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아니 아주 오랫동안 들르지 않았던 블로그를 찾았다.

한때 본업보다도 열심이었던 이 블로그를 한번도 잊은 적은 없지만, 생활이 바쁘다는 핑게로 기억의 저편에 묻어두고 살았던 것 같다.

그러면서도 왠지 애지중지 키우던 애완동물을 바쁘다고, 귀찮아 졌다고 내팽개쳐 버린 듯한 찜찜한 죄책감? 같은 것이 상한 막걸리병의 탁한 짐전물 마냥 가슴 한켠에 찐득하게 엉켜 붙어 있었다.


막상 다시 들어오려고 문을 두드리려니 아이디는 그런대로 떠 올렸건만 비밀번호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한국을 오래전에 떠난 탓에 본인 확인도 쉽지 않고 계속 뜨는 에러 메시지가 그동안 소원했던 나의 무심함을 질책하는 듯하다.

어찌어찌 간신히 들어오니 긴 여행끝에 집에 돌아와 방문을 연것 같은 익숙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아마 앞으로는 그때 그 시간들 처럼 볼이 발그레해질만큼 흥분해서 무언가를 쓸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그 오랜 익숙함에 의지해 가끔씩 한두자 흔적을 남기고 싶다. 그래서 또 어떤 날, 그래도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흔적들을 더듬으며 개설 20년이란 잡설을 남겨보고 싶다.


집 떠나와 버스타고 빗속을 달리던 남미 어디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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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여여(如如) 2017.02.16 05:47 신고

    그래도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흔적들을 더듬으며 블로그 개설 20주년 잡설...을 저도 보고 싶습니다.

  2. 지영 2017.03.28 18:35 신고

    초대장 조심스레 부탁드려봅니다,
    일상을 끄적여보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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