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건 내가 할 일이 아닙니다. 난 다만 신의 존재를 믿기에 성실하게 살려고 노력할 뿐입니다. 신은 나의 목표가 아니라 나의 기준입니다"
- 류시화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 중 pp175]
최근에 읽은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1997) 중에서 마음에 와 닿는 유일한 구절이다.
예전 대학시절 류시화의 시를 무척 좋아하던 때가 있었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라는 제목의 작가의 첫번째 시집을 아마 6-7권은 샀던 것 같다. 가방에 넣어 가지고 다니며 수시로 읽다가, 관심을 보이는 주변 사람이 있으며 기꺼이 건네 주고 다시 사다보니 적지 않은 수의 같은 시집을 반복해서 사게 되었던 것이다.
그후 대학원을 다닐때 나온 두번째 시집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은 그 수가 줄어 3권 정도에서 책을 덮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도 처음 그의 시집에서 느꼈던 가슴을 울리던 감동이 "안개속에 서 있는 듯한" 의미의 모호함으로 희석되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첫번째 시집과 두번째 시집 사이의 5년이라는 공백동안 그는 저 너머 자신만의 구도의 세계로 너무도 멀리 날아가 버린 듯 했다. 수 차례에 걸친 인도 여행으로-아니...구도를 위해 떠난 여행이었다니 인도 자체가 문제가 아니겠지만- 그는 나와 같은 세상을 사는 사람이 아닌 피안의 세계를 꿈꾸는 사람으로 달라져 있었다.
그 후 그가 엮은 몇 권의 산문들을 거쳐 죽음의 순간에 한번 듣는 것만으로도 해탈에 이르게 된다는 [티벳 사자의 서] 번역본을 마지막으로 류시화라는 이름을 잊어 갔다.
작정하고 떠난 구도의 길이었으니 당연히 모든 것이 인생의 의미와 우주의 진리로 해석되겠지만 한편으로 그런 그의 모습은 시퍼렇게 두눈을 뜨고 가쁜 숨을 몰아 쉬며 내달리는 현실에서 발을 떼고 허공으로 붕 뜬 듯이 어설프고, 균형감을 상실한 공허한 환상처럼 느껴 졌다. 인도 여행에서 만난 현자들과의 대화에서 삶의 진리를 한 가지씩 깨달았다는 그의 이야기가 동냥을 위한 걸인의 말장난의 확대 해석으로 읽히는 까닭에 더 이상 그의 이야기에 집중을 할 수가 없다. 내가 경박한 물질적 삶에 찌들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지금껏 내가 만났던 인도 학생들이 인생이나 우주의 진리에 대해 그리 깊은 성찰을 갖고 있지 않았다는 일반화의 오류에 빠졌기 때문일까?
아마도 그 이유는 신비주의에 근거를 둔 그의 구도의 자세와 현실에 깊이 뿌리 내린 나의 생활의 자세가 충돌하기 때문이리라. 또한 그 시간동안 류시화라는 시인이 변했듯이 나 또한 변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예전에 즐겨 읽던 그의 시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는 아직도 묘한 가슴 떨림을 준다. 비록 더 많은 시간이 지나고 난 어느날에 잊혀져 버릴지 모를 그런 떨림일지라도 마음속에 오래 간직하고 싶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 류시화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 중 pp175]
최근에 읽은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1997) 중에서 마음에 와 닿는 유일한 구절이다.
예전 대학시절 류시화의 시를 무척 좋아하던 때가 있었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라는 제목의 작가의 첫번째 시집을 아마 6-7권은 샀던 것 같다. 가방에 넣어 가지고 다니며 수시로 읽다가, 관심을 보이는 주변 사람이 있으며 기꺼이 건네 주고 다시 사다보니 적지 않은 수의 같은 시집을 반복해서 사게 되었던 것이다.
그후 대학원을 다닐때 나온 두번째 시집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은 그 수가 줄어 3권 정도에서 책을 덮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도 처음 그의 시집에서 느꼈던 가슴을 울리던 감동이 "안개속에 서 있는 듯한" 의미의 모호함으로 희석되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첫번째 시집과 두번째 시집 사이의 5년이라는 공백동안 그는 저 너머 자신만의 구도의 세계로 너무도 멀리 날아가 버린 듯 했다. 수 차례에 걸친 인도 여행으로-아니...구도를 위해 떠난 여행이었다니 인도 자체가 문제가 아니겠지만- 그는 나와 같은 세상을 사는 사람이 아닌 피안의 세계를 꿈꾸는 사람으로 달라져 있었다.
그 후 그가 엮은 몇 권의 산문들을 거쳐 죽음의 순간에 한번 듣는 것만으로도 해탈에 이르게 된다는 [티벳 사자의 서] 번역본을 마지막으로 류시화라는 이름을 잊어 갔다.
작정하고 떠난 구도의 길이었으니 당연히 모든 것이 인생의 의미와 우주의 진리로 해석되겠지만 한편으로 그런 그의 모습은 시퍼렇게 두눈을 뜨고 가쁜 숨을 몰아 쉬며 내달리는 현실에서 발을 떼고 허공으로 붕 뜬 듯이 어설프고, 균형감을 상실한 공허한 환상처럼 느껴 졌다. 인도 여행에서 만난 현자들과의 대화에서 삶의 진리를 한 가지씩 깨달았다는 그의 이야기가 동냥을 위한 걸인의 말장난의 확대 해석으로 읽히는 까닭에 더 이상 그의 이야기에 집중을 할 수가 없다. 내가 경박한 물질적 삶에 찌들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지금껏 내가 만났던 인도 학생들이 인생이나 우주의 진리에 대해 그리 깊은 성찰을 갖고 있지 않았다는 일반화의 오류에 빠졌기 때문일까?
아마도 그 이유는 신비주의에 근거를 둔 그의 구도의 자세와 현실에 깊이 뿌리 내린 나의 생활의 자세가 충돌하기 때문이리라. 또한 그 시간동안 류시화라는 시인이 변했듯이 나 또한 변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예전에 즐겨 읽던 그의 시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는 아직도 묘한 가슴 떨림을 준다. 비록 더 많은 시간이 지나고 난 어느날에 잊혀져 버릴지 모를 그런 떨림일지라도 마음속에 오래 간직하고 싶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
- - 류시화-
물 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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