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여러 차례의 각종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한번도 찍은 후보가 당선되는 경우가 없었습니다. 하다못해 구의원조차도 제가 투표한 후보는 당선이 안 되더군요.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다음 선거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가장 낙선 되었으면 좋을 후보에게 표를 줘야 겠다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나름대로의 낙선운동인 셈이죠.그렇다고 남들과 다른 독특한 정치성향을 가졌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번 대선이 끝나고 어떤 분들은 자기 주변에는 찍었다는 사람이 몇명 되지도 않는데 50%에 육박하는 지지율로 당선되었다며 도대체 그 지지자들이 어디에 있느냐며 의아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꽤나 계신 것 같습니다. 물론 정치적 성향이 비슷한 지역에 살고 계시거나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분들과 친하게 지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조금 더 객관적으로 설명해 보려고 그동안의 대선 결과를 가지고 모든 정치,사회적인 전제는 모두 무시하고 수학도 아닌 간단한 산수를 해 보았습니다. (객관적으로 설명하겠다면서 정치,사회적 전제를 무시하는 건...복잡다난한 그것들을 고려할 능력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프랑스처럼 1차투표의 최다 득표자 두 명이 제2차 투표의 결선후보로 나서서 절대 다수의 지지를 얻는 후보가 당선되는, 민주주의의 원칙에 기술적으로는 딱 들어 맞지만 난해하고 복잡한(?) 그런 선거 방식이 아니라, 대선에서 무조건 1%라도 더 많은 득표를 하면 득표율이 30%이든 40%이든 상관없이 당선되는 아주 간단 명료한 선거 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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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1987년 치뤄진 13대 대선에선 노태우 후보가 37%가 안 되는 득표를 하고도 대통령에 당선이 되는 일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민주주의가 다수결의 원칙을 따른다고는 하지만 투표자의 63%가 외면한 사람이 당선이 되는 경우는 역으로 다수결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 아닌가도 싶습니다. 하지만 개헌시 국민투표로 그리하자고 동의하고 결정한 사항이므로 다시 개헌이 될때까지는 따라야 합니다.

  역대 직선제 대선 투표율 당선자
득표율
전체 유권자중
당선자 지지율
2007 년 17대 62.9% 48.7% 30.6%
2002년 16대 70.8% 48.9% 34.6%
1997년 15대 80.7% 40.3% 32.5%
1992년 14대 81.9% 42.0% 34.4%
1987년 13대 89.2% 36.6% 32.6%
평균 77.1% 43.3% 33.0%

'유효투표수중 득표율'이 아닌 '전체 유권자중 당선자에 대한 지지율'을 살펴보면 더욱 재미있는 결과를 보여줍니다. 이번 대선처럼 거의 50%에 육박하는 득표로 당선된 경우도 전체 유권자 중 당선자에 대한 지지율로 보면 역대 최저 지지율인 30%가 조금 넘는 수치가 나옵니다. 이것은 유권자중 70%는 당선된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선거자체를 포기한 37%의 유권자도 포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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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www.iMBC.com



이것이 자신의 주변에선 아무도 지지하지 않는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는 주요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특정후보에게 투표하지 않은 유권자의 70%에 속하는 일은 표를 찍어준 30%에 속하는 일보다 쉬운 일일 테니까요. 

언뜻 생각해도 70%의 유권자가 찍어 주지 않은 후보가 당선된다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하지만 50%에 육박하는 득표율을 생각하면 당선 되는 것은 당연한 것 같습니다. 왜 이런 아리송한 결과가 생겼을 까요? 그 이유는 바로 유권자 이면서도 투표일 선거에 참여하지 않은 37%의 유권자 때문입니다. 자신의 의사를 투표로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찬성도 반대도 한 것이 아니지만 당선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는 70%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투표율이 낮아 질수록 더욱 심해 질 것입니다. 만약 사상 유래없는 50%라는 높은 득표를 해서 당선되더라도 투표율이 50%에 그친다면 실제 유권자중 25%만이 그 후보에게 투표했다는 결과가 나오게 됩니다. 그러면 유권자의 75%는 당선된 대통령에게 투표하지 않은 셈이 됩니다. 뭐 통계적으로는 대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틀린 말은 아닐테지만 막상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당선되더라도 제대로 국민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을까요? 당선 후에도 국민의 지지를 받는 소신있는 국정운영을 할 수 있을까요?

