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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글 Lv. 1

나무로 만든 롤러코스터를 타 보시겠습니까?



어릴적 청룡열차라 부르던 롤러코스터는 타는 것도 공포스럽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무섭습니다. 철커덕철커덕 느리게 정상을 향해 올라가던 열차가 갑자기 수직으로 곤두박칠 치듯 떨어지면 심장은 그대로 얼어 붙는 듯 합니다. 이런 스릴이 좋아 롤러코스터를 즐기는 광(狂)팬이 있지만 한번 타고 나면 다리가 후둘후둘 떨리고 머리가 어질 어질 빙빙 돌기 때문에 생사가 걸린 경우가 아니라면 다시는 타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동영상은 얼마전 Kemah라는 곳에서 찍은 롤러코스터입니다. 이 곳은 Texas Houston에서 I-45 고속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40여분을 달리면 갈 수 있는 작은 바닷가 마을입니다.  전체 인구는 2300명 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도시지만 바닷가에 Boardwalk이라는 일종의 유원지와 보트 선착장이 있어 주말에는 나름대로 붐빕니다. 예전 인천의 송도 유원지를 생각하면 그리 틀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곳에 얼마전에 문을 연 롤러코스터는 한국의 놀이동산에서 보는 일반 롤러코스터와는 무언가 달라 보입니다.

바로 나무로 만든 롤러코스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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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 http://www.coasterphotos.com/maingallery/v/Kemah/coaster/



생각만 해도 아찔한 롤러코스터를 쇠도 아닌 나무로 만들 생각은 누가 처음 했는지, 그 대담한 상상력이 경이로울 따름입니다.

나무로 만든 롤러코스터는 쇠로 만든 롤러코스터와 달라서 많이 흔들립니다. 아무래도 쇠로 크고 튼튼한 프레임을 만들고 레일을 깐 것이 아니라 토막토막 짧은 나무를 이어 붙여 프레임을 만들다보니 이음부분의 진동이 더 심할 수 밖에 없을 듯 합니다. 거기에 기차가 지나갈때 나무로 만든 프레임이 4-8cm 에서 부터 심할 경우 30-60cm 정도까지 흔들리기 때문에 탈선해서 추락하는 건 아닌가 하는 공포감이 더해져서 더욱 더 무섭습니다.

사실 나무로 만든 트랙이 더 많이 흔들리는 것은 역학적인 관점에서 보았을때 당연하고 또 필수적인 일이긴 합니다. 나무의 강성은 철에 비해 작기 때문에 외력이 가해졌을때 충분한 변형이 생겨야 부러지지 않고 그 외력을 감당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이론적인 내용을 알고 있다고 해서 나무 트랙을 흔들거리며 달리는 공포가 덜어지지는 않습니다. 그냥 지식과는 관계 없이 마냥 무서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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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나무로 만든 롤러코스터가 유행 했지만 요즘은 예전만 못하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높이에 제한이 따르게 되고 유지 보수하는데 쇠로 만든 롤러코스터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들고 롤러코스터의 하일라이트인 거꾸로 뒤집기가 어렵다 보니 차츰 사라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쇠에 비해 부러지기 쉬운 약한 나무로 만들어 졌다는 특성과 실제 심하다 싶을 만큼 흔들리는 주행 특성은 심리적으로 쇠로 만들어진 롤러코스터와는 다른 강한 공포감을 선사하기 때문에 여전히 성업중입니다.
이 Kemah의 롤러코스터도 작년 12월 부터 공사를 시작해서 올 9월초에 영업을 시작한 후 주말이면 하루 12시간을 쉬지 않고 사람들의 비명을 짜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는 하루 방문해서 비명을 지르며 재미있게 롤러코스터를 타는 사람들과는 달리 이 롤러코스터를 철천지 원수처럼 여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 롤러코스터와 3m 거리도 두지 않은 옆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하루 12시간씩 사람들이 질러대는 비명소리에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보다 더 끔찍한 시간을 보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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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이 생기게 된 이유는 롤러코스터 사업자측에서 공사를 시작하기전 이 집을 팔 것을 제안했지만 집주인이 거절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휴스턴에 사는 집주인은 바로 문 앞에 멕시코 걸프만(Gulf of Mexico)이 펼쳐진 45년 된 이 집을 그동안 주말 별장으로 사용해 왔는데 이제는 한 시간에 800여명이 넘는 탑승객이 질러대는 비명 소리 때문에 대화도 어려울 지경이라고 하소연을 하면서도 자기 죽기전에는 절대 이 집을 팔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고 하니 무슨 내막이 있지 않을가 궁금해집니다.

일상 대화가 어려울 정도로 시끄러우면 앞으로 이 집에서 주말을 쉬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불가능할 일이 될 것이고 또 이런 집은 롤러코스터 회사가 아니면 아무도 사려고 하지 않을 텐데 왜 팔지 않으려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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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 http://maps.live.com 주)롤러코스터 이미지는 합성해 넣은 것입니다.


위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그 집을 매입하지 못해 롤러코스터는 "ㄴ"자 모양으로 자리를 잡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한국에서는 일조,조망,소음과 같은 환경관련 문제가 발생할 경우 건축법에 따라 처리가 되지만 이 도시에는 소음 발생 시설이 주거지에 접해 건설되는 것에 대한 제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뒷마당에서 몇 미터 거리에 이런 시끄러운 시설이 들어서는 것이 법률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마 집 주인이 조용한 주말을 즐기기 위해서는 소송이라도 해야 할 것 같지만 그것도 매입 제의를 거절했기 때문에 이길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이 롤러코스터가 바로 이웃에 사는 사람들에겐 괴로운 일이 될 수도 있겠지만 하루 주말을 즐기러 온 관광객들에겐 스릴 넘치는 흥미로운 놀이 시설이니 아무튼 세상일은 동전의 양면처럼 이중성을 갖는가 봅니다.

아래에 링크한 동영상은 MyspaceTv에 올라온 시속 80km/h(50mph)의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리는 이곳의 롤러코스트에서 한 손으로 카메라를 들고 찍은 영상입니다. 저는 사진은 커녕 두 손으로 손잡이를 꽉 잡고도 달리는 내내 후덜덜이었는데 도대체 이런 사람들은 강철 심장이라도 가진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