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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실을 나갔습니다. 밤마실(표준어:마을)을 나갑니다. 그냥 카메라만 하나 달랑 들고 나갔습니다. 하늘엔 휘엉청 밝은 달이 떳군요. 낮 동안 우두커니 서 있던 가로등들이 이제는 환히 빛나는 주인공입니다. 어둠 속에서는 벽이 보이지 않았지만 조명을 받아, 그 벽은 처음에도 존재했고 지금도 존재함을 스스로 보여줍니다. 마치 사람을 알아갈 수록 사람들 사이의 단단한 벽을 발견하듯이 말입니다. 밤에 보는 세상은 낮에 보던 그것과는 사뭇 다릅니다.도대체 우리는 세상의 얼마만큼을 알면서 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항상 보아오던 익숙하다 생각했던 낮 동안의 모습이 밤이 되면 낯선 모습이 되어 버리니 말입니다. 더보기
동네 공원 산책 처음 미국, 정확히 말해서 Texas에 와서 놀란 것 중에 하나는 여기 저기 셀 수 없이 많은 공원이었다. 이 곳은 인구 7만밖에 안되는 조그만 도시인데도 왠 공원이 이리 많은지...몇년을 살고도 이 동네 공원을 다 가보지 못한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 놀랍게 생각했던 것은 인공적인 시설은 벤치와 아이들 놀이터, 그리고 바베큐 그릴 정도로만 하고 그냥 예전부터 있던 숲에 산책길을 내서 숲속을 걷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공원의 자연스러움이었다. 휴스턴 같은 대도시에도 울창한 숲이 우거진 공원들이 도시 곳곳에 있는 걸 보면, 산을 파헤쳐 아파트를 짓고 나서 비로소 남는 땅에 다시 나무와 잔디를 심어 공원을 만드는 한국이 떠올라 부럽기만 하다. 처음 시작과 그 동안의 과정을 덮어 놓고 현재.. 더보기
일상의 사소한 것들 일상을 살다보면 하루에 수 없이 바라보면서도 관심을 두지 않고 무심코 지나치는 것들이 있습니다. 박제된 화석처럼 그렇게 항상 그 자리에 오래도록 있어 왔지만 한번도 눈에 띄지 않았던 것들이 있습니다. 어느날 시끄럽게 벨이 울리고 나서야 비로소 알아 차릴 수 있는 것들. 그렇게 항상 그 자리에 있었지만 관심 두지 않았던 것들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이 블로그도 시끄럽지 않게 그냥 묵묵히 이 자리에 있으면서 어느날 문득 누군가 발견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더보기
이 글은 낚시글입니다. Galveston은 텍사스 동남부쪽의 멕시코만(Gulf of Mexico)에 접하고 있는 길다란 섬입니다. 1900년도에 Great Storm이 와서 섬을 싹 쓸어버리기 전까지는 텍사스의 경제, 정치의 중심이었으나 최고 풍속 135 mph(216km/h)의 강풍을 동반한 허리캐인으로 8만에서 12만명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죽거나 실종된 이후로 육지인 휴스턴(Houston)으로 중요 산업 시설들이 모두 옮겨가 버려서 쇠퇴하게 됩니다. 지금은 예전 번창했던 시절이 남긴 고풍스런 건물들과 해변으로 벌어 들이는 관광수입으로 먹고 사는 관광 도시가 되어 버렸습니다. 휴스턴 인근에 사는 사람들은 낚시를 하러 많이 갑니다. 해수욕하기엔 한국 서해 바다보다도 더 탁한 물빛 때문에 꺼려지지만 미국 사람들은 별로 아랑곳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