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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글 Lv. 2

이명박 대통령의 효율 우선주의의 위험성


사람은 누구나 자기 아는 만큼 세상을 본다는 말이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나와 같은, 또는 다른 생각들을 마주 칠때마다 그 말의 깊은 의미를 새록새록 깨닫게 됩니다.

블로그의 글에 달리는 추천을 보다보면, 글쓴이의 생각을 담고 있는 글에 추천이 달리는 것은 아무래도 그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지지를 이끌어 냈기 때문이겠지만 이것이 제 머리속에서는 다음 그림처럼 해석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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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Dynamics of Structures(by Chopra)


위 그래프는 어떤 물체의 진동과 같은 특성을 가진 진동이(고유진동수:Natural Frequency)이 외부에서 가해졌을때 그 물체가 어떻게 반응하는 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흔들리는 그네를 박자를 잘 맞춰서 밀어주면 점점 더 높이 올라가는 현상을 설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글을 쓴 사람의 마음과 읽는 사람의 마음이 맞아 떨어지면 읽는 사람 마음속에 파장을 일으켜서 결국에 추천을 누르게 된다는 조금은 황당한 생각입니다. 그 글이 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면 더 많이 추천 되겠죠. 파장에 의한 추천의 원리라고나 할까요?

갑자기 이런 황당하게 들릴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이야기 하기 위해서 입니다. 제 경우는 자의인지 타의인지 이제는 아득해서 이제는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이유로 공대에 입학하고 지금까지 전공 관련된 일에 매달리다보니 어느새 세상을 보는 사고의 기준까지도 위에 예로 든 것처럼, 하고 있는 일의 틀속에 맞춰져 버린 것을 느끼게 됩니다. 이런 현상을 속담에서는 "犬눈에는 便만 보인다'라고 하지요.

이런 현상은 한가지 일에 오랫동안 종사한 사람이라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가지게 되는 성격적 특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 취임한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는 현대건설이라는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에서 자신의 인생을 보내왔기 때문에 아마도 투자 대비 효과, 비용 대비 편익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살아오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그런 가치판단의 결과가 대통령이 추구하는 '효율적인 작은정부', '실용주의'라는 이름으로 표현되고 있다고 해석해도 그리 많이 틀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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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정부?



고효율, 높은 경제성은 분명 국가가 추구해야 할 미덕중에 하나이지만 국가는 이윤추구라는 하나의 목표를 쫓는 기업보다 훨씬 다양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중에는 효율성이나 경제 원리로 접근해야 할 부분도 존재하겠지만 효율적이지 않더라도, 경제성이 없더라도 국가이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공공부문 사업은 물론 교육,농업,환경등 많은 분야의 일들은 비록 그것들이 비효율적이고 비경제적이라고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만약 경제 논리로 이런 부문들을 효율이 낮고 경제성이 없는 소모적인 부문들이라고 외면한다면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난 뒤에는 국가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수도 있는 중대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제가 중요하니까, 이런 비효율적인 사소한(?) 문제들을 무시하고 경제만 살리면 된다는 논리는 무척이나 위험한 생각일 수 있습니다.

1940년 11월 미국 워싱톤주의 타코마다리(Tacoma Narrows Bridge)가 완공 4달만에 붕괴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튼튼한 콘크리트 기초위에 탄소강으로 건설한, 견고한 다리를 붕괴시킨 원인은 그 지역에 늘상 불어오던 바람이었습니다. 그것도 허리캐인이나 토네이도 같은 무시무시한 바람이 아니라 시속 64km/h 정도의 비교적 낮은 풍속의 바람이었습니다.



차라리 허리캐인이 불어대는 맹렬한 속도의 바람이었다면 다리는 굳건히 버티어 냈을지도 모릅니다. 다리를 설계할 때 그런 위협적인 바람에 대한 대비는 이미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 조금씩 다리를 흔들리게 하는, 느린 속도로 불어오는 바람은 맹렬한 속도의 강한 바람을 견디어 내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리가 바람에 흔들릴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 타코마 다리는 낮은 속도의 바람으로 인해 생기는 작은 흔들림을 감소시켜줄 대비(타코마 다리의 구조는 Negative damping을 발생시키는 구조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가 없어 다리는 불어오는 바람에 혼자 점점 더 많이 흔들리다가 결국에는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붕괴돼 버리고 맙니다.

(일반적으로 이 다리는 공진현상(Resonant effect)에 의해 바람이 불어오는 주기와 다리의 고유진동수가 맞아 떨어져 붕괴된 것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그때 불었던 바람은 거의 주기를 갖지 않고 일정한 속도로 불어왔기 때문에 공진현상이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는 없습니다. 차라리 바람에 깃발이 나부끼듯, 공기역학적인 영향으로 좌우로 뒤틀리는 힘을 받으며 흔들리던 교량 상판이 뒤틀림을 견디지 못하고 파괴되었다고 보는 것이더 적절한 해석입니다.)

결국 타고마 다리는 강한 바람을 견뎌내면 약한 바람은 당연히 문제가 없으리라는 판단에서 강한 바람에 대해서는 설계됐지만 낮은 속도의 바람이 다리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한 것이 원인이 되어 스스로의 흔들림을 이겨내지 못해 붕괴되었습니다.

거시적인 효율성과 경제성만을 쫓는 정책은 차칫 당장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많은 일들을 간과해 버릴 우려가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가 그 사소한 일들이 누적되고 증폭되서 표면으로 불거져 나왔을때 효율성 위주로 만들어 놓은 전체 시스템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기업 CEO 출신의 대통령이기 때문에 경제 하나는 문제 없이 살릴 것이라는 낙관론의 그늘에 숨어 있을 수 있는, 효율성 우선주의가 갖는 함정이 두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