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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기술

우주에서 종이 비행기를 날리려는 일본 과학자들.


요즘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 된 이소연씨 이야기부터 일본의 유인 우주 실험체를 국제우주정거장(International Space Station; ISS)에 설치하고 무사히 귀환한 미국 우주왕복선 엔데버호(Endeavour) 이야기까지 우주 탐사에 대한 이야기가 화제가 되는 가운데 일본에서는 엉뚱하게도 고도 400km 상공에 떠 있는 국제 우주 정거장에서 지구로 종이 비행기를 날리겠다는 과학자들이 나타났습니다.

종이 비행기라면 어릴적 동네 골목길에서 신문으로 접은 비행기를 날리던 아이들의 심심풀이 장난이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드는데 그걸 어떻게, 왜 비싼 돈들여 우주까지 가서 날리겠다는 것인지 언듯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특이한 것을 좋아하는 일본 사람들이 종이 비행기 최장거리 비행 세계 기록이라도 세우려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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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http://www.metro.co.uk/news/article.html?in_article_id=85372&in_page_id=34


하지만 황당하게 들리는 이 계획은 단순히 호사가들의 허무맹랑한 말장난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미 지난 3월 28일 도쿄 대학에서 대기권에 재진입 시와 비슷한 조건을 재현한 초음속 풍동실험에서, 같은 재질의 축소 모형 종이 비행기가 이론적으로 실현 가능함을 입증했고, 일본 항공우주탐사국(Japan Aerospace Exploration Agency, or JAXA)에서 연간 $300,000(약 3억원)씩 3년간 연구비를 지원 받게 되었습니다.
또 오는 10월 미국 NASA의 우주왕복선을 타고 세번째 우주비행에 나설 예정인 코이치 와카타(Koichi Wakata)씨도 이 계획에 개인적인 관심을 보여서 미국 NASA와 일본 JAXA가 허락만 하면 국제 우주정거장에서 지구까지 종이 비행기를 날리는 일이 실현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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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동실험에 성공한 축소 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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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날릴 종이 비행기 모형

그림출처:
http://www.timesonline.co.uk/tol/news/world/asia/article3325822.ece
http://dsc.discovery.com/news/2008/03/27/origami-space-plane.html

도쿄대학의 스즈키 교수(Shinichi Suzuki)와 일본 종이비행기 협회(Japan Origami Airplane Association)가 주축이 된 이 계획은 지상 400km에 떠 있는 국제 우주 정거장에서 길이 20cm, 폭 10cm에 무게 30g정도의 종이 비행기 100여개를 지구를 향해 날리는 것으로 지구 표면의 70% 정도가 바다인 것을 감안해 운이 좋으면 4-5개 정도는 육지에 착륙(?)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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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소연씨가 머물고 있는 국제 우주정거장(ISS)


이 계획의 가장 큰 난관은 지상 400km의 고도에서 마하 20(음속의 20배)의 속도로 궤도를 도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종이 비행기를 날리면 종이 비행기 역시 소리의 20배 속도로 지구 대기권에 돌입하면서 발생하는 마찰열로 비행기가 불 타 버리지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실제로 우주 왕복선들의 경우 마하 20정도의 속도로 대기권에 재진입할때 공기와의 마찰로 섭씨 1,600도가 넘는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우주 왕복선의 표면에 20,000장이 넘는 내열 세라믹 타일을 몇겹으로 붙여 이 열로부터 선체를 보호합니다.
하지만 지난 2003년 미국의 우주왕복선 콜롬비아호의 경우 발사시 날개에 생긴 타일이 떨어져 나간 작은 틈으로 대기권 재진입시에 발생한 열이 유입되면서 과열돼 공중에서 폭발한 것을 보면 종이가 그 열을 견딘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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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콜롬비아호 폭발사고 경과


하지만 종이 비행기는 마하 20의 속도로 지구 대기권에 돌입하더라도 가벼운 종이 비행기라는 특성 때문에 공기의 저항으로 속도가 마하 7정도로 감소하기 때문에 불가능 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실제로 사탕수수섬유로 만든 종이에 실리콘을 코팅해 내열성을 강화한 길이 7.5cm 폭 5cm의 축소 모형 실험에서 마하7 속도의 바람에 표면 온도가 약 230도까지 올라갔지만 모형 비행기는 타거나 손상을 입지 않아 그 실현 가능성을 보여 줬습니다.

하지만 축소모형 실험이 성공했다고 해서 이 황당한 계획이 성공할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아직 힘듭니다.

그 첫번재 이유는 종이 비행기는 단순 활공을 하기 때문에 대기권 재진입각을 조절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우주선이 지구로 귀환할때는 선체와 대기층과의 각도를 40도 정도로 유지하면서 대기권에 진입합니다. 그 이유는 재진입 각도가 너무 작으면 우주선은 물수제비 뜨는 조약돌처럼 대기권을 통통 튕겨서 영원히 우주를 떠도는 우주미아가 되거나 대기권에 진입하더라도 충분히 감속이 되지 않아 착륙지점을 놓치게 될 수도 있고, 각도가 너무 크면 진입속도가 너무 빨라 별똥별처럼 전체가 불 타버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진입각을 조절할 방법이 없는 종이 비행기의 재진입은 성공은 보장하기 힘들게 됩니다. (물수제비: 강이나 호수에서 돌을 빠르게 던져 물 위에서 여러번 튀게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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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왕복선 재진입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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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왕복선 재진입




또 하나의 성공 가능성을 낮게 하는 요인은 설사 대기권을 무사히 통과한다 하더라도 언제, 어느 지역에 몇개나 안착했는지 추적할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 개발자 측에서는 비행기에 여러가지 언어로 "이 비행기는 국제 우주정거장에서 날아온 것입니다. 발견하신 분은 일본 종이비행기 협회로 돌려 주십시요"라는 문구를 새겨 넣을 거라고는 하지만 사람들이 길이 20cm정도의 작은 종이 비행기에 그리 관심을 기울일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저 같으면 돌려주는 대신 혼자 몰래 소장할 것 같습니다.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이 계획에 일본 정부까지 나서서 재정 지원을 하며 연구를 돕는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 연구를 통해 대기 상층권의 기상 상태를 측정하는 가벼운 관측장비의 개발이나 지구 재진입 속도를 줄여 마찰열의 발생을 줄이는 방법들을 개발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 모형 실험의 성공만으로도 항공우주 연구에 도움이 되는 많은 유용한 데이타를 얻었다고 이야기하는 걸 보면 허무맹랑해 보이기는 하지만 아주 쓸모없는 계획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 계획이 실현되서 종이 비행기가 성공적으로 지상에 도달한다면 종이 비행기를 400km나 날린 세계 기록은 분명히 세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