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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문화

이제는 속절없는 늙어가는 007과 본드걸


스타워즈, 에일리언, 터미네이터 반지의 제왕,등등... 전편에 이어 속편으로 제작된 극장 영화는 수 없이 많지만 그 중 압권은 바로 "007" 시리즈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얼마전 개봉한 "Quantum of Solace'가 1962년 1탄 ‘살인번호 (Dr.No)’가 제작된 이후 46년동안 만들어진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중의 최신작인 22번째 속편인 것을 감안하면 참으로 오랜 시간동안 끈질기게(?) 제작된 영화입니다.

사실 007 시리즈에는 영국 EON Productions에 제작한 22편의 정식 007 시리즈외에도  서자취급을 받는, 다른 제작사에서 제작한 2편의 비공식 속편까지 더 있어서  총 24편의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가 제작된 셈이니 왠만한 TV 시리즈보다 더 많은 제작편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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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빵! 으악~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제작된 시리즈다 보니 첩보원인 007도 냉전시대에는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의 갈등을 배경으로 활약하다 냉전이 끝나자 새롭게 대두되는 국제적인 테러위협에 대응하는 것으로 임무를 바꿔 활동하면서 현실 세계 정세의 변화를 따라 변모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북한 문제가 국제 사회의 이슈가 되자 2002년에 나온, ‘어나더데이((Die Another Day)’는 우리가 실감할 수 있는 국제사회에 대한 북한의 위협을 소재로 다루기도 했습니다. 또한 이 영화에서 007이 사실은 인천 부평 청천1동 소속의 예비군이라는 것이 밝혀져(?)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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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예비군 훈련 중인 007과 본드걸


이렇게 거의 반세기에 걸쳐 제작되다 보니 영화에 출연했던 제임스 본드역의 배우들 또한 많은 변화가 있어서 처음 1탄부터 주연을 맡았던 숀 코네리(Sean Connery)는 6탄은 건너뛰고 7탄을 끝으로 6편의 영화에서 제임스 본드를 연기한 후 은퇴했고(그후 1983년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에서 7번째로 007을 연기했지만 이 영화는 EON Productions의 작품이 아니라 공식적인 007시리즈로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6탄에 출연한 조지 레즌비(George Lazenby)는 이 단 한번의 출연 후 교체되기도 했습니다. 이유는 007의 이미지와 잘 맞지 않는다는 팬들의 원성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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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제임스 본드들의 키(From http://www.gearlover.com/james-bond-gadgets-for-you/)

그리고 숀 코네리와 함께 최고의 제임스 본드로 거론되는 로저 무어(Roger Moore)는 8탄부터 14탄까지 7편의 시리즈에서 007 역을 맡아 최다 출연 기록을 세웠습니다. 그 후 15-16탄의 티모시 달튼(Timothy Dalton)이 2번, 피어스 브로스넌(Pierce Brosnan)이 17-20탄에 4번 출연했고 요즘 개봉하는 22탄 "Quantum of Solace"의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가 전작인 21탄에 이어 두번째 출연하고 있습니다.

또한 오랜 시간 동안 영화가 만들어지다 보니 주연을 맡았던 제임스 본드역의 배우들과 본드걸들도 007 시리즈와 함께 나이를 먹어 버렸습니다. 007 시리즈를 관심있게 보았던 분들이라도 아래 사진에 등장하는 사람들을 알아 보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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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ntum of Solace 개봉 파티에 참석한 왕년의 007과 본드걸들(Zena Marshall, Tania Mallet, Caroline Munro, Shirley Eaton, Eunice Gayson and Madeline Smith)


올 10월엥 영국 런던에서 열린, 007 시리즈 최신작 "Quantum of Solace" 기념파티에서 찍힌 위 사진에서, 가운데 서 계신 중후한 남자분이 바로 가장 많이 제임스 본드를 연기했던 로저 무어 입니다. 1973년 처음 "죽느냐 사느냐 (Live and Let Die)"에서 제임스 본드 역을 처음 맡았을때 46살이던 로저무어는 이제 81세의 중후한 할아버지가 되셨지만 여전히 제임스 본드의 그 유들유들하던 이미지는 여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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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드~ 제임스 본드 - 로저무어


