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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기술

차 대신 머플러를 노리는 신종 미국 차도둑


요즘 미국은 자동차를 통째로 훔쳐가는 대신 차 밑으로 기어들어가 소음기(머플러)를 뜯는 신종 도둑들 때문에 골치가 아픕니다. 그 이유가 백금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도대체 무슨 소리일까 하실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현대 도시 공기 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자동차 배기가스에는 여러 가지 유해한 화학물질들이 들어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요즘 제작되는 자동차들은 엄격해진 배기가스 기준에 맞추고 배기 오염 물질을 줄이기 위해 자동차 배기 시스템에 촉매변환장치를 사용합니다.

가끔 시동이 걸려있는 자동차 배기구를 보면 물이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건 연료에 물이 들어가서가 아니라 바로 이 촉매의 작용으로 배기 가스에 포함된 오염 물질이(정확히는 탄화수소 HC)가 무해한 물로 변한 것이 배출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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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After:http://auto.howstuffworks.com/catalytic-converter.htm


고등학교 화학시간에 배웠듯이 촉매는 스스로는 화학반응으로 변화되지 않으면서 다른 물질의 화학반응이 쉽게 일어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자동차 배기가스에 포함된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화학반응을 촉진시키는 촉매는 바로 금보다도 더 비싸다는 백금으로 만들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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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After:http://auto.howstuffworks.com/catalytic-converter.htm


값 비싼 귀금속인 백금을 포함한 촉매가 뜯기도 쉬운 소음기안에 들어 있으니 도둑들은 차를 통째로 훔치다 잡히는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눈에 잘 띄지 않는 차 밑으로 기어 들어가 백금 촉매만 쏙 빼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배기가스 정화를 위해 백금촉매를 사용한지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 왜 근래에 와서야 극성일까요? 바로 글 첫머리에 이야기 했듯이 요즘 백금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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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http://www.kitco.com/charts/liveplatinum.html


세계 백금 공급의 80%를 담당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최근 극심한 전력난에 처하자 백금광산에 전력공급을 제한해서 생산량이 감소하게 되었습니다. 불안정한 백금의 공급은 1년 사이에 백금 거래 가격을 거의 80%나 오르게 해서 뉴욕시장에서 1온즈 (약 28g)당 $2,300 (약 23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에 거래(금값은 1온즈에 약 $1,000) 되고 있습니다.

백금가격이 이렇게 폭등하자 절도범들이 자동차 배기가스 정화에 쓰이는 백금촉매를 노리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지난 3월 10일 미국 맴피스에서는 스쿨버스 두 대의 촉매변환장치를 도둑맞아 100여명의 어린이들이 아침에 유치원에 등교하지 못한 일이 있었고 최근 오하이오에서도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자동차 25대에서 역시 촉매변환장치가 사라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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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매장치를 뜯긴 스쿨버스(From:http://www.wreg.com/global/story.asp?s=7992254)


작년 9월 미네소타에서는 지하철역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자동차 11대가 같은 피해를 입었고 중고차 시장에 전시돼 있던 50여대의 자동차들이 역시 똑 같이 촉매변환 장치를 도난 당하기도 했습니다.
대담한 절도범들은 심지어 미네소타주의 Ramsey시에서는 경찰서 주차장에 압류되어 있던 자동차 19대의 촉매변환장치를 훔쳐가기까지 합니다.

이렇게 훔쳐간 촉매변환장치는 크기와 상태에 따라 장물시장에서 $50에서 $250정도의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데 피해를 당한 차 주인이 물어야 하는 수리비는 이보다 훨씬 비쌉니다. 배기량이 클수록 백금촉매의 가격 또한 올라가서 일반 자동차의 경우 $450 (약 45만원)하는 것이 덩치 큰 SUV 같은 경우는 $1000 (약 100만원)이상을 줘야 수리 할 수 있기 때문에 피해를 당한 차 주인에게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자동차 휠이나 타이어를 훔쳐가는 일은 있었지만 이렇게 소음기를 뜯고 백금촉매를 훔쳐가는 일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백금가격이 계속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다 보면 우리나라에도 이런 도둑이 생기지 않으리라고 장담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그렇다고 자동차를 안방에 모셔 두고 걸어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니 출발 전 시동 소리에 귀를 기울여 봐야 하나 봅니다.