문제는 앞에서 이야기 했던 투표하지 않고 침묵하는 투표권 포기자들입니다. 자신의 의사를 확실히 표현하지 않는 유권자는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투표권만을 포기하고 의무를 방임하는 것에 그칠지 몰라도 그것이 쌓여 낮은 투표율로 이어지면 위의 예처럼 주변에 지지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은 대도 당선되고 다수의 지지에 근거한 국가  운영이라는 민주주의 근본 원리 자체를  뒤흔드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투표하지 않는 것도 권리"라는 말은 투표하지 않는 사람들의 괘변에 불과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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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Lane 2007.12.21 20:48 신고

    수치적인 확실한 근거가 있었군요.
    그나저나 앞으로 5년이 캄캄합니다...

    • BlogIcon Ikarus 2007.12.22 02:16 신고

      사실 숫자는 숫자일 뿐이고 과반수의 지지를 얻지 못해도 최고 득표자가 당선되도록 직선제 개헌 당시 국민투표를 거쳐 국민이 동의하고 결정한 내용이기 때문에 이견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도덕성 문제로 많은 논란을 일으킨 당선자지만 이제 앞으로 5년동안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하길 비는 일만 남은 것 같습니다.

  2. BlogIcon sleeepy 2007.12.21 22:07 신고

    50%투표율에 50% 득표율이라면 25%의 유권자가 찬성표를 던졌다고 생각하셨네요.
    나머지 75%가 당선된 후보에 투표하지 않은게 맞죠.

    이런 생각은 어떻습니까?
    25%의 유권자가 반대표를 던졌네요.
    나머지 75%는 찬성하거나 혹은 그 후보가 되어도 괜찮다고 생각했거나~

    대통령 선거 수차례하셨는데 앞부분의 말씀에 따르면 한번도 안되었다고 하셨네요.
    70%에 속하는 일이 당연히 확률적으로 높은데요 그게 여러번 반복되셨다고하니
    0.7 x 0.7 x 0.7 x ....x 0.7 = ... 네번 투표하셨으면 0.24, 5번이면 0.17
    게다가 구의원, 시의원 선거까지 합치면.....

    제가 생각하기에는 답을 미리 생각해놓고 글을 짜맞추신듯하군요.
    혹은 숫자의 함정에 빠지셨거나요.
    확인은 안해봤지만 세계 어느나라 대통령도 님의 논리대로 하면 자격미달일거 같네요. 지난번 미국 대선도 부시가 51%득표 케리가 49% 득표....투표율 60몇 퍼센트였던걸로 기억됩니다만....

    혹시 해서 댓글 달고 첨언드리면
    저 역시 투표한 후보가 당선된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이번도 역시 그렇더군요.

    • BlogIcon Ikarus 2007.12.24 00:59 신고

      먼저 좋은 지적 감사드립니다. 제 글을 약간 오해 하신 것 같아서 먼저 해명해 보겠습니다. 사실 글 처음에도 언급한 것처럼 정치적,사회적 전제를 다 무시하고 단순히 투표율과 득표율이라는 두 숫자만 가지고 산수를 한 것이기 때문에 그 동안의 선거결과를 해석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에는 절대적으로 논리가 박약한 계산입니다. 그래서 이 숫자에 맞추어 선거 결과를 해석하려 하지 않고 왜 투표자 자신의 주변에 당선 후보의 지지자들을 많지 않았는데도 당선되는가 하는 문제에 국한 지어 설명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문제는 투표를 포기한 유권자들 때문에 생기며 낮은 투표율은 결국 민주주의 기본 원리 자체를 위험하게 한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었습니다. 제 의도가 포스팅에 제대로 설명되지 못해서 오해 하시게 했다면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50%의 투표에 50%의 득표는 25%의 찬성으로 볼 수도 있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25%의 반대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나머지 75%는 찬성하거나 그 후보가 되어도 괜찮다고 생각한 유권자라고 보기보단 25%의 유권자만 찬성하고 50%는 누가 되던 관심이 없는 투표권자라고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이유때문에 75%가 반대한 것이 아니라 당선자에게 투표하지 않았다고 이야기 한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번 선거에서 연거푸 제가 투표한 후보가 당선되지 못한 것은 저의 특이한 경우이지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며 단지 이번 선거에서 자신의 주변에는 지지자가 없는 대도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었다고 하시는 분들께 간단한 설명을 드리려고 70%를 거론한 것입니다.
      미국의 예를 드신 것은 우리나라와 직접 비교하기에는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선거제도는 국민이 투표하는 직접선거이기는 하지만 대통령이 될 사람을 직접 뽑는다기 보다는 선거인단을 결정하는 투표인 간접선거의 형태를 함께 가지고 있어서 국민 투표에 의한 득표수가 곧 대통령 당선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지난 2000년 선거에도 엘고어가 부시보다 54만표 이상을 더 얻고도 선거인단 과반수를 얻지 못해 낙선한 적이 있습니다. 이 역시 선거방식의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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