사진에서 로저무어를 둘러싸고 있는 왕년의 본드걸들 중에 첫번째는 1962년 개봉된 최초의 007 시리즈 살인번호(Dr. No)에서 중국여인인 Miss Taro역을 맡아 숀 코네리와 연기했던 제나 마셸(Zena Marshall)입니다. 이미 이 영화를 찍을 당시 37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였던 제나 마셸은 이제 로저무어 보다도 나이가 많은 83살의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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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살 할머니는 37살 본드걸이...(사진속 첫번째)


또한 이 영화에서 흰 수영복을 입고 소라 껍질을 들고 바닷물을 뚝뚝 떨구며 백사장을 걸어나와 많은 남성들의 가슴에 풍덩 뛰어들었던 Honey Ryder역의 우슐라 안드레스(Ursula Andress) 또한 이제는 72세의 할머니가 되었지만 2002년 개봉된 어나더데이 (Die Another Day)에서 오렌지색 수영복을 입고 바닷물속에서 등장한 할리베리의 오마쥬로, 007 팬들의 오랜 기억속의 그 아름답던 모습을 다시 한번 생생히 되새겨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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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본드걸이었던 Honey Ryder역의 Ursula Andress


로저 무어와 함께 찍은 사진의 두번째 타니아 말렛(Tania Mallet)은 1964년의 골드핑거(Goldfinger)에서 언니 질 마스터슨의 복수를 위해 골드핑거의 뒤를 쫓는 틸리 마스터슨(Tilly Masterson)으로 출연했습니다. 원래 모델이 직업이었던 타니아 말렛은 이 한편의 영화만을 찍은 뒤 다시 모델 활동을 복귀했는데 현재 67세란 나이가 무색하게 사진속의 연세드신 본드걸들 중에 가장 많이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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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우아한 자태를 간직한 타니아 말렛(사진속 두번째)


순서를 건너 뛰어서 사진속 4번째의 본드걸은 역시 골드핑거(1964)에서, 틸리 마스터슨의 언니 질 마스터슨으로 출연해 온 몸에 금가루를 칠하고 질식사하는 비운의 연기를 했던 셜리 이튼(Shirley Eaton)입니다. 전라의 셜리 이튼이 온 몸에 금가루를 칠하고 침대에 쓰러져 있던 모습은 지금 봐도 워낙 파격적(?) 이어서 영화 골드핑거를 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기억하고 있을 법한 장면이지만 그런 그녀 또한 이제는 71세의 할머니가 되어 예전과는 많이 다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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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핑거에서 타니아 말렛의 언니역을 했던 셜리 이튼(사진속 네번째)


셜리 이튼 이야기를 하느라 건너 뛰어던 세번째의 본드걸은 1977년 나를 사랑한 스파이 (The Spy Who Loved Me)에서 제임스 본드를 헬리콥터를 타고 쫓다 장렬히 산화한 캐롤라인 먼로(Caroline Munro)입니다. 장렬한 최후를 맞았던 본드걸답게 27살의 캐롤라인 먼로는 카리스마 넘치는 형형한 눈빛을 하고 있었고 58살이 된 지금도 그 눈빛은 사진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부담스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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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oline Munro! 예나 지금이나 눈빛이 너무 무서워...(사진에서 세번째)

사진속 다섯번째 본드걸은 첫번째 007 시리즈인 살인번호(Dr. No,1962년)과 2탄 위기일발(From Russia Wtih Love,1963년)에 Sylvia Trench라는 동일한 캐릭터로 출연했던 Eunice Gayson 입니다. 살인번호에 등장했던 사진속의 그녀는 우아한 31살의 본드걸이지만 지금은 77세의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녀의 딸인 Kate Gayson도 33년후 비록 단역이긴 하지만 골든 아이(Goldeneye,1995년)에 출연해서 어머니의 뒤를 이어 본드걸이 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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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시리즈 1편과 2편에 출연했던 Eunice Gayson(사진에서 다섯번째)


