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문화

오래된 정원을 보다.

어찌어찌 하다 "오래된 정원"이란 영화를 보게 되었다.
혼자 공연히 훌쩍거리며 보고 나서 쑥스럽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해서 전능하신 Google신께 사람들은 이 영화를 어찌 보았는지 여쭤 보았더니...이런... 비판 일색이다.
심지어는 지진희가 빵빵칠이냐 만나자 마자 염정아랑 자냐? 라는 영화평까지 있는 걸 보니 더욱 슬퍼진다.
세상 어떤 사람들에겐 남녀가 부둥겨 안는 목적이 단 한가지로만 존재하나 보다.
은희(염정아)가 후배에게  "지금 니 길은 그냥 나랑 한번 하는 거야"라는 대사는 굵게 떨어지는 은희의 눈물만큼이나 내 가슴을 후두둑 적셔 놓는다. 섹스는 러브호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감독의 연출에 100% 공감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장면에서 툭하고 떨어지는 은희의 눈물을 시대의 슬픔으로 여기는 시각과 그냥 단순히 형무소 간 남편 두고 바람난 여자로 여기는 시선과의 괴리가 오늘날 우리가 지난 80년대를 기억하는 방법의 차이인 것 같다.
운이 나쁜건지 좋은건지, 386도 아니고 X세대도 아닌 어중간한 시대에 대학을 다닌 죄로(?) 흔히 이야기 하는 그런 세대 어디에도 끼지 못하고 이것 저것 쌓아올린 샌드위치처럼 그냥 두리뭉실하게 맛을 내는 그런 시대를 살게 되다 보니 나서서 시대의 아픔이 어쩌고 저쩌고 하기도 피상적이고 지진희 딸처럼 "완전 멋있네'라는 말을 하기에도 어색한 그런 애매모호한 시대를 살게 되었다. 어깨 너머로 보아온 80년대의 기억으로 이 영화를 보는 내게 이 영화는 시대착오적인 영화로 보인다.
이걸 오늘날 스크린에 걸어서 어찌하겠다는 건지 감독에게 묻고 싶다.
80년대 이후에 태어난 20대에게, 말도 안되는 영화라는 평을 듣고 싶은 건지, 80년대의 광풍을 온 몸으로 맞으며 지내온 세대들에게, 어설픈 감상어린 동정은 집어 치우란 혹평을 듣고 싶은 건지... 공지영이나 박일문이 그 또래 세대들과 함께 죄스러워 했던 살아남은 자들로서의 슬픔만큼이나 시대의 슬픔을 안고 있는 영화이지만 극장에 걸리고 나서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마는 영화가 너무나 안스러울 뿐이다.
감히 단언컨데 이 영화는 80년도 그날을 회상할때마다 가슴속으로 은희의  그 눈물보다 더 굵은 눈믈을 흘리는 그들에겐 누가 되는 영화다. 추억이라고 마냥 아름다운건 아니다. 그 시대를 조롱거리로 만드는 이 영화는 정말 슬프다.
 
P.S : 이 영화의 원인을 제공한 전모씨, 전 재산이 29만원밖에 없는, 이제는 연로하신 그가 지난 1월 미국을 방문했다는데 전 재산을 털어도 못 사는 비행기표 대신 태평양을 헤엄쳐서 건너갔나 궁금할 따름입니다. 아들은 박모양이라는 연예인과 1살난 딸을 두고 잘 살고 있다고 하더군요. 역시 세상은 공평하지 않은 곳이 분명하군요. 수 많은 사람들 가슴 속에 평생 사무치는 한을 심어준 원인 제공자와 그 자손들은 아무런 거리낌없이 잘 살고 있는 걸 보면...

저기 앉아서 웃음이 나오십니까요.

새배는 존경스런 어른들께 했던 것 같은데...

(Image from Soyoyoo님의 블로그:http://www.soyoyoo.com/archives/85)

P.S 2 :잠깐 Google 신께 여쭤보니 전옹은 아시아나 항공이 제공한 무료 항공권으로 미국을 방문했다고 알려주시네요. 마일리지가 많이 쌓여 있었나 보죠? 하지만 Google신도 29만원을 재태크 해서 노후를 안락하게 보내는 법은 모른다는 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