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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등등

일본 돌고래잡이, 전통과 환경보호사이의 갈등


(이 글에는 잔인한 사진과 동영상이 포함돼 있을 수 있습니다. 심장이 약하신 분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

아래의 사진은 인간의 잔혹성과 일본 어부들의 잔인함을 보여주는 예로 인터넷에서 한번쯤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저도 오래전 이 사진을 보았을때 저렇게 까지 잔인하게 돌고래를 잡아야 하나 하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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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http://www.seashepherd.org/taiji/taiji_ruthless_killing.html


위의 사진은 매년 10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일본 타이지(太地)라는 어촌에서 돌고래를 잡는 광경을 찍은 사진입니다. 이 마을의 어부들은 지난 400년동안 사진처럼 바다를 피로 물들이며 독특한 방식으로 돌고래를 잡아 주변 지역에 팔아 왔다고 합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고래잡이 철이 되서 같은 방법으로 고래를 잡고 있다고 합니다.

이  마을의 어부들이 돌고래를 잡는 방법은 여러척의 배로 선단을 만들어 돌고래 떼를 육지쪽의 입구가 좁은 만으로 몰아 넣고 만의 입구를 그물등으로 막은 다음 직접 물속에 직접 들어가거나 조그만 배를 타고 돌고래를 잡아 올립니다. 그 과정에서 돌고래를 뭉둥이로 때리거나 창으로 찔러 잡다보니 돌고래에서 흘러나온 피로 주변 바다는 사진처럼 핏빛으로 물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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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http://www.fallingrain.com/world/JA/43/Taiji.html


몇몇 동물보호운동가들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전 세계에 알려진 일본 타이지(Taiji) 마을의 돌고래 잡이는 잔혹하게 돌고래를 학살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이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는 전혀 다릅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돌고래를 잡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물고기를 잡거나 소나 닭을 도축하는 것처럼 식용을 목적으로 잡을 뿐이라고 항변합니다. 그리고 자신들에게 돌고래 잡이는 중요한 소득원이기도 하기 때문에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생계 수단이라고 말합니다. 심지어는 자신들의 생계가 달린 돌고래 사냥을 서양의 동물보호운동가들이 동물보호라는 자신들의 단순한 잣대로 판단하려한다며 적대적인 감정을 표출하기도 합니다.

현재 살아있는 돌고래가 마리당 10만달러(약 1억원)선에서 거래되고 식용으로 쓰이는 죽은 돌고래도 6천달러(약 6백만원)에 거래되기 때문에 어민들이 이런 고소득원을 포기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입니다. 또한 일본 정부에서도 돌고래는 멸종위기의 동물이 아니기 때문에 년간 최대 2만마리 범위내에서 잡는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동물보호운동가들의 끈질긴 저지에도 불구하고 바다를 피로 물들이는 돌고래 잡이는 중단 될 것 같지 않습니다.


From: http://edition.cnn.com/video/#/video/world/2008/02/11/lah.japan.dolphin.slaughter.cnn?iref=mpvideosview

위 동영상에 등장하는 동물운동가는 Ric O’ Barry라는 유명한 환경운동가입니다.  그는 60년대에 Flipper라는 미국 TV쇼를 위해 다섯마리의 돌고래를 훈련시킨 적이 있는, 그 시대에 소위 잘나가는 돌고래 조련사였습니다. 또 스스로도 100마리의 돌고래를 잡은 전력이 있는, '포경반대'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훈련시킨 돌고래가 자신의 품안에서 숨쉬기를 거부하며 자살하는 것을 지켜본 일을 개기로 전 세계의 고래잡이, 특히 일본 태지의 고래잡이 반대에 앞장서는 환경운동가로 변신합니다.

그는 일본내에서 연간 3만6천마리의 돌고래가 살육되고 타이지 마을에서는 적어도 3000마리 이상이 사진처럼 잔인한 방법으로 죽어가고 있다며 이런 사실을 자국민에게 알리지 않는 일본 언론들을 비난합니다. 전세계가 비난하고 있는 일을 일본 언론들이 정작 자국민들에게는 감추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그래서 그는 1975년부터 이 마을을 방문해 직접 비디오로 돌고래 사냥 장면을 찍어 세계에 알리고 있습니다.

