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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판기 커피와 에스프레소(Espresso)를 사랑하세요?

"커피를 좋아하나요?"라고 물으신다면 대답은 "무척 좋아합니다"입니다.

커피계의 양대 산맥, 자판기 커피와 에스프레소(Espresso)에 대한 나름대로의 생각을 두서없이 횡설수설 써 보려고 합니다. 어떻게 끝맺음을 할 지는 글을 쓰기 시작하는 지금까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 '커피보다 소주가 더 좋아!'로 끝나지 않으면 다행일 것 같습니다. 이런 횡설수설 대신 에스프레소를 어떻게 뽑는지 궁금하시다면 다음의 지극히 주관적인 제 개인의 커피 역사에 관한 글은 건너 뛰고 읽으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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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http://richpond.freelo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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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http://www.daeguvending.co.kr



물론 자동 커피메이커에서 뽑은 물처럼 연한 커피나 수동식 드립으로 한잔씩 뽑아내는 커피도 좋지만 커피의 모든 맛을 ZIP 파일로 압축한 듯한, 한 잔의 작은 에스프레소가 주는 맛은, 압축을 풀어 200%로 부풀어 오른 파일을 여는 듯이, 원래 커피가 가진 섬세하고 미묘한 느낌이 정확히 살아 있는 맛을 느끼게 해 줍니다.그래서 감히 에스프레소를 커피의 Zip 또는 Rar라고 불러도 좋을 듯 합니다.

그런데 에스프레소를 좋아하는데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걸 마시려면 별다방 같이 에스프레소 기계로 커피를 뽑는 곳을 가서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고 나서야 맛을 볼 수 있다는 경제적인 이슈가 그것이었습니다. 미국 대학생이 1년에 별다방에 갔다 바치는 돈이 일인당 $3000이 넘는다는데, 100원 동전 하나로 충족되던 그 작은 사치를 위해 일년에 3백만원이나 되는 돈을 써야 한다는 것은 그 좋아하는 커피 맛을 반감시키는데 충분합니다.

