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타 등등

법치주의와 덕치사회

일찍이 공자와 맹자,순자 그리고 한비자의 유가(儒家)에서 세상을 다스리는 원리로 서로 상반되는 덕치(德治)또는 법치(法家)를 추구한 것은 덕치(德治)와 법치(法家)는 이상적인 국가의 실현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위한 원리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서로 다른 방법론임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할 수 있겠다.

공자의 인치(仁治)와 맹자의 의치(義治)로 대변되는 덕치(德治)가 인간의 선한 본성에 의해 이상 사회가 이루어 질 수 있음을 주장했다면 순자는 인간이 마땅 가져야 할 덕성에 의한 예로서 나라를 다스릴 수 있다 하였고 한발 더 나아가 제자 한비자는 법에 의한 통치만이 이상적인 사회를 가능하게 한다고 설파했다.인간 본성에 대한 믿음의 차이는 작게는 유가내에서 이렇게 서로 다른 통치원리를 만들어 냈고 범세계적으로는 각 나라마다 다른 사회 질서 유지체계를 만들어 내었다.

원산지인 중국에서도 국가 통치 원리로는 수용하지 못했다는 유교를, 그 중에서도 인에 의한 통치를 과감히 국가의 이념으로 받아들인 과거 조선은, 달나라를 다녀온지 30년이 훨씬 지난 21세기에 최고의 권위를 가진 법관들에 의해 "관습법"적 사회 규범이 현행법률보다 우선시함을 보임으로써 그 유구한 역사와 전통만은 여전히 살아있음을 입증했다.

그런 이유로 성문법에 의해 국가의 정체성이 규정되고 운영된다고 하는 대한민국에서 법치가 아닌 덕치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있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공공장소에서 침을 뱉는 행위는 거금 30000원의 범칙금에 쳐한다는 서릿발 같이 엄격한 법치는 70000원 짜리 과속 티켓의 꾸깃한 대용이고
길거리에서 술에 취해 횡설수설, 지나가는 행인에게 시비를 거는 취객은 안전한 파출소 쇼파에서 숙박료도 받지 않고 재워 주는 것이 덕치가 아니고 무얼까?

그런데 문제는 그 추상과 같은 엄격함을 대신하는 덕치가 사람들에게 이럴때 다르고 저럴때 다른 고무줄 잣대로 보여 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막말로 법을 지키는 것이 손해라는 생각은 그동안 보아왔던 경험칙에 의해 힘을 얻는다. 새로 당선된 대통령들의 단골 이벤트인 사면때마다 향토예비군법위반, 도로교통법위반으로 전과자가 되신 수 많은 우매한(?) 국민들과 함께 신문에 떠들석하게 이름 석자 광고하고 잡혀 가신 유명인사들이 인절미에 콩가루 묻듯 살짝 살짝 묻어 나오는 모습을 보아온 국민들에게 공권력이 도전을 받네, 사회 기강이 헤이해 졌네하고 한탄하는 것은 코메디 아닌지?
그렇게 하고도 사회 기강이 설 줄 알았다는건 공자님도 100% 기대하지 않았던 인간 본성의 선함을 철썩 같이 믿었단 말인데...이렇게 말한다고 누가 믿어 주기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