돌고래 사냥이 소나 닭을 식용을 목적으로 도축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자신들의 문화라는 태지 어민들의 반론에 대해 그는 '근대 서구 사회에서 여성에게 선거권을 주지 않는 것이 당연한 일로 받아 들여졌지만 결국은 여성도 선거권을 가지게 된 것처럼 먹기 위해 돌고래를 잡는 일이 그들의 전통적 문화라 할지라도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또 현재 무분별한 남획으로 2047년쯤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는 어류 자원 보호를 위해서도 일본의 돌고래 식용 습관은 중단되어야 하고 그 돌고래들 또한 일본의 소유가  아니라 전 세계의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렇게 돌고래 잡이를 금지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자신들의 문화에 대한 무례한 몰이해라는 일본 어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들의 이야기가 맞는 것 같지만 지구상의 어족 보호를 위해 돌고래를 먹지말고 보존하자는 환경운동가의 말을 들으면 그것도 맞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렇게 바다를 피로 물들이는 잔인해 보이는 고래잡이는 일본에서만 행해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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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http://en.wikipedia.org/wiki/Whaling_in_the_Faroe_Islands


덴마크의 Faroe Islands에서도 지난 10여 세기 이상을 일본 태지와 거의 흡사한 방식으로 고래를 잡아 왔습니다. 현재도 연간 950여 마리의 길잡이 고래(Long-finned Pilot Whales)와 병코돌고래(bottle nose dolphin)와 대서양 낫돌고래(Atlantic white-sided dolphin)를 갈고리와 묶을 줄만을 사용하는 전통방식으로 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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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을 내려오는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덴마크 Faroe Islands의 고래잡이는 이 지역 사람들에게는 공동체 의식을 다지는 중요한 문화행사이자 식용을 목적으로 고래를 포획하는 수단이 됩니다. 피로 물든 해변 사진을 내세우며 이들을 비난하는 환경단체나 동물보호 단체에 대해, 이 지역 사람들은 10세기 이상 내려온 전통적인 방식으로 고래를 잡는 것은 자신들의 문화이며 이를 보존하고 아울러 고래의 개체수를 조절하는 친환경적인 효과까지 있다며 반박하고 있습니다. 또한 비록 바다를 보기 흉한 핏빛으로 물들이기는 하지만 찬 북구의 바닷물속에 직접 뛰어 들어 갈고리와 줄만을 사용해서 고래와 사투를 벌여 잡는 방식이 총이나 어선을 동원해 잡는 것보다 차라리 인간적이라고도 말합니다.

피로 물든 바다를 보며 먼저 느껴지는 감정적인 반응은 고래를 저토록 잔인하게 살육하는 사람들에 대한 환멸 내지는 분노이지만 생계를 위해, 가축이나 다른 생선처럼 식용으로 쓰기 위해 잡는 자신들의 문화이자 생계 수단이라는 주장을 듣고 나면 한편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닙니다.

생계와 환경또는 동물보호 사이의 갈등.
여기에는 한가지 사실을 바라보는 두가지 서로 다른 관점이 대립합니다. 자신들의 생계나 문화를 지키려는 이들이 처한 직접적인 입장과 그 문제를 객관화시켜 다른 문제들과  연계해 바라볼 수 있는 환경운동가들의 입장. 이 둘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은 이 둘의 다른 입장만큼이나 좁히기 힘든 것 같습니다.
단순하게 직접적인 생계가 걸린 사람들의 입장만을 수용하기에는 그 파급효과가 지나치게 크고 그렇다고 환경보존만을 위해 그들에게 희생을 강요할 수도 없으니 말입니다.

흡사 환경보존을 위해 개발 공사를 포기 해야 할 것이나 강행 해도 될 것이냐 하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처하는 문제와도 비교되는, 정말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가 아닌가 합니다. 마치 한꺼번에 쫓을 수 없는 두 마리의 토끼처럼 말입니다.



* 덴마크 Faroe Islands의 고래잡이 동영상은 과도한 하드고어적 화면 때문에 아래에 감추어 두었습니다. 평소 하드고어를 아무렇지 않게 보시는 분들만 펼쳐서 보시기 바랍니다.




참고자료

http://www.savejapandolphins.org/
http://christine.marran.com/?p=120
http://en.wikipedia.org/wiki/Whaling_in_the_Faroe_Islands
http://www.seashepherd.org/taiji/taiji_ruthless_killing.html
http://www.williammcnamara.com/taiji.html
http://edition.cnn.com/video/#/video/world/2008/02/11/lah.japan.dolphin.slaughter.cnn?iref=mpvideos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