(Venti)라는, 이름만 들어서는 쉽게 구분되지 않는 커피의 크기는 미국 사람들에게도 어색한가 봅니다. 어떤 사람들은 스타벅스가 쓰는 애매 모호한 용어가 싫다고 그냥 스몰(Small),미디엄(Medium),라지(Large)라고 주문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주분해도 알아듣고 커피는 제대로 나오던군요. 그런데 커피 크기는 지역화가 되었는지 한국의 커피 용량 단계는 미국과 조금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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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톨,그랑데,벤티 이렇게 3단계로 나뉘는데 한국은 여기에 숏(Shot) 사이즈가 하나 더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벤티 사이즈는 찬 음료에만 있는 것으로 아는데 따뜻한 음료도 벤티 사이즈로 팔고 있다면 알려주세요. 수정하겠습니다.

제 생각에 한국 사람들에게 톨사이즈를 가장 작은 사이즈로 판매한다면 용량이 많기 때문에 숏사이즈를 하나 더 만든 것 같습니다. 예전 우유 한팩의 용량이 180ml였다가 200ml로 늘었을때(아주 오래전입니다) 가격인상이다 뭐다 말이 많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때 나온 이야기가 한국 사람들도 체형이 서구화되면서 커져서 200ml를 한번에 마시는데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아마도 이런 체격 조건의 차이에 따른 적정량을 감안해서 한국 스타벅스에는 숏사이즈가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미국에서도 여기서도 벤티 사이즈가 메뉴판에 있는 건 봤어도 한번도 시켜 본적은없습니다. 그리고 시켜 먹는 사람을 본 적도 없는 것 같습니다. 보통 톨이나 그랑데를 시켜 먹더군요.

1971년 테이크 아웃 가게로 시애틀에 처음 문을 열고 90년대 들어 25-30%의 고속 성장을 거듭하며 성공 신화를 만들어온 스타벅스도 요즘 강력한 경쟁에 부닥치게 되었습니다. 그 상대는 바로 앞에서 세계 최대의 식당 체인이라고 이야기 했던 맥도날드(McDonald)입니다.사실 스타벅스와 맥도날드는 먹는 것을 판다는 공통점이 있긴해도 주력 상품이 한쪽은 커피이고 다른 한쪽은 햄버기이기 때문에 어떻게 경쟁이 될 수 있을까 싶긴 하지만 맥도날드에서도 커피를 팔다는 것을 기억해 낸다면 이해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솔직히 작년까지 그동안 맥도날드에서 파는 커피는 아침 손님을 위해, 말하자면 구색을 맞추기 위해 파는 수준의 조악한 커피였습니다. 한약 달인 것처럼 시커먼 색깔에 맛없이 쓰기만한 커피는, 한번 내리면 하루종일 파는지 맛도 향도 없는 이름만 커피인 커피탕이었습니다.
하지만 작년 3월부터 맥도날드가 원두를 바꾸면서 프리미엄커피(premium Coffee)라는 이름으로 파는 커피는 스타벅스의 내린 커피와 견줄만한 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거기에 가격까지 $1.35로 스타벅스의 $1.55 하는 내린 커피보다 저렴합니다. 맥도날드는 또 올 봄 세가지 맛의 아이스커피를(Iced coffee) 새로 선보이며 또 다시 돌풍을 일으킵니다. 이 아이스커피 또한 24 oz 크기가 $1.69로 12 oz에 $1.80 하는 스타벅스의 아이스커피보다 싸고 양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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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의 도전은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올해말까지 미국내 1500개 매장에서 커피 라떼(Latte)와 카푸치노(cappuccinos)를 판매할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거기에 내년 2008년 말까지 나머지 미국내 모든 매장으로 판매를 확대한다고 하니 스타벅스 입장에선 좀 긴장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맥도날드 커피를 재발견하게 하는데 1등 공신인 프리미엄커피에 사용하는 원두는 시애틀 베스트 커피(Seattle's Best Coffee)에서 공급받고 있는데 이 회사는 2003년 스타벅스에 인수된 회사라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맥도날드 커피가 많이 팔리면 팔릴수록 스타벅스도 돈을 버는 셈이 됩니다.

P.S: 자료를 수집하느라 인터넷을 뒤지다 보니 비싼 커피 전문점 커피 대신 집이나 사무실에서 커피를 내려 먹으면 몇년뒤에 얼마나 많은 돈을 절약할 수 있는지 계산해 주는 사이트가 있군요. 예를 들어 하루 1잔씩 스타벅스 $3짜리 커피 대신 직접 내려 마시면 10년 뒤에는 $9061(약 900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결과를 보여 주는 군요. 달러화 기준이라 실감이 덜 나긴 하지만 작은 돈이 아닙니다.
http://www.hughchou.org/calc/coffee.cgi

(이야기가 너무 길어져서 이쯤에서 줄이고 별도의 포스트를 하나 더 써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스타벅스 커피의 칼로리에 대해 이야기 해 볼 생각입니다.)



관련 포스팅

2007/07/17 - 자판기 커피와 에스프레소(Espresso)를 사랑하세요?




사진 출처:
Starbucks in Beirut : http://www.tomgpalmer.com/archives/cat_travel.php
시애틀의 스타벅스 1호점 : http://hyeonseok.com/soojung/daily/2007/03/26/370.html
중국 자금성의 스타벅스 : http://blog.korea.ac.kr/blog.screen?blogId=217&menuId=627
영국 런던의 스타벅스 : http://www.london-se1.co.uk/restaurants/info/215/starbucks
NewYork 의 스타벅스:  http://empirezone.blogs.nytimes.com/2007/04/03/a-triple-piercing-with-that-frappuccino/
스타벅스 서울 인사점: http://local.naver.com/siteview/index?code=1180154700
미국의 전형적인 스타벅스: http://files.wifi.ee/starbucks.jpg
일본 긴자의 스타벅스 1호점:http://www.starbucks.co.jp/en/
일본 Kanda Station-Minami Guchi의 (Tokyo, Japan) :
http://blog.robinyap.com/2007/07/remembering_my_special_drink_r_1.html
일본 스타벅스 메뉴: http://www.patrickclinger.com/japan/08-10-2005/DSC01735.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