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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글 Lv. 1

원치 않는 아기, 병원에 버려주세요.

아침에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나 보려고 CNN 웹페이지에 들어갔다가 희안한 뉴스를 보게 되었다.
한 일본 병원이(Jikei Hospital in the southern city of Kumamoto) 부모가 원치 않는 영아를 익명으로 유기(?) 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기로 하고 지방 정부의 허가까지 받았다는 내용이다.아이를 버리려는 부모가 조용히, 마련된 창문을 열고 아기를 놓고 가면 병원 관계자들에게 아기가 버려졌음을 알리는 경보가 울리고 그 아기를 돌보게 되는 방식이라고 한다.

이런 황당한 발상을 하는 병원이 있다니...'역시 일본 사람들은 인류 보편적 사고를 뛰어 넘는 특이한 사람들 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뉴스를 읽어 나가다 보니 그런 결정을 하게 된 구구절절한 사연이 있었다.  최근 공원이나 쇼핑몰에 아기를 버리는 부모가 늘어나자 기독교 재단에서 운영하는 이 병원은 낙태나 유기되는 아기를 구하고자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물론 아베를 비롯한 고위관료들은 부모가 아기를 버리는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라고 길길이 뛰었다지만 - 수상의 직책을 가진 사람이니 당연히 발끈해서 펄펄 뛰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그렇다고 그런 현실을 해결할 뽀족한 대책이 있느냐는 것이 문제다.

극히 비호감인 아베의 말이긴 하지만 영아를 버리는 행위는 절대 용서되지 않는 일이라는 것에 100% 동의한다. 하지만 원치 않는 임신으로 출산을 했거나 아기를 키울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이 극히 한정되어 있다 보니 영아를 유기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 되는 경우,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주변에서 제시하지 못할 때에는 아기를 버려서는 안된다는 가장 보편 타당한 명제는 힘없는 허공의 메아리에 불과하게 된다.

원치않는 아기를 가지지 않을 수 있는 절제가 가능하고 그렇게 해서 생긴 아기라도 책임질 수 있는 부모, 그런 사람들이 아기와 함께 살 수 있는 사회구조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차라리 위험하게 버려져서 방치되는 아기들을 자신들이 맡아서 보살피겠다는 병원의 선택이 현실적이 대안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옳은 결정이라 동의 할 수도 없다.

선뜻 병원의 논리를 지지하기도 마땅치 않고 그렇다고 유기를 부추긴다고 비난하기도 그렇고...참으로 곤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때 영아수출 세계1위라는 부끄러운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다는 우리나라의 현실 또한 일본과 별반 다를 것이 없을 거란 생각에 아침부터 공연히 머리가 복잡하다. 책임질 수 없으면 만들지 말고 만들었으면 책임지라는 원론적인 이야기로는 해결이 안 된다는 것이 이 문제가 복잡한 문제인 이유다.


원본뉴스 보기
http://edition.cnn.com/2007/WORLD/asiapcf/04/05/japan.baby.hatch.ap/index.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