그래서 궁리한 것이 직접 에스프레소를 만들어 마시자! 이를 위해 세상을 찾아 헤미이던 끝에 발견한 것이 지금도 가격 대비 최고의 성능을 가졌다고 믿고 있는 비알레띠의(Bialetti) 브리카(Brikka) 스토브탑 커피 메이커입니다.4인용이 한국에서는 8만원 정도 미국에서는 $50 정도니까 어설픈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들보다 훨씬 저렴하면서 더 좋은 결과를 보여줍니다.(직접 찍은 사진이 허접해서 http://www.storyshop.kr에 있는 상품 사진을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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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 버너나 전기 스토브위에 얹어 사용하는 이 작은 커피 메이커가 어떻게 증기압으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느냐하면 바로 압력솥의 원리를 이용하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다음 그림에서 보듯이 아랫부분의 물통에서 물이 끓기 시작하면 유일한 출구를 덮고 있는 압력추의 무게(브리카 모델만 해당) 때문에 증기압이 올라가서 마침내 추의 압력보다 증기압이 커지게 되면 짧은 시간동안 뜨거운 증기가 커피층을 통과해서 위쪽으로 분출되면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게 됩니다. 이렇게 에스프레소는 뜨거운 증기가 높은 압력에 의해 짧은 시간동안 커피를 녹여내기 때문에 자동 커피메이커와 같은 드립식 커피보다 향은 더 많이 포함하면서 접촉 시간이 짧아 수용성의 카페인은 훨씬 덜 함유하게 됩니다. 1933년 이탈리아의 Alphonso Bialetti에 의해 처음 만들어진 알루미늄 재질의 브리카 모카 익스프레스 커피메이커는(Moka Express)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2억 5천만개가 팔렸다니 70여년의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Apple의 iPod에 버금가는 슈퍼 밀리언 셀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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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에 나오는 사진과 동영상의 물건은 비알레띠의 모카 커피메이커 중에서도 압력추가 붙어 있는 브리카라는 모델입니다. 압력추가 없는 모카 익스프레스가 더 유명하긴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압력추가 붙어 있어서 한꺼번에 치익~하고 커피가 뿜어져 나오는 브리카를 더 좋아합니다. 모카 익스프레스는 압력추가 없는 관계로 그냥 개방된 출구로 커피가 푸욱~ 푸욱~하면서 뿜어져 나옵니다. 그리고 모카 익스프레스는 크기가 다양하게 나오는 것 같은데 브리카는 2인용과 4인용이 있습니다. 사실 2인용 사면 옆 사람과 반반 나누어 마셔야 하고 4인용은 2사람 밖에 마실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혼자 드실 분이라면 2인용, 둘이 드실 거면 4인용. 그 이상의 인원이 드실 거면 별다방 가시는게 좋습니다. 사람 많은데 두잔씩 뽑고 있으면 커피 다 뽑기도 전에 손님들이 자리를 뜨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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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사용해서 이젠 거의 고물이 된 물건이라 미관상 상당히 안 좋습니다. 이 물건의 재질이 알루미늄이다보니 사실 마시면서도 알루미늄 섭취에 의한 알츠하이머가 걱정되긴 하지만 무슨 코팅이 되어 있다니 괜찮을 거라고 최면을 걸고 있습니다.(그래도 처음 3번 정도는 마시지 말고 버리라네요. 무슨 길들이기(aging)랍니다. 스피커도 아니고...) 곱게 간 커피를 담을때 (에스프레소용은 커피 메이커보다 더 곱게 갈아야 합니다.) 쇼핑몰들 중에는 두드려서 채워 넣으라고 설명하는 곳도 있던데 그렇게 하다가는 탄 냄새가 진동하는 커피를 마시게 됩니다. 혹시 독특한 취향을 가지고 있으신 분 이외에는 가운데가 약간 볼록한 정도로만 가볍게 담는 것이 좋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 어떻게 커피가 뽑아지는 지 동영상을 보겠습니다. Windows에 있는 Movie maker를 제대로 쓸 줄 몰라 진한 에스프레소 원 없이 마시고 또 마셔 가며 찍은 영상입니다.



동영상을 보면 처음엔 포도주처럼 붉은 커피가 조금씩 베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잘게 부숴진채 말라 있던 커피 입자는 안과 밖이 균일하게 물에 젖어 부풀어 오르게 됩니다. 이 과정을 통해야 맛있는 커피를 얻을 수 있는데 수동 드립식이나 자동 커피메이커에서 커피를 만들때도 이렇게 불리는 시간을 주면 훨씬 향과 맛이 좋은 커피를 얻게 됩니다. 핸드 드립식은 필터 위의 커피가 거의 젖을 만큼의 뜨거운 물을 붇고 잠시 기다려 주고, 자동 커피메이커의 경우에는 처음 끓는 물이 커피를 통과해 유리잔에 떨어진 후 스위치를 끄고 1분쯤 기다리면 그냥 내리는 것보다 훨씬 맛이 좋은 커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제 추출된 에스프레소를 진한 크레마(crema)와 함께 잔에 담았습니다. 취향에 따라 거품 우유를 만들어 라떼로 즐겨도 되고 모카도 좋고...저는 에스프레소로 그냥 마십니다. 입안에서 압축 커피가 풀리는 느낌이 너무 좋습니다. 여기서 크레마는 영어의 크림(cream)에 해당하는 말로 커피 표면의 붉은 빛이 감도는 두툼한 갈색 거품을 이야기 합니다. 이 거품들은 물이 높은 압력으로 커피 가루를 통과할때 커피의 향을 머금은 용해성 물질과 함께 기름이나 콜로이드 같은 비용해성 물질을 미세한 입자로 유화시켜 녹여 내면서 생긴 작은 공기방울로, 마치 적당한 맥주의 거품이 맥주의 신선함을 유지시켜 주듯이 커피의 독특한 향과 맛 그리고 방금 추출된 뜨거운 열기 또한 달아나지 못하게 잡아 놓는 역활을 합니다.
에스프레소를 좋아하는 분들은 브리카가 스토브탑 커피메이커 중에는 유일하게 진한 크레마를 만들어 낸다고 열광하시는데 뭐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치익~하며 뿜어져 나오는 추출 과정을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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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이야기하면 자판기 커피로 이야기를 시작하더니 왠 에스프레소 예찬?하고 의아한 분들이 계실 것 같습니다. 자판기 커피에서 에스프레소로 헤메는 글을 쓴 이유는 같은 커피이면서도 저렴함의 대명사인 자판기 커피와 에스프레소를 기본으로 하는 별다방,커피빈과 같은 커피 전문점의 차이는 단지 상업적으로 계산된 도회적인 세련된 이미지의 존재 유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둘은 맛의 차이가 분명하긴 하지만 그 차이란 것이 어느 한쪽을 좋아하고 안하고 하는 개인의 취향일 뿐이지, 어느 커피는 고급이고 다른 한쪽은 그렇지 못하다는 우열은 말할 수는 없을 듯 합니다.
완전초보님이 쓰신 것처럼 커피 한잔에서 커피 자체가 차지하는 원가 자체는 극히 일부이므로 커피 그 자체만으로는 상업적 부가가치 창출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사회적 문화 교류의 장소(?)에서 안락하고 고급스런 쇼파에 앉아 우아하게 커피를 마시는 세련된 문화인(?)이 된 내 모습에 나르시시즘적(Narcissism) 도취를 할 수 있는 댓가가 자판기 커피와 별다방 커피 가격의 차이라고 한다해도 지나친 억지는 아닐 것 같습니다.

