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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글 Lv. 1

성 범죄자의 인권은 어디까지 보호되어야 하나?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혜진·우예슬양 사건을 개기로 정부에서는 아동 성범죄자들을 사회와 격리시킬 수 있는 강력한 제재 수단을 담은 법안을 ‘혜진·예슬법’이란 이름으로 만들겠다고 합니다.

그 내용은 13세 미만의 아동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르고 살해한 범죄자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고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도록 하고 올 10월부터 재범 위험성이 있는 범죄자에게는 최고 5년 동안 전자발찌 등 위치 추적 장치를 달아 행적을 감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청소년성보호법은 아동 성범죄를 저지르고 형이 확정된 사람중 죄가 무거운 경우에 한해 신상등록정보를 지역주민 일부와 교육기관의 장이 경찰서에서만 열람할 수 있도록 했지만 통합민주당은 아동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의 얼굴과 주소를 인터넷 상에서 공개하는 법안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런 논의들이 아동을 대상으로한 성폭력에 제한되어 있고, 이런 강력한 제재를 담은 법안들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성 범죄의 발생을 막아 줄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성 범죄에 대한 형벌의 심각성을 확연히 보여 줄 수 있다는 점에서는 환영할 만 합니다.

하지만 성범죄자들에게 24시간 위치 추적이 가능한 전자발찌를 채우고 누구나 인터넷 상으로 그들의 얼굴과 거주지를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분명한 인권침해의 논란이 있기 때문에 그동안 많이 거론은 됐지만 실제 실행되지는 못했습니다.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는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도 법원이 선고한 형량을 채운 뒤 풀려난 사람을 전자발찌를 채워 감시하거나, 다시 사회와 격리하는 것은 이중처벌이자 인권침해"라며 치료감호 제도나 성범죄자 신상공개 확대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법무부의 치료 감호제를 담은 법안 같은 강화된 처벌을 담은 법안들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던 것이 이번 이혜진·우예슬양 사건과 같은 끔찍한 일을 겪게 되면서 다시 공론화 될 수 있는 활력을 얻게 된 것 같습니다.

이런 일들이 논의 될 때 마다 언론이 항상 그 예로 거론하는 "선진국"이라는 미국의 경우는 예전 미국에선 자신도 모르게 '나쁜 이웃'이 될 수 있습니다.에서 잠깐 언급 한 것처럼 성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들은 각 주에 성범죄자로 등록 하도록 하고 누구나 성범죄 전과자들의 사진과 이름, 거주지,직장등이 인터넷을 통해 확인 할 수 있게 하고 있어서 일단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일상적인 사회 활동이 거의 힘들게 만들어 놓고 있습니다. 이번 한국에서 격론의 대상이 된 아동 성범죄자뿐만이 아니라 모든 종류의 성범죄자에 대해 법이 정한 형량이외 가혹해 보이는 추가적인 제재를 허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주 정부의 홈페이지에 그 정보를 공개하지만 이 정보들을 구글 지도 서비스와 연동해서 자기 집 주변에 어떤 성범죄자가 사는지 더 쉽게 알 수 있도록 서비스(http://www.familywatchdog.us)를 제공하는 사이트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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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http://www.familywatchdog.us


이 사이트에서 빨간 점으로 표시된 성범죄자의 거주지를 클릭하면 성범죄 전과자의 사진은 물론 이름, 범죄 내용, 주소등의 자세한 신상명세까지 알 수가 있습니다. 만약 주변에 이런 사람이 거주한다는 것이 확인되면 이사를 가거나 아이들이 밖에 나가 노는 것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게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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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된 성범죄자의 인적사항 예


생활 주변의 성범죄자들을 일반 대중에게 알리고 각성시키는 수단은 이 뿐만이 아닙니다. 이사를 할때 신고하도록 되어 있는 성범죄자가 이웃으로 이사를 오는 경우 주변 동네 주민들은 성범죄 전과자가 이사 온다는 것을 알리는 엽서를 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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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자가 이웃으로 이사 오는 것을 알리는 엽서의 예


5년쯤 전에 저도 이런 엽서를 받고 '참 신기한 제도다'라고 그냥 넘겼는데 며칠 후 길거리에서 그 사진의 사람을 마주 쳤을때 단번에 알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이 우리집 아이에게 이 사람을 멀리 하도록 가르쳐야 하는가 하는 걱정이었습니다. 그 성범죄 전과자는 14세의 여자 아이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이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성범죄를 저지른 전과자들을 향한 단죄는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캔사스에서 9세 아동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유죄를 선고 받은 71세의 노인은 집앞에 "성범죄자가 사는 집"이라는 푯말을 세워 두도록 하는 명령을 함께 받았습니다. 지나가는 사람 누구나가 알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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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http://www.cnn.com/video/#/video/crime/2008/03/25/pkg.ks.sex.offender.signs.kwch?iref=videosearch


이 71세의 노인에 대한 형벌은 이 밖에도 자동차에도 "성점죄자가 타고 있음"이란 표시를 부착하도록 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당사자는 집앞에 푯말이 서 있는 것도 괴롭지만 가장 괴로운 것은 자신이 자동차를 타고 나갔을때 지나가던 사람들의 야유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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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이 노인은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해서는 반성을 하지만 이런 처벌들은 자신의 죄에 비해 너무나 과중한 벌이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9살 난 어린 소녀를 향해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이야기에 누구 진지하게 들어 줄 지는 몰라도 자신은 이런 공개적인 처벌이 무척 당혹스러운 모양입니다.

