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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글 Lv. 1

미 경기침체는 가능성이 아니라 기정사실?


새벽부터, 예약해 둔 비행기편이 취소되고 대신 급히 잡은 시카고행 비행기는 시카고 공항에 강풍이 부는 바람에 연결편들이 줄줄이 연착되서, 결국 5시간 비행기를 타려고 11시간을 공항에 갇혀 기다려야 했습니다. 덕분에 오랫만에 신문 가판대에 있는 신문들과 잡지들을 원없이 볼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중 눈길을 끌었던 것은 3월 24일자 비즈니스 위크(BusinessWeek)의 표지 기사였습니다. 그동안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미국 금융기관들이 큰 손실을 입은 것을 시작으로 천정부지로 치솟던 부동산 경기의 거품이 꺼지면서 금융거래가 경색되고, 석유 가격이 상승하면서 소비자 물가도 동반 상승 하는데다가, 주식시장마저 휘청이는 모습을 보여,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자아 냈지만 비즈니스 위크는 경기침체를 아예 기정사실화 하려는 것처럼 "정신차려라~ 불경기에 대비하라(Waking up to the Recession)"라는 자극적인 문구로 표지를 장식했습니다. 그리고 나름대로의 다양한 분석과 해법을 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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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동안 보여진 미국 경제의 줄줄이 도미노 같은 악제만 보더라도 충분히 경기 침체를 이야기 할 수 있었지만 이렇게 대놓고 불경기에 살아 남는 법을 이야기하니 정말 불경기가 오고 있구나라는 실감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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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울한 불경기의 지표들

그동안 드러난 미국 경제 위기의 징조들은 2007년 4사분기의 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GDP)이 0.6%에 그치고   2월 한달 동안에만도 6,300여개의 일자리가 사라져서 1월부터 현재까지 85,000개의 일자리가 없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주식시장에서는 S&P 500 지수가 11.1% 하락하고 석유가격은 70.8% 상승한데다가 더불어 물가는 지난 2007년 1월부터 올 1월 사이에 4.3% 상승해서 생필품의 가격인상으로 많은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갤론당(3.8리터) $2대였던 휘발류 가격이 $3을 훌쩍 넘어 버려서 $4을 바라보고 식료품을 사러 장을 보면 예전과 비슷하게 산 것 같은데도 예전보다 확실히 지출이 늘었다는 것이 피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여러 경기 지표들을 고려해 공식적인 경기침체를 규정하는 NBER(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에서 아직 공식적인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NBER의 회장인 하버드 대학의 Martin Feldstein교수는 지난 3월 14일 이미 미국은 경기침체에 접어 들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미국의 경기침체에 한국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그 동안에도 그래왔지만 미국 경기의 파급효과가 한국 경제에 그대로 증폭되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국민 생활의 안정을 위해 필수 50개 항목의 물가를 안정시켜야 한다는 다소 뜬구름 잡는 듯한 발언을 한 것도 다가오는 선거뿐만이 아니라 이러한 미국경제가 미칠 부정적인 효과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월스트리트저널에는 그래도 다소 희망적인 뉴스가 실렸습니다. 그동안 네바다의 라스베가스나 캘리포니아 샌디애고의 경우 서브프라임 모기지 여파로 담보권을 상실(foreclosured)해서 시장에 흘러나온 매물이 전체의 40%를 넘었지만 이런 공급과잉으로 폭락한 가격이 구매자들을 부동산 시장으로 다시 불러들이는 역활을 해 2월에는 미 전체 평균 2.9%의 거래가 늘어 작년 7월 이후 처음으로 거래가 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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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를 제대로 못내 담보권을 은행에 빼앗긴 부동산 비율(From:http://online.wsj.com/article/SB120640573882561087.html?mod=todays_us_nonsub_page_one)


디트로이트 경우에는 도심 주택 가격이 평균 54%인 $22,000(약 2,200만원) 하락했지만낮은 가격 덕분에 올 1월과 2월 거래가 48%나 증가 했다고도 합니다.
주택거래를 포함한 부동산 경기가 미국 경기 회복에 중요한 이유는 주택 대출에 관련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지금의 경기침체가 촉발되기도 했지만 한마디로 그동안의 부동산 경기 과열로 워낙 많은 돈이 부동산에 묶이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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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내 대출시장에서 주택대출이 차지하는 비율(From:http://online.wsj.com/article/SB120640573882561087.html?mod=todays_us_nonsub_page_one)


은행 대출금리를 낮추고 지난 "국민에게 공짜로 돈 나눠주는 미국" 포스트에서도 이야기 했던 것처럼 경기 부양을 위해 국민들에게 일인당 $600 (약 60만원)씩 연말정산과 별도로 세금을 다시 나눠주겠다는 부시 대통령의 시도도 이런 상황을 개선해 보겠다는 노력이지만 아직까지 뾰족한 대책은 없는 것 같습니다. 올해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새로 취임하는 대통령이 해결책을 내 놓을수 있으면 좋겠지만 이런 갑작스런 경기침체는 어쩌면 그동안 미국 경제가 안고 있었던 구조적 약점이 드러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미국 역사에서 공식적으로 불경기라고 불렸던 시기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듯이 미국 경제는 스스로의 약점을 찾아 개선하는 방법으로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갈 거라고 생각됩니다. 문제는 그 기간이 얼마나 지속 되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일반 국민들이 견뎌야하는 고통의 시간이 길어지고 아울러 미국 경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한국 경제 역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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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http://money.cnn.com/galleries/2008/news/0803/gallery.economy_overview/


이런 걱정은 다른 한편으로, 전세계에 미치고 있는 미국의 영향력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 경기침체에 따라 우리나라의 경제에 미칠 영향을 걱정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움으로 다가옵니다.
미국이란 한 나라의 부실한 담보 대출이 전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이게 하는 모습을 보면 미국은 이제 쓰러져서는 안되는 거대한 공룡이 되어 버린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유럽처럼 나름대로의 경제블럭을 만들수는 없다 하더라도 미래를 위해 미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역사속에 사라져간 로마제국처럼 그 쇠퇴의 기미가 역력히 보이는 미국에게 지금처럼 우리 경제의 많은 부분을 의존하는 것은 그리 현명한 방법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언제까지 비만과 과소비로 허약해진 공룡만을 바라보고 살 수는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