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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기술

북미 항공 우주 방위 사령부와 산타클로스

시차때문에 한국은 이미 크리스마스 오후가 되었지만 여기선 이제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입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고국을 떠나온, 아직 뿌리내리지 못한 어른들에겐 그저 "그들만의 명절"에 불과한 썰렁한 휴일이지만 이곳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겐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11월 세째주 목요일, 추수감사절 이후 크리스마스 세일 모드로 돌입한 상점들 뿐만이 아니라 아이들도 크리스마스를 손꼽아 기다립니다. 상인들에겐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로 이어지는 연말이 일년중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황금의 시기이고 아이들에겐 1년을 기다린 산타클로스가 선물을 들고 방문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유치원에 다니는 딸 아이가 저녁부터 분주합니다. 오늘밤에 선물을 가지고 찾아 올 산타에게 편지를 쓴다며 부산을 떱니다. 그동안 말 안들을 때마다 '이러면 산타 할아버지가 안 오신다'라고 협박(?)과 회유를 해 온 탓에 불안했는지 며칠 전부터 산타 할아버지가 오시는지 몇 번이나 확인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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끙끙거리고 한참을 앉아 쓴 편지는 비록 삐뚤삐뚤, S자도 좌우를 뒤집어 썼지만 산타할아버지를 향한 정성만은 누구 못지 않을 것 같습니다. 편지를 쓰고서도 뭘하는지 아직 분주 합니다. 엄마한테 연신 쿠키를 달라, 주스를 달라며 들락거리며 제 방에서 무언가를 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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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방 테이블 위에, 잠든 후 오실 산타할아버지를 위한 상을 차려 놓느라 바빴던 것입니다. 멀리 얼음나라에서 찬 바람을 맞으며 오셨을 산타할아버지가 목 마르실까 봐 주스를 따라 놓고 함께 드실 쿠키도 가져다 놓은 상차림입니다. 아무리 텍사스라지만 겨울 하늘을 가르고 썰매를 타고 오신 산타클로스가 찬 주스 마시면 좀 추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앞엔 유치원에서 만들어 온 요셉,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 예수님 상도 함께 진열해 놓았습니다. 나름대로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아는 것 같습니다. 아마 유치원에서 크리스마스가 예수님이 태어난 날이라고 배운 모양입니다.

이렇게 산타를 기다리는 동심을 지켜주는 것은 어른들의 몫인 것 같습니다. 지구를 침략할 지도 모를 외계인과 대륙을 넘어 날아오는 핵미사일을 감시하는 북미 항공 우주 방위 사령부(North American Aerospace Defense Command (NORAD))에서는 해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전 세계의 하늘을 감시하던 자신들의 정찰 위성과 레이다를 이용해 산타클로스가 루돌프가 끄는 썰매를 타고 날아가는 항로를 보여주는 서비스를 해 주고 있습니다. 물론 실제 산타클로스의 비행경로를 추적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산타를 기다리는 어린이들에게는 북미 항공 우주 방위 사령부라는 이름이 주는 신뢰감에 더욱 믿음이 깊어져 갈 것 같습니다.

한반도를 찍어보니 대구와 평양 두 곳만 산타가 다녀가셨다고 나옵니다. 요즘 산타클로스 썰매에 스탤즈 기능이 추가 됐는지 많이 놓친 것 같습니다. 부디 평양을 방문한 산타가 그냥 떠나지 말고 많은 북한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나누어 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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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http://www.noradsanta.org/en/home.htm




이 사이트는 몇년 전 산타클로스의 직통 번호라고 잘못 인쇄된 전화  번호로 수없이 걸려온 아이들의 전화에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었다고 합니다.항공 우주 방위 사령부라는 거창한 이름에 걸맞지 않게 산타클로스와 이야기 해 보겠다고 전화를 건 어린 동심들을 위해 세심한 배려를 하는 모습이 참 좋아 보입니다.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천만명이 넘는 방문자가 다녀갔다니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YouTube에 연결된 NORAD의 산타 비디오 중 하나

이렇게 동심을 지켜 주려는 노력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좋은 돈벌이의 수단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아이들에게 산타클로스가 보낸 편지를 보여 주려는 부모들을 위해 산타 우체국이 증명하는 소인까지 찍힌 편지를 만들어 대신 보내주는 서비스가 성행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이트에서는 녹음된 산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고 돈을 더 내면 직접 산타클로스와 대화도 나눌 수도 있다니 정말 그 상상력이 기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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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http://www.greetingsfromsanta.com/

이렇게 돈을 들여서까지 산타클로스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믿음을 지켜 줘야 하나 싶기도 하지만 언젠가는 깨져 버릴 그 동심을 지금은 지켜주고 싶습니다. 어른이 되고 나니  믿고 싶어도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너무도 많은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