100ml 커피 한 잔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커피콩은 100개,

커피콩 100개의 현지 가격은 10원.

이윤의 1%는
소규모 커피 재배농가의 몫
이윤의 99%는
미국의 거대커피회사, 소매업자, 중간거래상의 몫

1%에 속하는 전세계 커피 재배종사자는 50여개국 2천만명,
그들의 대부분은 극빈자들이며 그들 중 상당수는 어린이다.

- from:
완전초보님의 블로그(http://level.tistory.com/72)


 자판기 커피나 에스프레소 한 잔에 지불되는 가격의 1%에 불과한 이윤을 위해 99%의 땀을 흘려야 하는 소규모 재배 농가를 생각하면 지금까지 향기롭던 커피는 어느새 쓰디 쓴 한약처럼 삼키기가 괴롭습니다. 아무리 원두의 가공 과정이 중요하고 멋진 인테리어를 꾸미고 맛있는 커피를 뽑아내는 과정에서 많은 부가가치가 창출된다고는 하지만 원두 생산자에게 1/100의 이윤만이 돌아가는 유통구조는 분명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이것은 세계 커피 시장에서 미국의 중간 도매상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최대화를 위해 가격과 공급량을 좌지우지 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런 비상식적인 커피의 유통,가격구조를 개선하고자 공정무역(Fair trade)이란 이름으로 재배 농가의 적정이윤을 보장해 주자는 취지의 시도가 있긴 하지만 이 역시도 재배 농가에게 구매가격을 약간 더 높게 주는 대신 소비자에게 그 비용의 몇배를 전가한다는 비난도 있습니다.
나에겐 마셔도 그만 안 마셔도 그만인 단순한 기호식품에 불과한 커피에 생계를 걸고 있으면서도 충분한 이윤을 보장 받지 못하는 커피 재배 농가를 생각하면 무게의 균형이 맞지 않는 이 구조에 일조를 하고 있는 것 같아 죄스러운 마음이 듭니다.


P.S:
공정무역에 대한 자세히 정리된 링크를 추가합니다.
공정무역(http://nyxity.com/wiki/wiki.pl/%EA%B3%B5%EC%A0%95%EB%AC%B4%EC%97%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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