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타 등등

왜 유기농 가공 식품은 맛이 없을까요?


요즘 미국도 한국처럼 웰빙(well-being) 바람이 불어서 유기농 식품(organic food)의 인기가 높아 식료품점들 마다 유기농 코너가 꼭 있습니다. 특히 텍사스 오스틴에서 유기농 식품을 전문으로 판매하던 Whole Foods는 미국 전역은 물론 캐나다. 영국까지 진출할 만큼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가히 유기농 식품 열풍은 세계적인 추세 인가 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책상 구석에 얼마 전 이 곳에서 사 온 유기농 소고기 육포(Beef jerky)가 보여 우물거리다 문득 이 육포가 별로 쫄깃거리는 느낌이 없고 맛이 덜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실 유기농 식품이 맛이 덜하다는 느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번에는 유기농 마크가 붙은 원두를 사다 커피를 내렸는데 맛이 좀 밋밋한 것이 제맛이 안 나는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유기농 식품이 좋은 환경에서 더 좋은 원료로 만들어서 몸에 좋다고는 하지만 맛이 덜하다면 그 매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유기농 소고기 육포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반 소고기 육포


왜 그럴까? 궁금해 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유를 찾기 위해, 먹던 유기농 육포와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다는 Jack Link's Beef Jerky를 제품 뒷면의 영양성분표와 원재료 구성을 참고해서 간단하게 비교해 보았습니다.

간혹 누가 제품 포장 뒷면의 작은 글씨로 쓰인 영양성분이나 원재료 구성을 읽는다고, 깨알 같은 글씨로 써 놓느냐고 하시는 분들이 계시던데 사실 저는 이런 것을 읽는 것이 취미생활 중에 하나 입니다. 그렇다고 편집증은 아니고 약이나 식품 포장 뒷면의 이 정보들을 꼼꼼히 보다보면 의외로 재미있는 내용들이 많습니다.

각설하고 먼저 영양성분 비교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영양성분 비교


그림에 보이는 것처럼 염분함량을 나타내는 소디움(Sodium나트륨)이 유기농 육포는 370mg, 일반 육포는 590mg으로(소금 섭취양으로 환산하면 각각 0.9g과 1.5g), 영양소중 가장 큰 차이를 보일뿐 나머지는 별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이 정도 염분 차이라면 염분 섭취를 민감하게 조절해야 하는 고혈압 환자가 아닌 이상 어느 제품이나 선택하거나 영양성분면에서는 차이가 없을 것 같습니다.

영양성분에 별 차이가 없다고 하더라도 육포의 제조에 들어간 각종 재료의 구성은 다를 것 같아 제품 포장 뒷면의 원료 구성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원재료 구성 비교


유기농 육포는 이름 그대로 들어간 재료들이 모두 유기농(Organic)이란 말이 붙은 천연 재료들입니다. 유기농 소고기,유기농 사탕수수 추출물, 유기농 콩으로 만든 간장, 유기농 사과 식초, 바다 소금,유기농 후추 등등...정말 유기농 재료를 사용했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미농림국(USDA) 유기농 마크가 붙을 걸 보고 믿어 주기로 했습니다.

반면에 일반 육포는 소고기, 물,설탕, 소금, 과당, 간장 이외의 재료이외에 Monosodium Glutamate, Maltodextrin, Sodium Erythorbate, Sodium Nitrite라는 화학 첨가물들이 보입니다.

먼저 MonoSodium Glutamate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로 MSG, 즉 미원이라는 이름으로 통칭되는 조미료입니다. 약방의 감초처럼 현대 가공식품 어디에나 들어가는 첨가물이다 보니 육포에 안 들어갔다고 하면 도리어 이상할 뻔 했습니다. 우리 일상 주변에는 특히 짬뽕에 듬뿍 들어 있어 아주 친숙합니다.