그동안 제임스 본드역을 맡아 오던 숀코네리가 은퇴하고 난 후 새로운 007이 된 로저 무어의 첫번째 출연작 죽느냐 사느냐 (Live and Let Die,1973년)에서 로저 무어의 첫번째 본드걸 중 한명이 된 매들린 스미스(Madeline Smith)는 다른 본드걸에 비해 비교적 어린 나이인 24살에 이탈리아 첩보원 Miss Caruso역을 맡아 새벽 5:47에 갑작스레 찾아온 M의 방문으로 제임스 본드와 함께 잠을 깨는 장면으로 처음 등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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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무어의 첫번째 본드걸 Madeline Smith(사진에서 여섯번째)


제 개인적으로 007 영화에 출연했던 본드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여배우를 꼽으려면 바닷물을 뚝뚝 흘리며 하얀 수영복을 입고 백사장으로 걸어 나오던 우슐라 안드레스(Ursula Andress)를 들겠지만 가장 충격적인 본드걸을 뽑으라면 로저 무어가 마지막으로 제임스 본드를 연기했던 1985년의 뷰투어킬(A View to a Kill)에 등장했던 바로 이 본드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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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포스에 후덜덜입니다...

그레이스 존스(Grace Jones), 처음 그녀가 등장한 포스터를 보았을때 어린 제가 받았던 느낌은 "충격"이란 말로 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경이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그때까지 주말의 영화에서 보아왔던 본드걸들은 대부분 예쁜 백인 여배우들이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야생을 질주하던 표범같은 근육질의 본드걸이 (그 당시 한국 사회에서 여자에겐 금기였던) 담배까지, 그것도 할아버지의 곰방대에 피우며 등장했으니 막 사춘기의 질풍노도 시기를 거치던 저는 그만 폭풍우 치는 망망대해에 내동댕이 쳐진 것처럼 숨이 멎을 것 같았습니다.
이제 60이 되었으면서도 지치지 않고 그 시절 그 모습 그대로 왕성하게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그녀를 보면 어릴 시절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던 엄청난  "포스"는 잘못 본 것이 아닌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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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다리~롱다리~롱다리~


앞에서도 이야기 한 대로 수 많은 여배우들이 007의 본드걸로 영화에 등장했다가 잊혀져 갔지만 제임스 본드 역을 연기했던 숀 코네리와 아직도 현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피어스 브로스넌 같은 남자 배우는 워낙 잘 알려져 있다보니 세월이 가면서 나이 들어 가는 모습 또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1969년 여왕폐하 대작전 (On her Majestiy's Secret Service)에서 단 한번 제임스 본드역를 연기하고 하차한 비운의(?) 조지 레즌비(George Lazenby)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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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제임스 본드 조지 라젠비(George Lazenby)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버는 광고 모델이었던 그는 제임스 본드 역에 캐스팅 되었지만 팬들의 혹평을 받고 단 한번에 출연한 이후 007역에서 은퇴하고 이소룡과 함께 무술 영화를 제작하기도 합니다. 그 후 이소룡이 죽고 부동산 사업을 하던 조지 라젠비는 올 여름 전 부인에게 알콜 중독 상태에서 자신을 폭행했었다고 고발을 당했습니다. 또 2002년 결혼했던 두번째 부인과는 양육권 문제를 놓고 이혼 소송중인 걸 보면 배우로서의 길 뿐만이 아니라 생활인으로서 그리 순탄치 못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예전 영화 속의 그 모습과는 많이 달라져 버린 외모와 삶을 살고 있는 제임스 본드들과 본드걸들을 보면 안타깝지만 한편으로 달리보면 이들은 자신들의 빛나는 시절을 영화에 영원히 담아 둘 수 있었기 때문에 행복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실에서의 자신은 세월에 따라 늙어 가지만 영화속의 자신은 여전히 어여쁜 자태를 뽑내고 "본드~ 제임스 본드~~"를 외치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참고자료

http://www.jamesbondmm.co.uk/
http://www.007.info/Girls.a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