원래 각 주에서 이렇게 성범죄 전과자에 대한 신상 정보를 공개하면서 이런 정보는 자신의 가족과 자녀를 보호하기 위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지 성범죄 전과자 개개인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쓰여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취지는 실생활에선 그대로 반영이 되고 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맥도날드에서 일하던 성범죄자가 정보공개로 얼굴을 알아본 한 지역 주민의 신고로 해고 되고 맥도날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경우나 텍사스의 한 조그만 도시에 시장으로 출마한 후보자가 성범죄 전과자 이어서 자격에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런 제도들은 단순한 정보 공개 이상의 파장을 가지고 오는 것 같습니다.

위의 성범죄 전과자란 이유로 71세 노인처럼 길거리에서 야유를 받거나 직장에서 해고 되고 사회참여 기회가 박탈되는 일들은 성범죄자의 인권도 보호되어야 한다는 주장의 좋은 예로 쓰일 것 같습니다. 어쩌면 정말 위의 노인의 말대로 자신이 저지른 죄에 비해 너무나 큰 처벌을 받는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명예형에 해당되는 대중에 대한 신상공개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미국에서도 저 정도의 논란을 가져 온다면 개인과 가족,지역 사회를 동일시 하는 경향이 강한 씨족 사회의 전통이 남아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성 범죄자로 밝혀진 사람은 사회 생활이 거의 불가능 할 지도 모릅니다. 개인적으로는 24시간 감시하는 전자 발찌가 더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미국과 다른 한국의 사회 성향을 고려하면 차라리 정보공개나 푯말보다 전자 발찌가 더 개인의 인권 보호 측면에서는 나은 선택일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성 범죄를 범죄라고는 해서 살인이나 강도와 같은 범죄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성범죄는 단순히 피해자의 육체를 상하게 하고 재산에 피해를 입히는 범죄와는 차원이 다른 피해자의 '영혼'을 상하게 하는 중범죄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피해자의 생명을 빼앗아 가는 살인은 사형이나 최소 무기징역에 버금가는 긴 세월동안 사회에서 격리를 시킴으로서 죄에 대한 심판을 하고 재범을 방지할 수 있지만 피해자에게 평생 돌이킬 수 없는 정신적 피해를 입힌 성범죄자는, 한국의 경우, 범죄의 심각성에 비해 상해와 별 다를 바 없는 비교적 처벌을 받고 다시 사회로 복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 그들은 다시 또 다른 피해자를 상대로 같은 범죄를 저지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범죄를 다른 범죄와 같이 징역형이나 벌금형을 치루고 난 후 다른 범죄처럼 처벌이 끝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여기에서 성범죄자가 법이 정한 처벌을 받은 후 재범하는 경우가 많다고 보는 것이 이미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재범률이 0%가 아닌 다음에는 처벌을 받은 후라 해서 다시 같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 부분이 성범죄자에 대한 추가적인 처벌에 대한 논란이 발생하는 부분일 것 같습니다.

아무튼 제 생각에는 성범죄는 다른 범죄처럼 우발적이거나 피치 못할 사정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는, 정상 참작의 여지가 있는 것과는 달리 "범인의 자유 의지'에 의해 스스로 인식하는 상태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그 죄값을 더욱 엄하게 물을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봅니다. 스스로가 무슨 행위를 하고 있는 지를 알면서 저지르는 범죄를 더욱 죄질이 나쁜 경우라고 보는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범죄의 재범율이 다른 범죄에 비해 높거나 낮거나에 관계없이 가혹할 만큼의 엄한 처벌을 받고, 단 1%라도 재범 가능성이 있다면 공공에게 그 죄를 공개해서 또 다른 피해를 방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위에서 소개한 미국의 성 범죄자에 대한 처벌은 성 범죄자자가 치뤄야 하는 당연한 형벌이지 그들의 인권을 침해할 만한 지나치게 가혹한 처벌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우리와 사회적 문화적 배경이 다른 미국의 예를 무조건 한국의 경우에 끼워 넣는 것은 무리이지만 그동안 우리 사회는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들도 공직에서 당당하게 활동하도록 내버려 둘 만큼 성 범죄에 대해 너무나 관대해 왔기 때문에 이런 범죄에 대한 반응은 처벌뿐만이 아니라 사회적인 인식의 변화에까지 확대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죄는 저질렀지만, 분명 존중되어야할 인간인 성범죄자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그 범죄로 인해 오랜 시간을 고통 받아야 하는 피해자의 영혼과 육체가 범죄자의 인권보다 다음으로 빌려나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