두번째 말토덱스트린(Maltodextrin)은 전분을 가수분해해서 얻는 식품첨가물로 당도가 낮은 분말엿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주로 입안에서 촉감을 향상시키고 식품 표면의 광택을 내기 위해 사용됩니다.

셋째 에리쏘르빈산나트륨(Sodium Erythorbate)은 사탕무나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식품 첨가제로 주로 육류나 닭고기 가공식품 제조에 첨가되서 재료의 산화를 막아 고기의 선명한 색을 유지되게 해 줍니다. 유기농 육포에서는 사과식초에 들어 있는 구연산이 이 역활을 합니다.

넷째 아질산나트륨(Sodium Nitrite)은 이미 스팸 신고글에 스팸을 싣는 올블릿의 센스에서 간략하게 이야기한대로 시간이 지날수록 산화되어 갈색으로 변해가는 육류의 신선한 선분홍 색깔을 내는 발색제이면서 동시에 변질을 방지하기 위한 방부제입니다. 아질산나트륨은 대체물질이 없고 이 첨가물을 넣지 않으면 유통기한이 반이하로 줄어 들기 때문에 육류 가공식품에는 당연히(?) 들어갑니다. 하지만 발암물질을 유발한다고 해서 논란이 많은 물질이기도 합니다.

역시 예상한대로 유기농 제품은 화학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았고 대신 화학 첨가물이 내는 효과를 천연재료로 대신 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호르몬이나 항생제를 쓰지 않고 키운 소에게서 얻은 소고기인데도 입안에서 쫄깃거리는 씹는 맛이 부족하고 감칠맛이 적은 것은 대신 들어간 천연재료들이 MSG와 말토덱스트린같은 화학물질만한 효과를 내지 못하기 때문인 것입니다.

예전 한국에서 학교 다닐때 학교 앞에 된장찌게를 아주 맛있게 하는 식당이 있었습니다. 하루는 그날따라 된장 맛이 밍밍한 것이 평소 같지 않아서 주인 아줌마를 불러 이야기 했더니 주방에서 무언가 하얀 가루를 숟가락 가득 퍼 와서 넣어 주셨습니다. 그랬더니 그제서야 평소 먹던 된장 찌게 맛이 나는 것이었습니다. 깊게 생각할 것도 없이 그 하얀 가루의 정체는 미원 즉 MSG였던 것이었습니다. 평소 MSG가 듬뿍 들어간 된장에 입맛이 길들여지다 보니 그 맛이 맛있는 된장찌게 였던 것이고 MSG가 덜 들어간 된장찌게는 맛이 이상했던 겁니다.

우리가 먹는 유기농 가공식품이 맛 없게 느껴지는 것도 같은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평소에 MSG와 화학 첨가물이 듬뿍 들어간 식품들을 먹다보니 그 맛이 당연한 맛이 되어 버려서 이런 것들이 들어가지 않은 원래의 담백한 유기농 식품은 맛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바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샴의 법칙이 먹는 식품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가 봅니다.

유기농식단으로 식사를 하시는 분들 중에는 유기농 식사를 오래 하다보면 재료 각각의 오묘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하시던데 조미료와 기타 첨가물을 멀리 하다보면 원래의 맛을 느끼게 되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유기농 식단으로 식사를 하기 어려운 보통 사람들에겐 먼 이야기 일 뿐입니다.
자주는 못 먹어도 그래도 가끔 기회가 있을때 그냥 맛이 조금 덜하더라도 몸에 좋다니까 참고 먹어야 할지 입에 착착 붙는 MSG와 첨가물이 듬뿍 들어간 것들을 먹어야 할지...아무래도 몸에 좋은 걸 먹어야 겠죠?

초등학교 시절 학교 앞에서 팔던 불량식품이 어머니가 정성들여 해 주신 간식보다 훨씬 맛있었던 것처럼 몸에 좋지 않은 것은 항상 입맛을 다시게 하나 봅니다. 그러고 보면 이미 이런 인생의 진리를 초등학교 어린 시절 깨우쳤던 것 같아 대견한 생각이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